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팀, 시간 제한 식이 추가적 체중 감량 효과 없어
영국 연구팀, 이른 시간 식사 제한하면 체중·이완기혈압↓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 "폭식 가능성 있어 장기간 효과 기대 어려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하루 중 특정 시간에만 음식을 먹는 시간 제한 식이(Time-Restricted Eating, TRE)가 비만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최근 발표된 두 편의 무작위 연구에서 TRE 효과에 대해 각기 다른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NEJM 4월호에 실린 중국 무작위 연구에서는 비만 환자가 하루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며 TRE를 진행해도 추가적인 체중 감량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N Engl J Med 2022;386:1495~1504).

이와 달리 영국 연구팀이 JAMA Internal Medicine 8월 8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한 무작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른 시간에 식사를 제한하는 TRE(eTRE)가 비만 환자의 체중을 줄이면서 이완기혈압을 조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연구 결과, 체중·체지방·대사질환 위험요인 개선 없어  

중국 남방의대 Huijie Zhang 교수팀은 체질량지수(BMI)가 28~45kg/㎡인 비만 환자 139명을 대상으로 TRE의 장기간 체중 감량 효과와 안전성을 조사했다. 

전체 참가자는 하루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8시간 동안에만 식사 시간을 갖는 TRE군과 하루에 정해진 칼로리만 섭취하는 군(대조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12개월 동안 남성은 하루 1500~1800kcal, 여성은 1200~1500kcal로 구성된 칼로리 제한 식이를 진행했다. 12개월 추적관찰을 완료한 참가자는 118명이었다.

NEJM 4월호에 실린 'Calorie Restriction with or without Time-Restricted Eating in Weight Loss' 논문 소개 영상 캡처(N Engl J Med 2022;386:1495~1504).
▲NEJM 4월호에 실린 'Calorie Restriction with or without Time-Restricted Eating in Weight Loss' 논문 소개 영상 캡처(N Engl J Med 2022;386:1495~1504).

등록 당시 대비 평균 체중 변화를 조사한 결과, TRE군은 8kg, 대조군은 6.3kg 의미 있게 줄었다. 두 군 간 차이는 약 1.8kg였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P=0.11).

뿐만 아니라 허리둘레, BMI, 체지방, 제지방, 혈압, 대사질환 위험요인 등도 앞선 결과와 마찬가지로 중재법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이상반응 발생 건수 역시 두 군간 다르지 않았다.

Zhang 교수는 "하루 섭취 칼로리만 제한하는 것과 비교해 TRE를 병행하는 것은 비만 환자의 체중, 체지방, 대사질환 위험요인 등을 개선하는 혜택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영국 연구 결과, 비만·고혈압에 효과적인 치료전략

영국 앨라배마대학 Humaira Jamshed 교수팀은 eTRE가 식사를 통제하며 하루 12시간 이상 먹는 것보다 비만 환자의 체중 및 체지방 감소에 더 효과적인지 파악하고자 무작위 연구를 진행했다. 

2018년 8월~2019년 12월 영국 앨라배마대학 체중감량클리닉에 방문한 25~75세 비만 환자 90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BMI는 30~60kg/㎡였고 당뇨병 환자는 없었다.

모든 참가자는 체중 감량 상담을 받으면서 기초대사량과 비슷한 개념인 휴식기 에너지 소비량보다 하루 500kcal 적은 식이를 진행했다. 또 매주 75~150분 동안 운동했다.

이어 전체 참가자는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8시간 동안에만 식사하는 eTRE군과 식사를 통제하면서 12시간 이상 식사 시간을 갖는 군(대조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14주 동안 중재를 진행 결과, 체중은 eTRE군이 6.3kg, 대조군이 4.0kg 줄었다. 두 군 간 차이는 2.3kg으로, eTRE군이 유의한 체중 감량 효과를 얻었다(P=0.002). 

지방량은 eTRE군이 대조군보다 1.4kg 줄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체중 감소에 대한 지방 감소율은 두 군 간 4.2% 차이가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

단, 체중 감량 모델링에서 eTRE군이 대조군보다 하루 섭취량 214kcal를 추가로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eTRE군의 이완기혈압은 대조군보다 4mmHg 의미 있게 감소했으며(P=0.04), 활기-활동, 피로-무력, 우울-낙담 등을 포함한 기분장애 평가 결과도 유의하게 개선됐다. 

하지만 수축기혈압, 심박수, 혈당 등 다른 심혈관계 대사질환 위험인자 변화와 신체활동, 수면 관련 예후는 두 군이 비슷했다.

연구를 완료한 59명 참가자에 대한 2차 분석에서는 eTRE군의 체지방과 체간지방(trunk fat)이 대조군보다 효과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Jamshed 교수는 "eTRE는 12시간 이상 식사를 하는 것보다 체중을 더 줄이면서 이완기혈압 및 기분을 개선했다"며 "eTRE는 비만과 고혈압에 모두 효과적인 치료전략이다. 향후 TRE의 체지방 감소 효과를 평가한 대규모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구간 결과 달랐던 이유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두 연구는 하루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며 TRE를 진행해 TRE의 유효성을 평가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결과가 달랐던 이유는 연구 방법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먼저 연구마다 제한한 식사 시간이 다르다. 또 영국 연구의 대조군은 하루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며 매일 12시간 이상 식사를 하도록 했지만, 중국 연구의 대조군은 특정 식사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 연구 기간도 중국 연구는 1년인 반면 영국 연구는 14주로 짧다.

이 때문에 TRE가 비만 환자의 체중 감량에 유용할지에 대한 결론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참가자를 모집한 장기간 무작위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하버드대학 Shalender Bhasin 교수는 논평을 통해 "과학적 전제(scientific premise)와 전임상 데이터에서 TRE 효과는 유망하다"면서도 "그러나 연구 간 불일치성에 따라, 잘 수행된 연구라도 소규모인 연구에서 강력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TRE로 인해 영양 불균형·요요현상 나타날 수도"

TRE 효과를 두고 연구 간 다른 결론을 내놓는 가운데, 비만 환자에게 TRE를 권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TRE는 식사 시간을 제한하기 때문에 향후 폭식 가능성이 있어 장기간 체중 조절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라며 "TRE로 인해 영양 불균형이 올 수 있다. 또 금식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다음 식사 시 흡수가 더 많이 이뤄져 요요현상이 나타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진정한 의미의 TRE를 할 수 있는 비만 환자에게는 TRE가 가능하겠지만 임상에서는 크게 권하지 않는다"면서 "감독관이 있는 상황이라면 고도 비만 환자가 2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TRE를 시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고도 비만 환자가 아니라면 TRE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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