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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돼지열병 난리통에 3년째 잠잠한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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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돼지열병 난리통에 3년째 잠잠한 구제역

2023.02.06 06:00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원이 소 구제역 항체형성률을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원이 소 구제역 항체형성률을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지방자치단체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이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발생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달리 2010년대 초 국내에서 피해 수습에 3조3000억원이 투입된 구제역은 2019년 1월 이후 단 한 건의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과 선제적 방역 정책이 이제서야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금류에서 주로 발병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인 고병원성 AI는 지난해 10월 17일 발생 이후 전국에서 총 63건이 발생해 닭과 오리 등 532만9000마리가 살처분됐다. 일명 '돼지 콜레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올해 1월에만 2건이 발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한 번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구제역은 2019년 1월 경기와 충북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이후 4년째 단 한 건의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구제역이 2021년 14개국 146건, 지난해 16개국 536건 발생하며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 백신으로 집단면역 형성…캠페인 진행·백신 공급처 다변화


구제역은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에 속하는 동물 사이에서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치사율이 5~55%로 높다. 구제역에 걸리면 입안에 물집이 생기고 끈적끈적한 침을 흘리게 된다.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한다. 명확한 치료법이 없고 경제적 손실이 막심하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구제역에 걸린 가축 살처분이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해결책이다.

 

한국이 구제역 방역 모범국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백신의 역할이 컸다. 한국은 과거 구제역이 무서운 속도로 퍼져 몸살을 앓은 경험이 있다. 2010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2011년 4월까지 제주와 전남·전북을 제외한 전국 11개 시·도로 퍼졌다. 6241개 농가에서 소 15만864마리, 돼지 331만8298마리 등 347만9962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피해를 낳았다. 한국은 이때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지정하는 구제역 백신미접종 청정국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2010년부터 정부는 소와 돼지 등 가축을 대상으로 구제역 백신을 정기적으로 투약하도록 하고 있다. 전기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방역감시과 수의사무관은 "2010년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정부에서 예산 2조7000억원을 들여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직후에는 백신 접종 참여율이 높았지만 금세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몇천 마리씩 대규모로 사육되는 돼지는 누락되는 개체가 생기기도 했고 농가에서 백신 스트레스를 우려해 임신한 소에게는 백신 접종을 꺼리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2018년부터는 연 2회 일제접종 후 항체형성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검사를 실시해 기준치 미만 농가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소와 돼지의 구제역 바이러스 항체 형성률을 90% 이상으로 높였다. 전 수의사무관은 "집단면역이 생겨 바이러스가 유입돼도 질병이 크게 확산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신접종 초기 1곳에 불과한 백신 공급처를 3곳으로 확대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전 수의사무관은 "한 회사가 독점 공급하다보니 그 회사가 그해 공급하는 백신의 효능에 따라 국내 가축의 항체형성률이 좌지우지됐다"며 "백신공급처를 다변화해 농가에서 선호하는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해 접종률을 높였다"고 말했다.

 

● 백신 국산화 작업도 착착…2024년 백신 상용화 목표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구제역 백신 국산화를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백신연구센터에서는 국내에서 발견된 구제역 바이러스를 확보해 백신 제조에 활용할 수 있는 백신주 개발을 마친 상태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구제역 백신 전용 생산 시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위험도가 높고 동물에게 중대한 질환을 일으키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다루려면 생물안전 3등급(BL3)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BL3는 전력이상 등으로 병원체가 외부로 노출되는 비상상황에서도 상시 음압을 유지해야 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와 같은 등급으로 관리된다.

 

국내 구제역 백신 전문 기업 'FVC'는 2021년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기술이전 협약을 맺고 충북 오송에 구제역 백신 제조시설을 짓고 있다. 완성되면 국내 처음으로 구제역 백신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승섭 FVC 이사는 지난해 11월 열린 학술토론회에서 "공장은 (지난해) 3월 착공해 (올해) 4월까지 건물 사용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최종 목표는 2024년 말에 상업용 백신을 상용화하는 것”이라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종현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백신연구센터 센터장은 "국내 분리주 백신 16종에 대한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내년 중 백신을 상업화해 농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구제역 바이러스의 7개 혈청형 중 한국과 인접한 국가에서 유행하는 혈청형인 O형과 A형을 기반으로 백신을 생산할 계획으로 농가들의 백신 선택권을 넓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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