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회 등 연구 자율성·독립성 확보위해 지속 목소리
"4대 과기원 해제, 연구기관도 가능성 물꼬 열려 기대"
"연구목적에 맞는 인재유치 어드벤티지 줄수 있어야"
출연연은 2008년부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출연연을 포함한 준공공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했다. 인력운영, 예산 집행, 기관평가에서 수익사업을 하는 대학병원, 강원랜드 등 다른 공공기관과 같이 관리되는 것이다.
연구현장에서는 연구개발 특성과 상관없이 공운법이 적용되며 연구환경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연구개발의 핵심인 우수 인재 유치는 물론 연구몰입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인재 유출이 가속화 됐다. 연구현장에서는 '네이처 논문 쓰면 대학으로 간다'는 웃지 못할 말도 회자됐다. 정권 교체시기마다 연구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018년 신용현 전 의원이 중심이 돼 기타공공기관 안에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분류하는 개정안이 마련됐다. 공운법 적용 10년만에 한 걸음을 내 디딘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부처직할 연구원 등 75개(22년 기준, 이번 4대 과기원 해제로 71개) 기관이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별도의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연구현장에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신용현 의원은 "당시 공공기관 해제를 원했는데 출연연만 빼기에는 정부에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 컸다. 그래서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분류해 공공기관 규제에서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면서 "이번 4대 과기원 공공기관 해제는 새로운 희망으로 볼 수 있다. 연구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출연연, 연구자율성 인재확보 시급
본지 취재결과 과학기술계에서는 4대과기원과 별도로 연구개발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자율성 확보를 위한 법 개정이나 시행령 마련을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이하 연총) 등이 부처, 국회 등에 연구개발목적기관의 자율성, 독립성 확보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김복철 연구회 이사장에 의하면 출연연의 연구자율성 확보를 위한 규제 제외 안 등을 국회와 과기부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안이 나오면서 추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국회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새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이 의결되면서 기재부의 결정이 관건이지만 희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에서 강력하게 희망하는 부분은 연구개발목적 기관인 출연연의 특성을 반영한 자율성 강화와 경쟁력 유지를 위한 독립성을 꼽을 수 있다. 김 이사장은 "과거 출연연은 이공계생들의 선택 1순위였다. 지금은 공공기관 규정에 매여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도 없고 내부 인재들이 떠나지 않게 잡을 수 있는 어드벤티지도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출연연은 기술이전을 통해 확보한 기술료 수입(기술 이전시 기관에 50%적립)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추가 비용없이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 적용에서 연구개발기관을 제외했듯이 출연연의 공공기관 해제가 가능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면 인재 유치를 위한 세부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회장은 "이번에 과기원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고 출연연은 제외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보게 됐다. 연구자와 정부가 원하는 것은 좋은 성과로 국가, 사회, 인류에 기여하는 것으로 서로 같다"라면서 "연구개발의 기본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동안 인류는 많은 발견을 해 왔다. 이젠 정말 어려운 부분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목적기관은 공운법에 맞지 않는데 지키느라 국가도 연구현장도 힘들었다. 연구현장 규제는 연구몰입에 도움되지 않는다. 출연연 역할이 분명한데 인재유출로 연구를 어렵게 할 뿐"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이다. 자율은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개발도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몰입연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과학계의 한 리더는 출연연에는 세계적인 연구자가 올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성악가, 바이올리스트 중 학생을 지도하는 대신 본인이 연주하고 공연하는 분들이 있다. 연구자도 그런 분들이 있다"면서 "연구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출연연에 올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정년이후에도 연구하면서 롤모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후배들이 연구를 위해 출연연을 가야하는구나 생각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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