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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신약평가 새 기술, 오가노이드 플랫폼

우리는 몸이 아프면 해당 질병에 맞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다. 이렇듯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약이 세상에 나오는 데는 많은 노력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수로 거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유효성 검증과 안전성 평가다. 사람에게 투여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확인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동물실험 등을 통해 신약후보 물질의 효능과 안전성 확인하는 절차다.

1957년 독일에서 ‘콘테르간’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탈리도마이드 성분의 약은 많은 기형아를 유발함이 밝혀져 1962년 판매가 금지됐다. 기존 시험관 내 독성실험이나 동물실험에서는 독성이 없었으나 인간에게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험동물을 활용한 평가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강조되면서 동물실험을 대체하려는 노력이 진행된다. 유럽연합(EU)은 2016년부터 동물대체시험법 개발을 위한 독성위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국 또한 2035년까지 동물실험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에서는 첨단 대체시험법 활용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3차원 모델을 이용한 독성평가기술을 보고하고 있으나 아직 OECD 가이드라인에 채택되거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표준화된 평가법은 없다. 우리나라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를 중심으로 첨단 대체시험법 개발에 대한 논의와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식약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과 함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평가법 개발에 착수했다. 오가노이드는 ‘organ(장기)’과 ‘-oid(~와 같은)’의 합성어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간, 뇌, 심장, 폐 등 필요 장기를 시험관 내에서 미니어처로 만드는 기술이다. 각 조직의 구조, 세포구성, 기능을 가지는 3차원 모델로 현재 수준에서 인체 유사도가 가장 높아 차세대 독성평가 모델로 주목받는다. 동물에서는 평가하지 못하는 인체 반응을 신속하고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별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약물이 각 장기에 미치는 독성과 효능을 평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간·신장의 실제 약물 흡수가 일어나는 대사흐름과 동일하게 연계 구현해 평가할 수도 있다. 생명연은 간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약물의 간 독성을 검출하고 그 결과를 세계 최초로 보고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오가노이드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력해 간과 장의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한 독성평가법을 개발하고 이를 국제 표준화할 계획이다.

독성평가 기술과 같은 플랫폼 기술은 산·학·연의 협업과 기초연구 성과가 실제 제도권 내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생명연의 이번 연구사업은 규제기관인 식약처가 함께 참여해 규제의 설계와 도입, 운영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태동기 단계에 있는 첨단 바이오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투자 전략 수립과 안정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쇠는 달았을 때 두드리라’는 말이 있다. 첨단 독성평가법 개발이라는 쇠는 점점 달궈지고 있다. 쇠가 식기 전에 두드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 확대를 기대해 본다.

손명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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