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0:50 (목)
러시아, 인슐린 등 의약품 부족 위기...신규 임상도 올스톱
러시아, 인슐린 등 의약품 부족 위기...신규 임상도 올스톱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2.03.15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으로부터 원료의약품의 공급 중단, 중국 및 인도에서의 수입도 불안한 상황
의료 용품 확보 위해 200여 개 품목 수출 금지·제한 조치 발표
해외 80개 제약사 러시아 진출, 신규 임상이나 투자 중지
화이자·바이엘, 러시아서 비필수적인 지출은 철회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의약품 공급은 유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대(對)러시아 경제·금융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내 원료의약품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다국적제약사들의 신규 임상도 중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발표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의약품 공급 현황’에 따르면 러시아가 인슐린 공급과 원료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러시아 Kommersant Business Daily는 3월 9일 자 보도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은행, 오일 및 가스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의료 용품에 대해서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으로부터의 원료의약품의 공급이 중단됐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및 인도에서의 수입도 불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 원료의약품의 재고 여유는 3~6개월 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 정부, 의료용품 확보 위해 200여 개 품목 수출 금지·제한 조치 발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러시아 정부는 의료 용품 확보를 위해 △러시아로 수입된 외국산 의약품의 수출 금지(3월 6일) △외국 의약품 도입 간소화 및 가속화 절차 시행(3월 10일) △200여 개 품목 수출 금지·제한 조치 발표(3월 10일) 등 일련의 조치를 시행한다.

우선 제품 및 원자재의 러시아 내 공급 부족 및 가격상승 방지를 위해 제재 대상 국가에서 수입되어 수입 창고에 보관되거나 통관 진행 중인 의료 제품에 대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한, 의약품 부족 방지를 위해 외국 의약품의 빠른 러시아 시장진입을 위해 진입 절차를 간소화한다.

아울러 의료 장비 등을 포함한 219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고, 러시아 산업통상부, 천연자원환경부 등 5개 부처에서 수출 허가를 관리하는 281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다. 수출 금지 품목 리스트는 추후에 공개할 예정이다.

◇해외 80개 제약사 러시아 진출, 신규 임상이나 투자 중지

한국바이오협회의 리포트에서는 러시아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해외기업 현황 및 최근 동향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1994년 이래 미국 애보트, 화이자, 스위스 노바티스, 로슈, 이스라엘 테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 프랑스 사노피, 일본 다케다 등 해외 80여 개 다국적제약사가 러시아 현지에 진출해있으며, 러시아에는 국제제약사협회(Association of International Pharmaceutical Manufacturers’)가 설립되어 있다.

2020년 기준 러시아 의약품 시장 내 1위 수입국은 독일이며, 전체 수입 의약품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인도 등이 주요 수입국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임상시험에 있어 낮은 비용과 느슨한 규제로 많은 해외 기업들이 임상 국가로 선호하는 곳이다. 현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러시아에서 49개의 임상을, 미국 머크가 48개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화이자도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에 대한 임상을 러시아에서 진행한 바 있다.
 

(사진=화이자 페이스북)
(사진=화이자 페이스북)

◇화이자·바이엘, 비필수적인 지출은 철회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의약품 공급은 유지

화이자는 14일 러시아에서 얻은 수익을 전부 우크라이나에 기부할 방침이라고 자사 사이트에 게재했다. 또한, 러시아에서 새로운 임상시험을 진행하거나 진행 중인 연구를 위한 환자 모집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대한 모든 투자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러시아에 대한 비필수적인 지출을 철회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암이나 심혈관 치료제 등의 의약품 공급은 유지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의약품마저 중단하면 어린이와 노인에게 심각한 고통과 잠재적인 생명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바이엘 역시 화이자와 같은 입장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자료에 따르면 3월 14일 기준, 350개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를 선언했지만, 미국 애보트 등 일부 글로벌 의약품 및 의료기기 기업은 남아서 사업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잔류 기업들도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 및 신규 임상은 하지 않는 분위기이며, 러시아에서의 매출 이익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추세다. 그러나 인도의 제약 기업들은 단 한 곳도 러시아에서 철수한 곳은 없으며, 상황을 지켜보며 사업을 지속 중이다.

한편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온 우리나라 기업들은 발 빠르게 임상 국가를 바꾸거나 브라질, 인도 등 다른 국가의 임상 인원을 조절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임상 지연과 허가 중단으로 자칫 신약 개발 일정 자체가 늦어질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헬스케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의약품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수출 비중은 미미하나, 의료기기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수출 비중은 5위로, 사태 지속 시 우리 기업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로의 의료기기 수출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까지 러시아에 대한 의약품 및 의료기기 수출 대금 결제에 대한 제한 조치는 아직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나, 향후 러시아 경제제재 추가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