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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빵인데 발암물질이 없다…'유전자 가위'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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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로 발암물질 낮춘 밀 완성
유전자 교정한 'GE 작물' 상용화
병충해·기후변화 구원투수 가능성

바싹 익힌 토스트는 한 끼 아침 식사로 매우 훌륭하지만,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식빵의 검게 탄 부분은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를 함유한 탓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른바 '유전자 가위'를 통해 발암물질을 없앤 '슈퍼 밀'이 성공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유전자 교정 기술이 식량 안보 난제의 새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유전자 교정해 발암물질 낮춘 밀 상용화 초읽기
구운 빵의 검게 탄 부위가 짙을수록 발암물질로 추정되는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높다. / 사진=픽사베이

구운 빵의 검게 탄 부위가 짙을수록 발암물질로 추정되는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높다. /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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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일간지 '더 타임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유전자를 교정한 새 밀 품종이 영국 식품 기업에 납품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밀은 하트퍼드셔 로담스테드 연구소가 개발한 것으로, 일반 밀보다 '아스파라긴'이라는 아미노산이 적게 함유돼 있다.


아스파라긴은 과한 열을 가하면 아크릴아마이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유엔(UN)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2A군 발암물질(발암 가능성이 추정되는 물질)이다. 토스트의 탄 부위가 검게 짙어질수록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담스테드 연구소가 개발한 새 밀은 이런 발암 위험성을 "상당히(significantly)" 낮춘다고 한다.


현재 밀의 상용화는 초읽기 단계에 들어서 있다. 다만 판매 승인이 나더라도 밀을 대량 재배하고, 이를 제분해 식품 기업에 납품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자 자르고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툴 '크리스퍼' / 사진=연합뉴스

유전자 편집 툴 '크리스퍼'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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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 영국은 유럽연합(EU) 당시 도입한 여러 규제를 철폐하거나 수정하고 있다. EU 특유의 매우 엄격한 '유전자변현생물(GMO) 식품' 규제도 그중 하나다.


EU는 유전자에 수정을 가한 모든 GMO 식품에 대해 수입을 금하고 있고, 이는 EU법을 그대로 이어받은 영국 국내법도 동일하다. 그러나 영국은 일명 유전자가위로 알려진 '크리스퍼(CRISPR)'로 유전자를 첨삭한 식품을 기존 GMO 식품과는 다른 '유전자 교정 식품(GE 식품)'으로 명명, 판매와 수입을 허가할 예정이다. 로담스테드 연구소가 개발한 새 밀도 크리스퍼를 이용한 것이다.


크리스퍼는 특정한 효소를 통해 유전체 염기서열을 결합 부위를 자르는 도구다. 이런 방식으로 유전체에서 일부 염기서열을 제외하거나, 새 유전자를 이어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이 기술의 개발에 핵심적으로 기여한 두 과학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크리스퍼는 최첨단 유전자 의약, 병충해에 강한 동·식물, 발암물질 걱정 없는 식품 등을 만들 '핵심 기술'로 여겨진다.


병충해 강하고 기후 변화 잘 견디는 작물 재배
대두 / 사진=연합뉴스

대두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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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의 탄생 이후 유전자 편집에 회의적이었던 각국 정부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GE 식품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유전자 편집 강국의 지위를 노리는 것은 영국만이 아니다. 일본은 2019년 새 유전자를 추가하지 않은 GE 식품의 안전성 시험을 면제하는 법을 통과했다. 미국 등 일부 농업 대국에선 이미 유전자를 편집한 곡류가 재배되고 있다.


유전자 편집은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안보 불안의 구원투수로도 고려된다. 잇따른 이상 가뭄, 홍수 등으로 인해 수천 년간 인류를 먹여 살려온 밀, 콩, 쌀, 커피콩 등의 생산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크리스퍼를 이용해 열악한 기후도 잘 견디는 곡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도는 지난해 3월 일부 GE 작물을 기존 규제에서 면제했으며, 유전자를 편집한 노지작물 재배도 허용했다. 중국 또한 식량 자급률 증진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식품 안전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파키스탄의 경우, 최근 유전자를 편집한 대두의 수입을 규제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때문에 미 농무부(USDA)는 파키스탄의 2022-23년 식물성 단백질 수급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내서도 GE 식품 식탁에 오를까

GE 식품이 국내 식탁에도 오를 수 있을까. 현재 국내 식품위생법은 'GMO 식품 표시 기준'을 통해 유전자를 변형한 곡물 등을 규제하고 있다. 다만 크리스퍼 등을 이용한 GE 식품에는 GMO 식품보다 낮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7월 국회에 'GMO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GMO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외부 유전자를 도입하는 방식을 쓰지 않은 GE 작물에 대한 승인을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GE 작물에 대한 반감이 큰 시민단체와의 합의는 난항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GMO반대전국행동·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 연대체는 지난해 8월 성명서를 내고 "(GMO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안전성 심사를 받지 않고 GMO가 수입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국내 GMO 수입이 증가할 게 불 보듯 뻔하고, 이는 시민들이 GMO 없는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걸 더욱 힘들게 한다"라고 규탄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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