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될 뻔한 ‘생명의 땅’ 화성 망친 건 누구?…‘수소 먹는 미생물’읽음

이정호 기자

수소 먹고 메탄 뱉어내 온난화 효과 저하

지금으로부터 37억년 전을 전후한 화성의 상상도. 넓은 바다가 분포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금으로부터 37억년 전을 전후한 화성의 상상도. 넓은 바다가 분포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고대 화성에서 번성한 미생물이 화성을 불모지로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십억년 전 화성은 지구와 별 차이가 없는 곳이었지만, 대기에서 수소를 들이마신 미생물이 추위를 불러오면서 재앙이 찾아왔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프랑스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11일 고대 화성에서 번식했던 미생물이 수소를 마시고 메탄 가스를 뱉어내면서 화성의 환경이 춥고 황폐한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 최신호에 실렸다.

현재 화성은 표면에서 액체 상태의 물을 찾을 수 없다. 행성 전체의 겉모습은 완전한 황무지다. 동·식물을 포함해 미생물도 발견된 적이 없다.

하지만 과학계에 따르면 37억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화성도 당시 지구에서처럼 풍부한 물이 있었다. 현재의 지구보다는 좁지만 바다가 있었던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그런 상태가 꾸준히 이어졌다면 화성도 지구처럼 생물이 번성하는 행성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고대 지구에 존재했던, 수소를 마시는 미생물에 주목했다. 이런 미생물이 화성에도 존재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살펴봤다. 분석 결과, 수소를 마시는 미생물의 존재가 화성을 지금처럼 황폐한 곳으로 만드는 결정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유는 수소를 먹은 미생물은 메탄을 뱉어내는데, 메탄의 온난화 능력이 수소보다 못했기 때문이었다.

메탄의 온난화 능력은 기본적으로 이산화탄소보다 20배 강하다. 하지만 연구진은 당시 화성 대기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결합해 메탄보다 훨씬 강한 온난화 능력을 발휘한 기체가 생성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수소는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 이산화탄소보다 많게는 1000배 넘는 온난화 능력을 보인다.

한마디로 화성 대기에서 수소를 마시고 메탄을 배출하는 미생물이 번성하자 화성이 추워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지구와 비교할 때 태양과의 거리가 1.5배에 이르러 따뜻한 담요, 즉 효과 좋은 온실가스가 꼭 필요했던 화성에게 대기 중 메탄 확산은 강추위의 도래를 의미했다.

실제로 37억년 전 화성은 영하 10도에서 영상 20도 사이였다. 비교적 쾌적한 기온이다. 하지만 미생물의 영향을 받은 화성이 점차 추워지면서 현재 화성의 평균 기온은 영하 63도에 달한다.

연구진은 지금 같은 추위에서도 살아남으려면 화성 미생물은 대략 지하 1㎞ 깊이까지 내려갔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운석이 날아와 움푹 파인 충돌구 같은 지형에는 평평한 지표보다 추위가 덜 전해지기 때문에 미생물이 서식 가능한 깊이가 조금 얕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이 화성에서 운영 중인 지상 탐사차량 ‘퍼서비어런스’ 등이 충돌구를 중심으로 생명체 탐색을 하고 있다.

연구진을 이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생태·진화 생물학과의 보리스 새터리 교수는 “생명체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은 우주 어디에나 있다”며 “하지만 행성 표면에서 생명체가 꾸준히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이 유지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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