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즐기는 노년층, 치매위험↑
입력 : 2023-05-26 11:28
수정 : 2023-05-26 11:28
과도하게 매운 음식, 인지기능 저하 
신체활동 활발하면 신경독성에서 보호 
Second alt text
게티이미지뱅크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최근 국내 연구진이 노년에 매운 음식을 즐겨 먹으면 치매의 전조증상이라 할 수 있는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지욱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동탄성심병원)는 65세 이상 노년층에서의 매운 음식과 섭취와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앞선 연구에서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과다하게 섭취하면, 자연살해세포가 기능장애를 일으켜 암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그러나 세포실험의 결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또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등의 연구결과도 의학적인 근거수준이 높지 않다.

◆매운 음식이 뇌에 끼치는 영향은?

연구팀은 매운 음식과 뇌 건강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65∼90세 노인 196명을 대상으로 매운 음식 섭취가 대표적인 뇌질환인 치매(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했다.

참가자 가운데 113명은 인지기능이 정상이었고, 나머지 83명은 치매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됐다.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1년동안 주 1회 이상 먹었던 음식을 매운 강도에 따라 ▲매운 맛 없음(93명) ▲낮은 매운맛(58명) ▲높은 매운맛(45명)으로 나눠 알츠하이머병 관련 초기 인지기능 변화의 기준으로 알려진 ‘삽화기억’ 감퇴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삽화기억이란 명시적 기억의 한 종류로 시간‧장소‧감정‧지식 등 자전적 사건들에 관한 기억이다. 즉 어느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높은 매운맛 섭취 그룹은 초기 인지기능 변화로 볼 수 있는 기억 손상 소견이 관찰됐다. 그러나 낮은 매운맛 섭취 그룹과 매운맛 없음 그룹에서는 이런 손상 소견이 없었다. 특히 매운 음식과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이런 연관성은 신체활동이 낮은 그룹에서 더 두드러지는 점도 확인됐다.

Second alt text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 관계자는 “높은 용량의 캡사이신 섭취가 신경독성을 유발한다는 동물실험이나, 매운 고추 섭취량이 많을수록 인지기능이 낮아진다는 외국연구와 맥락이 일치한다”며 “평소 매운맛을 즐기더라도 신체 활동이 활발하면 다양한 체내 메커니즘을 통해 신경 독성으로부터 뇌를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뇌 건강을 위해서는 너무 과한 매운맛 보다는 적당한 매운맛을 즐길 필요가 있다.

김지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매가 없는 노인에서 높은 매운맛 섭취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에 관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순하고 적당한 매운맛은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성이 없었다는 점을 평소 식생활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태균 기자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