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고 게으른 곰, 왜 당뇨병 안 걸릴까?

당뇨병에 걸리지 않게 도와주는 8개의 단백질 발견

곰은 동면을 위해 과식을 하고 살을 찌우고 또 대부분 앉아서 지낸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겨울잠을 자는 곰은 비만에 가까운 체중과 과식, 게다가 겨울잠을 자는 몇 달 간 운동도 하지 않지만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 비결을 간직한 8개의 단백질을 발견됐다. 이에 해당하는 인간 단백질도 있기 때문에 인간 당뇨병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사아언스(iScience)》에 발표된 미국 워싱턴주립대 곰센터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당뇨병의 가장 흔한 형태인 제2형 당뇨병은 우리 몸이 인슐린 호르몬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인슐린은 음식섭취로 얻은 혈액 속 당(혈당)을 체세포로 이동시켜 에너지로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제2형 당뇨병에 걸리면 체세포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아 당이 혈액에 쌓이게 된다.

제2형 당뇨병의 전조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부른다. 체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아 혈당을 쉽게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슐린 반응 체계가 망가진 것이다. 인간의 경우 인슐린저항성과 제2형 당뇨병의 주요 위험인자는 비만과 운동부족이다.

반면 곰은 동면을 위해 과식을 하고 살을 찌우고 또 대부분 앉아서 지낸다. 연구진의 한 명인 블레어 페리 워싱턴주립대 생물학과 연구원은 “인간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했다면 의학적으로 매우 걱정스러운 상태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곰은 동면기간 인슐린 저항성을 발달시킨다. 하지만 그들의 혈당과 인슐린 수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봄이 와서 곰이 밖으로 나와 돌아다닐 무렵이 되면 인슐린 감수성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연구진은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곰센터에서 키우는 회색곰(그리즐리)에게서 채취한 혈청과 지방세포 샘플을 분석했다. 일부 샘플은 활동기에, 다른 샘플은 동면기에 채취됐다. 연구진은 동면기의 2주 동안 곰들에게 꿀물을 먹여 정상적 겨울잠을 방해했다. 동면기의 곰은 먹지는 않지만, 살짝 깬 상태로 약간씩 움직이며 보낸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동면기의 지방 세포와 활동기의 혈청을 혼합하는 식으로 혈청과 지방세포 샘플을 뒤섞었을 때 세포에서 유전자 활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했다. 연구진이 정상적 겨울잠을 자는 곰에게서 채취한 지방세포에 겨울잠을 방해 받은 곰의 혈청을 주입하자 해당 세포가 활동기의 세포와 유사한 유전자 활동 변화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과 인슐린 감수성의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8가지 단백질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음 단계는 그 단백질이 곰의 몸에서 어떻게 마법을 부리는지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라고 페리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결국 이러한 작업이 당뇨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새로운 신약 개발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그는 엄청난 지방을 축저하고 있음에도 건강이상이 없는 곰에 대한 연구가 인간의 건강과 관련해 다른 도움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곰은 ‘카우치 포테이토’(하루 종일 TV 앞에서 먹고 자며 빈둥거리는 사람) 같은 생활을 몇 달간 함에도 근육이나 뼈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 비결을 발견한다면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현대인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논문을 검토한 미국 마운트 시나이 병원 아이칸의대의 에밀리 갤러거 교수(내분비학)는 “곰과 인간은 많이 다르지만 이와 같은 연구가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된 유전자와 단백질 발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곰에게서 발견된 단백질이 신진대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단백질 또는 그 작용을 차단하거나 또는 이를 향상시키는 것이 인슐린 저항성을 되돌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보고서 원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iscience/fulltext/S2589-0042(22)01356-6)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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