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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베이비' 중국 과학자 출소 임박…배아 유전자 편집 논란 재점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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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베이비' 중국 과학자 출소 임박…배아 유전자 편집 논란 재점화될까

2022.03.22 15:53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개최된 국제인간게놈편집정상회의에서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가 자신이 교정한 쌍둥이 아기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국립과학원 제공
2018년 홍콩에서 개최된 '국제인간게놈편집정상회의'에서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가 자신이 교정한 쌍둥이 아기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국립과학원 제공

2018년 세계를 경악케 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징역 3년형을 받은 허젠쿠이(贺建奎) 전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전 교수가 금주 출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인간 배아 유전자편집 연구가 다시 한번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1일(현지시간) 허 전 교수가 이번주 석방된다고 전했다. 사이언스는 허 전 교수에 대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비밀리에 인간 배아에 적용해 DNA를 바꾼 후 두 명의 여성에게 이식해 아기를 낳도록 했다”며 “윤리적 분노와 아기의 건강에 대한 두려움을 촉발시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사람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면 뇌, 심장, 콩팥, 간, 소화기관, 탯줄과 같은 기관들이 형성되고 그 개체를 배아라 한다. 배아의 크기는 약 0.5cm 정도이다. 양수가 차고 태반이 발달하면서 배아는 세포 분열을 통해 사람 형상을 갖추게 된다. 복제배아는 정자와 난자의 자연적인 수정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이를 실험실에서 배양한다는 것에 차이점이 있다. 자연적으로 수정된 배아가 그 부모와 유전적으로 동일하듯이 복제 배아도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허 전 교수는 2018년 11월 26일 유투브와 미국 과학매체 'MIT 테크놀로지리뷰'를 통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유전자를 교정한 인간 아기가 태어났다고 발표하면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연구팀은 불임 치료 중인 부모 일곱 명으로부터 배아를 얻어 유전자 교정을 했고 그 중 한 쌍의 부모로부터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인 ‘루루’와 ‘나나’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허 전 교수는 출산에 성공한 유전자 편집 쌍둥이 외에도 다른 부부도 유전자 편집 아기를 임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허젠쿠이 난팡과기대 교수가 유튜브를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로 에이즈에 면역력을 가진 디자이너베이비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허젠쿠이 연구팀이 실험실의 컴퓨터에서 배아 이미지를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허젠쿠이 난팡과기대 교수가 유튜브를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로 에이즈에 면역력을 가진 '디자이너베이비'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허젠쿠이 연구팀이 실험실의 컴퓨터에서 배아 이미지를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외는 물론 중국 과학계조차 허 교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윤리적, 도덕적 기준을 위반한 실험이라는 것이다. 과학계는 그동안 암묵적으로 ‘디자이너 베이비(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수정해 탄생시킨 아기)’를 금기시 했다. 허 교수의 유전자 편집 아기 실험에는 400개에 달하는 배아가 사용됐다. 학계에선 배아에서 척추가 자라는 원시선이 생기는 시기부터 생명체로 인정하지만 수정란과 배아를 인간으로 발달하기 위한 모든 잠재성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견해도 많다. 


또 유전자 편집 기술의 한계점도 문제도 제시됐다. 유전자 편집기술은 특정 유전자에만 결합하는 효소를 이용해 원하는 DNA 부위를 정확히 자르는 유전체(한 생명체가 지닌 DNA 전체) 교정 기술이다. 여러 유전자 편집기술 중 2012년 등장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빠른 속도와 높은 정확도로 생명과학의 판도를 바꿀 신기술로 큰 주목을 받고 있으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의도하지 않는 부분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단점을 가졌다. 또 이런 오류가 일어나도 그 오류를 바로 포착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파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적용할 경우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최근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며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이 미래에는 오류없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디트리히 에글리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의도치 않은 오류를 크게 줄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최근 발견해 논문사전공개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 10일자에 보고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장애물은 많다”고 말했다.


기술적 한계 외에도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에 대한 인식도 넘어야할 관문이다. 유전자 연구의 선진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도 유전병 치료 등 특정 목적의 기초연구에 한해서만 인간 배아 교정을 허용한다. 2015년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유전자 교정을 논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인간 생식세포에 대한 유전자 교정은 기초연구에 한해 법과 윤리적 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배아단계까지만 실험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합의됐다. 한국은 2005년 ‘황우석 사태’이후 배아를 활용한 연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문단은 지난해 유전자 편집기술의 무분별한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글로벌 표준의 제정을 권고했다. 윤리학자, 법률 전문가, 정책당국자 등으로 구성된 WHO 자문단은 질병 치료를 위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유전자편집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인간의 운동능력을 인위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유전자편집 등의 가능성을 우려했다. 자문단은 유전자편집 기술에 관한 국제적 윤리 표준 제정과 더불어 유전자 편집 실험을 국제적으로 등록하는 절차, 공익제보자 보호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국은 지난 20일 생명과학 등에 관한 윤리지침을 발표했다. 유전자 편집 아기를 포함해 안면 인식, 동물 실험 등을 둘러싼 비판에 직면한 중국 당국이 다양한 과학 실험과 연구 활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반영한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연구 기관들은 과학적, 독립적, 정당하고 투명한 원칙에 따라 인간과 동물 관련 연구 활동을 검토하는 윤리 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고, 각 대학은 학생들에 대한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이들은 국제적 협업 연구 활동의 감독과 윤리적 검토도 강화해야 한다.당국은 각 대학과 연구 기관, 의료 기관, 사회단체, 다양한 기업들이 각자의 연구에 대한 검토 체계와 윤리적 위험에 대한 조기 경보 체계를 강화하도록 감독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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