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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연 131억t의 탄소를 땅속에 저장한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6 11:11

수정 2023.06.06 11:11

매년 중국이 내뿜는 탄소 배출량보다 많이 저장
탄소중립 위해 꼭 필요한 자연 포집·저장 시스템
땅속 생태계 빠른 속도로 파괴돼 보호노력 필요
식물 뿌리와 함께 자라는 곰팡이들은 땅속에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오야르테 갈베즈 박사 제공
식물 뿌리와 함께 자라는 곰팡이들은 땅속에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오야르테 갈베즈 박사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세계적으로 지구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 포집·저장에 필요한 다양한 과학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땅속 곰팡이가 없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물들과 공생하는 곰팡이들은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배출하는 탄소의 36%를 땅 속에 저장하고 있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인류가 지구에 출현하기 전부터 있어왔던 거대한 탄소 저장 시스템이 현재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며 땅속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셰필드대학의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는 국제 공동연구진과 함께 땅속 곰팡이인 근균류들이 전세계적으로 약 131억20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고 국제 생물학 저널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6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산화탄소가 매년 식물에서 근균류로 전달돼 우리 발 아래의 땅을 거대한 탄소 저장 공간으로 바꾸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탄소 포집·저장 장치"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 곰팡이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지, 그 규모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무 등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을 거쳐 산소로 바꾼다는 것에만 집중했었다.

연구진은 식물과 토양에 관련된 수백건의 연구결과를 수집해 통계적인 재분석에 들어갔다. 분석결과, 땅 속에 매년 저장하는 탄소량은 중국이 배출하는 탄소보다도 많다.

근균류로 분류되는 곰팡이들은 육지 식물들과 최소 4억5000만년 동안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식물이 당과 지방으로 전환한 탄소를 곰팡이들이 토양으로 운반해 저장해 놓고 있는 것이다.

식물 뿌리와 함께 자라는 곰팡이들은 땅속에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고바에 요시히로 박사 제공
식물 뿌리와 함께 자라는 곰팡이들은 땅속에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고바에 요시히로 박사 제공
셰필드대 케이티 필드 교수는 "근균류가 탄소를 저장하는 양은 놀라울 정도로 크며, 기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려할때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의 탄소흡수량 계산에 따르면, 200㎡의 옥상정원에 식물을 심으면 연간 600㎏의 탄소를 흡수한다. 휘발유 1L당 이산화탄소 2.1㎏을 배출한다.
예를들어, 디 올 뉴 그랜저 3.5 휘발유 모델로 서울~부산 왕복 800㎞를 운행했을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168㎏이다. 즉, 200㎡의 정원이 2400㎞를 운행한 승용차 배출 탄소를 흡수하는 셈이다.


케이티 필드 교수는 "토양 생태계가 농업이나 개발, 기타 산업을 통해 놀라운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며 "우리가 토양 내의 고대 생명 지원 시스템을 파괴하면,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고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에 차질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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