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IC, 제13회 바이오 소재 종자 클러스터 간담회 개최
관계 산·학·연 주체들, 병에 강한 종자 개발 등 발전방안 논의

지난 9일 오후 2시 우송정보대 테크노디자인센터에서 종자 클러스터를 주제로 '제13회 바이오 소재 클러스터 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이주형 기자]
기후변화, 병해충 국내 유입,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자원 쇄국주의 등으로 종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산·학·연 주체들이 머리를 맞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와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센터장 김선영)는 지난 9일 우송정보대 테크노디자인센터에서 과기부 주관 14대 클러스터 중 하나인 종자 클러스터를 주제로 '제13회 바이오 소재 클러스터 간담회'를 열고, 병에 강한 품종 개발을 비롯해 유전자원 보존 등 종자 인프라 강국으로 가기 위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서는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의 종자 클러스터 소개와 국내 농업유전자원 보존·운영 등 국가관리 현황에 대한 정보 공유도 이뤄졌다. 

◆미래 후손의 먹거리 '종자'···종자 클러스터로 강한 생태계 만든다
 

종자 클러스터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이주희 센터장은 종자의 미래 가치를 강조하며, 세계적인 종자 확보의 최신 동향을 설명했다. [사진=바이오아이코어사업단 유튜브]
종자 클러스터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이주희 센터장은 종자의 미래 가치를 강조하며, 세계적인 종자 확보의 최신 동향을 설명했다. [사진=바이오아이코어사업단 유튜브]
"증식용 또는 재배용으로 쓰이는 씨앗과 버섯종균 또는 영양체인 잎, 줄기 뿌리 등을 종자라고 말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최근 파프리카 종자는 금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금보다 귀한 종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종자 클러스터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이주희 센터장은 종자의 미래 가치를 강조하며, 세계적인 종자 확보의 최신 동향을 설명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4차 산업시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문제로 종 다양성이 감소함에 따라 각 나라는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이 나고야의정서에 가입하게 되면서 유전자원의 이익 공유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나고야의정서에는 자원을 제공 받은 자가 자원을 이용하여 이윤을 창출하면, 자원을 제공한 국가에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벼·보리·밀·고구마·감자·바나나 등 사람과 가축의 식량들인 64개 작물에 대해서는 예외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는 종자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1월 기준 국제적으로 가장 많은 유전자원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으로 60만 자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인도(약 46만), 중국(약 44만), 러시아(약 31만) 순이다. 한국은 약 27만 자원을 보유하여 세계 5위 식물유전자원 보유국이다. 

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이하 센터)는 1987년 농촌진흥청 종자은행으로 설립되어 시작되어 2008년에 국제규격에 부합하는 종자보존 시설을 운영하는 국립농업과학원의 소속기관이다. 센터에서는 자원의 수집, 분류, 보존, 증식, 분양, 이용기술 개발 등 모든 농업유전자원 종합정보를 관리 및 운영한다.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 국내에서는 수원과 전주의 종자은행에 각각 중복보존을 하고 있으며, 또한, 자원 1세트는 산림청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도 불리우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 각각 분산하여 안전보존 중이다.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전자원은 2023년 1월 기준 3,124종 27만 5,722자원으로, 그중 종자는 1,599종 24만 9,863자원, 사과와 배 같이 식물체 자체를 자연 상태로 보존하는 영양체 1,525종 2만 5,859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종자 클러스터는 고부가 생명산업 혁신발전을 견인하고 종자 자원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국내 종자 관련 산·학·연·관의 주체들로 구성되었다. 종자 소재 확보·발굴·품질 고도화, 정보 표준화 및 운영시스템 구축, 국내외 네트워크 등 수요자 맞춤 종자 클러스터 자원·정보 관리 및 산업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종자 클러스터 중앙은행은 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가 맡고 있으며, 협력센터로서는 대학, 지자체 등 68개 기관이 함께 한다. 거점은행은 산림청이 주도하며, 협력센터는 수목원, 지자체 등 34개 기관이 맡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의 유전자원 보존 현황으로는 농진청과 산림청을 합쳐 총 1만 4,314종, 126만 1,798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종자는 후손의 미래 먹거리로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종자클러스터를 통해 종자자원의 보다 안전한 보전과 개발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병에 강한 품종 개발로 저위도 병해충 대응 필요"
 

