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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합성생물학? '키메라' 아니고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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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세포 및 구성요소 제작·활용 기술
인공지능·빅데이터·로봇 등 첨단ICT 등 활용
21세기 제조업 3분의 1 대체할 '게임체인저'
세계 주요국들 집중 육성, 바이오파운드리 조성 나서
한국은 '추격 국가'…"기술 개발 및 규제 합리화 필요"

합성생물학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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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염병 창궐과 자원 부족·환경 오염에 직면한 21세기. 국가 생존 필수 기술로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과 바이오파운드리(자동화 대량 연구·제조 시설)가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최근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지정하면서 바이오 분야의 핵심 기술로 합성생물학을 지정하고 2028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국가 바이오파운드리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일반인에겐 아직 생소한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는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되는지, 세계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바이오 연구 한계 깨는 핵심 솔루션


기존의 생물학 연구를 생각해보자.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연구를 하면서 장기간ㆍ고비용이 불가피했다. 또 생명현상은 매우 복잡해 같은 실험 결과를 재현하기가 힘들었고, 다양한 변수를 제어하지 못해 효율이 떨어졌다. 복잡한 실험 방식에 따른 표준화의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첨단 ICT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등의 활용과 부품ㆍ모듈화가 가능해지면서 바이오 연구 개발의 기간ㆍ비용이 대폭 줄어들고 속도도 빨라졌다. 이에 따라 대두된 것이 합성생물학이다. 기존의 경우 유전자 편집 기술로 생명체의 기능을 바꾸는 것에 그쳤다면 유전자 및 구성 요소를 설계ㆍ제작ㆍ조립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활용하는 기술이 바로 합성생물학이다. 즉 유전자를 단순 해독(read)하는 시대에서 새롭게 쓰는(write) 시대로 진입했고, 이를 활용해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고성능 인공세포 및 구성 요소(유전자ㆍ단백질)를 만들어 쓰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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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파운드리는 바로 이같은 세포 설계ㆍ유전자 합성 등을 자동화, 고속화, 대량화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다국적 제약 기업 모더나가 지난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최단 시일 내 개발하고 빠른 속도로 백신을 공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바이오파운드리가 있었다. 모더나는 바이오파운드리를 활용한 바이오 부품 회로ㆍ인공세포 설계 등을 통해 mRNA 백신 제조를 위한 원재료ㆍ효소 최적화로 10% 이상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엄청난 효과를 거뒀다. 국내에도 CJ제일제당이 2017년 경기도 수원 광교에 문을 연 CJ블로썸파크가 대표적 민간 바이오파운드리다. 지난 29일 찾아간 이곳은 이름 그대로 마치 커다란 흰색 꽃송이처럼 둥글둥글한 독특한 외형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특히 축구장 15개 크기 넓은 실험실 공간에서 첨단 AI로 작동되는 로봇들과 각종 자동화 장비가 600여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시료를 섞고 촉매를 집어넣는 등 각종 연구가 한창이었다.


이같은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은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예컨대 바이오화합물의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을 현재보다 2분의 1 이하로 줄이고 비용을 4배 가량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효율도 자동화 로봇ㆍ소프트웨어를 통해 10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폐플라스틱 분해 인공미생물 연구나 mRNA백신 설계ㆍ제조, 대체식품 생산, 극한 조건의 물질 합성, 석유 대체 바이오화학 소재 생산, 가스 발효를 통한 바이오 연료 생산 등에서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경영전략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2월 합성생물학 기술이 10년 내 석유화학 등 기존 제조산업의 3분의 1 이상(약 30조달러)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소 박사는 "생명체 안에는 대량의 유전자 정보가 논리적 회로 구조로 담겨 있는데, 이 회로의 알파벳을 이용하여 새로운 생체 기능을 더 정밀하게 설계하고 의약, 화학, 에너지 등 다양한 바이오산업 발전에 활용하려는 것이 합성생물학"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기술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여 기존 제조업을 대체하는 바이오 대전환이 일어나는 시대가 올 것이며 합성생물학이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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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합성생물학 기술 패권 경쟁 중


미국과 중국 등 G2는 물론 주요 강국들이 대거 합성생물학 육성에 나서면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앞서가고 있던 미국은 글로벌 패권 유지를 위해 지난 9월 ‘바이오 연구개발 및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지난해 6월 중국 견제를 위해 제정한 ‘미국 혁신경쟁법’은 합성생물학을 10대 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중국은 후발주자지만 대규모 투자를 통해 단기간 추격을 노리고 있다. 2020년 ‘제로 투 원(Zero to ONE)’ 기초연구사업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합성생물학을 ‘원천 혁신 촉진 강화’ 분야로 지정했다. 선전의 바이오파운드리 혁신센터를 합성생물학 집적 단지로 개발하고 있고, 총 7200억원대 대규모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 중이다. 영국, 일본, 호주 등도 투자 전략 수립ㆍ첨단 바이오파운드리 거점 육성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 합성생물학 연구개발 현황. 출처=과기정통부

한국 합성생물학 연구개발 현황. 출처=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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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분야에서도 투자 확대, 전문 기업의 성장 등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합성생물학 혁신 스타트업은 2009년 206개에서 2018년 620개로 급증했고, 투자 금액도 2020년 한 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약 80억달러에 이르러 2099년(53억달러) 대비 60% 이상 급성장했다. 벤처 투자도 2021년 한 해 동안 약 180억달러(24조원)나 이뤄졌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기여한 징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가 기존보다 최대 20배 빠른 속도로 의약품ㆍ향신료 생산 균주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둬 설립 12년 만에 기업가치 175억달러(약 20조원)를 달성하는 등 전문기업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우리나라는 아직 최고 기술 보유국(미국 100%) 기준 75% 정도의 기술을 보유해 추격 국가로 꼽힌다. 국내 합성생물학 산업도 현재 태동기 수준이다. 지난해 약 1억2000만달러의 시장 규모에 그쳤다. 하지만 2031년까지 16억달러로 15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산업적 수요에 기반해 급격히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박사는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작용을 유전자 서열의 설계-제작을 통해서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하며, 초고속, 미세 실험을 통한 데이터 확보 능력, 인공지능을 통한 대량 데이터 분석 능력 등 기술력과 전문가 양성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사료, 식품 등의 분야에서 앞선 제조 기반을 갖고 있어서 유리한 여건도 있는 만큼 바이오 기술의 제조업, 환경 등 다양한 효용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고, 규제를 더 합리적으로 바꾸어 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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