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배진건(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배진건 박사
배진건 박사

2008년 한국에 돌아와서 첫 신약개발 총괄업무를 11월 1일 시작하였기 때문에 2011년 여름 한독의 상근고문으로 오퍼를 받았지만 두번째 업무도 11월 1일 시작하였다. 한독에서 다시 시작은 'Open Innovation Group(OIG)'을 맡았다. 5명의 팀원을 가지고 시작한 'Six-Pack'이다. 미국에서 흔히 캔맥주를 6개로 연결해서 한 묶음으로 팔기에 팀을 이렇게 부르기를 좋아하였다. 돌이켜보면 'Open Innovation'이란 말 자체가 대한민국에서 생소할 때 제약연구의 후발주자인 한독이 택한 현명한 전략이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합당하게 한독은 이미 제넥신의 'hyFc'에다가 3가지 단백질을 붙이는 권리를 사들였다. 첫번째 '성장 호르몬' 공동연구를 양사가 시작하였고 2번째 과제는 'IL-1RA'이었다. 이런 공동연구에 이어서 2014년 한독이 제넥신의 최대주주가 된다. 오래 전부터 한독은 훽스트 덕분에 메트포민을 비롯한 당뇨가 중요한 마켓이었다. 당연히 미래를 위한 OIG나 신약연구는 당뇨 타깃에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었다.

호르몬 fibroblast growth factor 21(FGF21)은 섬유아세포 성장인자(fibroblast growth factor)군에 속한다. 체내 대사 조직으로 알려진 간(liver), 지방(adipose tissue), 근육(skeletal muscle) 및 췌장(pancreas)에서 발현된다. FGF21은 무엇보다 간에서 분비되는 일종의 간 '사이토카인(Cytokine)'이다. 재미있게도 특히 금식을 하였을 때 간에서 발현한다.

당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육, 간에서의 자가포식이 대사 조절에서 중요함이 그 당시 연구는 점점 밝히고 있었다. 근육 또는 간세포 특이적 자가포식유전자 적중 마우스(KO mouse)는 예상과 달리 체중 및 지방조직의 큰 감소를 보였으며 고지방식을 한 경우에도 체중 증가 및 인슐린 저항성을 보이지 않았다. 자가포식의 결핍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초래되고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로 인하여 FGF21 이라는 물질이 더 좁게 분류하면 '마이토카인'처럼 분비되기 때문이다.

2015년 초에 필자는 한독과 제넥신의 3번째 공동연구 타깃으로 FGF21-hyFc를 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한독에 중심 타깃인 당뇨와 대사를 위한 물질로 개발하기 위함이다. 제넥신으로부터 돌아온 공식적인 답은 유한양행이 일주일 전에 FGF21-hyFc를 먼저 제안하였기에 'No'였다. 필자는 화가 났다. 그래도 한독이 그 당시 제넥신의 최대주주인데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다니 괘씸하였다. 한편으로는 일주일 전에 들어온 제안을 우선순위로 정하는 제넥신의 결정은 공정한 결정이라 생각되었다.

2015년 제넥신은 유한과 공동으로 당뇨치료제를 개발한다고 먼저 발표하였다. 이어서 11월 16일 유한은 제넥신에 200억 투자를 한다고 발표하였다. 그 간발의 일주일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보도자료들이었다.

유한 YH25724는 제넥신의 hyFc에다가 FGF21과 GLP-1(Glucagon Like Peptide-1)을 붙인 이중작용제 물질이다. 이렇게 연구를 이어간 유한은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BI)과 최대 1조원 규모의 라이센싱 아웃 거래를 성사시키고 아직도 BI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다. 

3월 7일자 'Cell Metabolism'에 'FGF21 counteracts alcohol intoxication by activating the noradrenergic nervous system' 라는 제목의 논문이 출간되었다. [DOI:https://doi.org/10.1016]

간은 술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장기이다. FGF21은 굶거나 단백질이 부족할 때, 또는 당분이나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분비된다. 사람은 알코올 섭취 때 가장 많이 간에서 분비된다. 앞선 연구에서 FGF21은 알코올 섭취를 억제하고 물을 마시도록 유도해 탈수와 간 손상을 방지한다고 알려졌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의 스티븐 클리워 교수 연구팀은 간에서 분비되는 FGF21이 술에서 깨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반 생쥐에게 취할 정도의 알코올을 먹이고 FGF21 호르몬을 추가로 투여했다. 그러자 취한 생쥐가 의식을 찾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있게 되는 시간이 다른 생쥐보다 절반으로 주는 것을 관찰하였다.

또한 연구팀은 FGF21 호르몬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적중 마우스가 알코올을 섭취하면 다른 생쥐보다 만취 상태에서 깨어나는 데 두 배나 더 걸리는 것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FGF21이 술을 빨리 깨게도 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관찰한 것이다. FGF21이 술 깨는 특효약인 셈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간에서 분비된 FGF21은 무조건반사 중추인 중뇌의 청반(靑斑)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을 분비시킨다. 청반과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의 영향을 받는 부위를 합쳐 LC-NA 시스템이라 부른다(locus coeruleus-noradrenergic system). 청반은 의식을 유지하거나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관장하는 뇌의 한 부분이다. 사람이 술에 취하면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 의식을 잃지 않도록 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이 FGF21 호르몬에 의해서도 유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 깨는 특효약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진행중인 여러 숙취해소제 개발이 답해주고 있다. 최근 2월 1일 삼양사는 음료 제형의 숙취해소 신제품 '상쾌환 부스터(BOOSTER)'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필자가 상쾌환 부스터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글루타치온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숙취원인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의 빠른 체내 분해와 체외 배출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야 할 이유가 있었고 뒤집으니 문제점이 해결되었다.
뒤집어야 할 이유가 있었고 뒤집으니 문제점이 해결되었다.

FGF21을 당뇨약 개발에 관심이 있었던 한독에서 2014년 체내 흡수가 증가되는 커큐민(Curcumin)개발을 위한 마라톤 회의도 진행하던 것이 기억난다. 2015년 2월 19일 드디어 커큐민을 포함한 'Ready Q'가 숙취해소제로 중화동 제품개발연구소에서 개발이 완성되었다.

그 당시 제품개발연구소 소장을 겸직하였던 필자는 'Ready Q'를 'Open Innovation'의 예시로 세미나에서 소개한다. 'Open Innovation'이 무엇인가? 마음을 오픈하고 생각을 뒤엎는 것이라 강조한다. 왜 제품 포장을 거꾸로 하였는가? 제품을 완성시켰지만 용해도는 100%가 아니었다. 아무리 시도해도 98%가 최상이었다.
 
거기서 머문다면 실패이다. 그러면 소비자가 제품을 열기전에 거꾸로 한번 뒤집는다면 100%가 될 수도 있다. 그런 행동을 유발시키기 위하여 일부러 포장을 거꾸로 하였다. 그런 포장의 결과로 한 여성이 전철 안에서 거꾸로 물구나무 서기하는 모양의 광고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색다른 광고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게 할 수 있다.
 
'Open Innovation'이 무엇인가? 이노베이션은 종이 한 장 차이이면서 생각 한 면의 차이다. 마음을 오픈하고 생각을 뒤엎으면 이노베이션은 그 결과로 탄생한다.

참고문헌

https://neurosciencenews.com/fgf21-intoxication-sober-2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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