(사진 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지원센터장, 백남권 제농S&T 소장, 김태헌 메디프로젠 대표, 현병환 대전대 교수, 나채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실장, 정남진 전북대 교수. [사진=이주형 기자]
(사진 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지원센터장, 백남권 제농S&T 소장, 김태헌 메디프로젠 대표, 현병환 대전대 교수, 나채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실장, 정남진 전북대 교수. [사진=이주형 기자]
이번 간담회에서는 종자 클러스터 현황과 방향성, 개선현황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동헌 메디프로젠 대표, 나채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실장, 백남권 제농S&T 소장,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 정남진 전북대 교수, 조근형 KOBIC 바이오 소재 총괄지원단 팀장, 현병환 대전대 교수를 비롯해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했다.

간담회에서는 무엇보다 병에 강한 내병성 육종에 필요한 저항성 유전자원 지원이 필요성이 강조됐다. 저위도 지역 병해충 유입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저위도 지역 유래 자원 필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내병성 품종이 개발되면 현지 국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백남권 소장은 "내병성 품종을 만들려면 저항성을 가진 유전자원이 필요한데,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와 연계해 저위도 국가 병해충을 해결하기 위한 저항성 자원 탐색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면 국내에 새로운 병이 나타났을 때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위도 지역에 종자를 수출해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병 저항성 신품종이 개발된다면 현지 국가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간접적으로 우리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종자 주권'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산업계에서 경쟁력 있는 종자를 해외에 판매할 때 오히려 부정적 인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취약종 유전자원 현지 보존과 저장이 어려운 난저장성 종자 보존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변화 같은 환경문제로 종자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채선 실장에 따르면 산림청은 산림 종 다양성 보존전략과 정책에 기반하여 멸종위기 침엽수의 500개소 자생지 모니터링과 시드존(seed zone) 설정으로 기후변화 취약종을 포함해 산림자원을 보존 및 복원하고 있다. 즉, "종자연구를 통해 유전적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종자가 이동 가능한 시드존을 설정해 종자를 수집·보존한다"면서 "모니터링과 기후변화 예측 모델링을 통해 멸종위기에 놓인 산림자원을 수집해 다시 심거나 종자를 뿌리는 등 복원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주희 센터장은 난저장성 종자 보존 사례로 인삼을 들었다. 인삼은 영양체에 속하나, 인위적으로 생장을 촉진시킨 개갑종자로 종자 저장이 어렵다. 그는 "난저장성 종자는 가장 안전하게 장기보존할 수 있는 초저온동결보존 시스템을 활용해 보존한다"며 "인력 등의 문제로 여러 종을 시도하지는 못하지만, 매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에서 자원들의 안전 보존을 요청해 종자의 초저온동결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자 클러스터가 발전하기 위해 예산의 필요성도 중요한 점으로 언급되었다. 협력기관 자원 활용, 전문연구인력 확보, 연구개발기능 수행 등 활발한 클러스터 운영을 위해 충분한 예산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유전자원은 DNA나 특성 정보 등 다양한 정보가 수록돼야 하는데 제한된 예산으로는 표준화 및 DB 통합 등의 작업이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중앙은행과 거점은행의 협력기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동헌 대표는 중앙·거점은행 협력기관 자원을 활용하고 싶었지만 분양을 포기한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기준이 없다보니 논문 공저자 등 무리한 조건을 요구한다"며 "협력기관에게 분양하는 기준을 표준화하고 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정남진 교수는 "유전자원을 활용한 육종소재 개발 부서를 클러스터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보관뿐만 아니라 활용 단계까지 클러스터가 확장된다면 앞으로 유전자원 활용 효율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종자 클러스터 관계자 간 소통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내부적, 대외적으로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성과 가시화가 필요한데 소통이 돼야 협업이 되고 성과가 나온다는 이유다.

조근형 팀장은 "종자 클러스터가 협업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KOBIC에서도 협력 방안 모색이나 관련 규제 이슈 해소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는 다부처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 사업의 일환으로 과기정통부가 후원하고, KOBIC 바이오 소재 총괄지원단 주최, 대전대학교 바이오아이코어사업단(단장 현병환 대전대 교수)이 주관했으며,  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종자 클러스터' 영상은 바이오아이코어사업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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