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는 짧은 이중 가닥 RNA(double strand RNA, dsRNA)에 의해 특정 유전자 발현이 선택적으로 억제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RNA 간섭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신약개발을 할 경우, 이론적으로 거의 모든 유전자 발현을 특정해서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에 적용 가능하며 특히 치료제 자체가 없는 난치병 분야 등에서 주목받게 됐다.

여기에 기존 치료제보다 더 낮은 투약 분량(dose)이나 투여빈도(dose frequency)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 안전성 프로필(safety profile)도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RNAi기술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많은 관심과 투자가 집중됐지만 RNAi 신약 개발은 많은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가장 걸림돌이 된 문제는 역시 전달(delivery)에 관한 것들이었다. 원하는 표적세포 안으로 RNA 치료제를 전달하는 정확성과 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외에도 체내에서 RNA 자체 불안정성(unstability), 타깃하지 않은 다른 mRNA를 인식하는 'off-target' 문제 등을 해결해야 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앨나일럼 제약사’(Alnylam Pharmaceuticals)이 처음 RNAi 약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이 설립됐던 시점인  2000년대 초반 또는 중반은 새로 제기된 RNA 간섭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아주 많은 관심과 기대가 있었던 시기다.  그 결과, 노바티스(Novartis), 머크(Merck), 애보트(Abbott), 로슈(Roche) 등 많은 다른 바이오텍 기업들도 RNAi 신약개발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그후 약의 전달(delivery) 문제들이 계속 해결이 안 되고, 또 임상시험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이들 큰 제약회사들은 그동안의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모두 자사 RNA 간섭(RNAi) 프로그램을 결국 취소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앨나일럼은 고집스럽게 이 RNA 간섭 신약개발을 계속했고 결국은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앨나일럼은 2018년 RNAi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아밀로이드증(hATTR amyloidosis, hereditary transthyretin-mediated amyloidosis)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발성 신경병증(polyneuropathy) 치료제 ‘온라트로(Onpattro)’ 허가를 획득했다.

이어 다음 해인 2019년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Acute Hepatic Porphyria, AHP) 치료제 ‘기브라리(Givlaari)’, 그리고 2020년 원발성 옥살산뇨증(Primary Hyperoxaluria Type 1, PH1) 치료제 ‘옥슬루모(Oxlumo)’를 각각 허가받았다.  

  # RNAi 신약 처음 다발성신경병증치료제 FDA 승인...RNAi 후보 13개 임상

그리고 최근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인 렉비오(Leqvio, inclisiran)도 FDA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써 앨나일럼은 이미 허가가 나서 완전히 상용화된 RNAi 치료제 4개를 보유한 기업이 됐다.  

이 기업은 이외에도 전략적으로 선택한 4가지 질환그룹(유전질환, 심장대사질환, 감염성 질병, 중추신경계/안질환)에서 약 13개 정도의 RNAi 신약후보물질들을 임상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앨나일럼이 자사의 RNAi 신약들을 원하는 표적세포 안에 전달(delivery) 하기 위해 만든 두 가지 약품 전달체 기술들을 알아본다. 

첫 번째는 지질나노입자(LNPs, lipid nanoparticles) 기술이다. 이것은 원하는 RNAi 치료제를 콜레스테롤, 이온화지질, 폴리에틸렌글리콜(PEG, polyethylene glycol), 인지질 등으로 만든 지질층으로 싸서 비교적 균일한 나노입자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렇게 지질나노입자 안에 들어있는 RNA들은 생체 내 많이 존재하는 RNA 분해효소들 작용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  

그리고 지질나노입자(LNPs)는  표적세포인 간세포 표면에 있는 LDL 수용체(low-density lipoprotein receptor)에 작용하는 리간드(ligand)인 apoE(apolipoprotein E)를 이용해 정확히 표적세포인 간 세포 안으로 전달(delivery) 된다.  RNAi 치료제로 앨나일럼이 최초로 승인을 받은 ‘온라트로 (Onpattro)’의 간세포 전달에 쓰인 기술이다.  사실 이 지질나노입자 기술은 최근 코로나 19 mRNA 백신에도 적용돼 더 많이 알려지게 됐다. 

두 번째 것은 컨쥬게이트(conjugate)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컨주게이트’라는 것은 약으로 쓰려는 RNA에 붙여 놓은 다른 화학적인 구조물을말한다. 이 구조물은 보통 표적세포 표면에만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에만 붙는 리간드로, 이 때문에 RNAi 치료제가 정확히 표적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종류의 전달체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GalNAc(N-acetylgalactosamine) 컨쥬게이트다.  

GalNAc는 간세포 표면에 아주 많이 있는 ASGPR(asialoglycoprotein receptor)에 특정하게 잘 붙는 당(sugar)이다. 특히 여러 개가 같이 붙을 경우, 그 결합친화성(binding affinity)이 아주 많이 증가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한 개의 RNA 분자에 여러 개 컨주게이트를 붙이는 방법으로 결합친화력(binding affinity)을 많이 증가시킬 수 있다. 승인된 이 회사 신약들인 기브라리, 옥슬루모, 렉비오등이 모두 이 전달체 기술을 쓰고 있다.

이러한 성공에 고무되어 사노피(Sanofi), 노바티스(Novartis),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얀센(Jassen), 일라이릴리(Eli Lilly)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합병, 라이선스 계약 등을 통해 다시 RNAi 신약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RNAi 바이오텍 회사로 유명한 곳은 여기 소개한 앨나일럼 외에도 Arrowhead, Dicerna, Silence Therapeutics, Sylentis. Quark 등이 있으며, 한국 기업으로는 올릭스, 바이오니아, 인코드젠 등이 있다.

 # RNAi 붐 급격한 상승 · 하강 과정 분석 통한 비즈니스 인사이트 

RNAi에 대한 연구는 90년대 이후 상당히 진보했지만, 앨나일럼이 RNAi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꿈을 안고 설립된 2002년 당시만 해도, RNAi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은 아주 새로운 것이었다.

약 4년 후인 2006년 RNAi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이 수여되고, 이 분야에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축적되면서, 제약회사들이 이 새로운 분야에 참여할 기회를 모색하게 됐다. 이러한 시장 경향에 힘입어 결국 앨나일럼은 로슈(Roche)로부터 호흡기 질환, 대사 장애 및 특정 간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3억3,100만 달러의 초기투자를 받게 됐다.

하지만 앞에서 잠깐 언급됐듯이, 2010년경이 되면, 그동안 여러 해의 연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들이 나오면서, 회사들이 투자 중지 결정을 내리는 등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노바티스(초기 투자기업 중 하나)와 로슈는 자금 지원을 삭감했고, 앨나일럼은 전체 인력 중 25-30%를 해고해야 했다. 이외에도 앨나일럼은 언론으로부터도 공격을 당해야만 했다. 

Boston.com과 같은 매체들은 " 설립된 지 8년이 지난 현 단계에서, 앨나일럼은 투자자들과 잠재적인 파트너들에게 자사의 RNAi 치료제가 실지로 효과가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 전략적 라이센싱, 성장 견인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암울한 상황을 앨나일럼은 그 이후에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들의 전략적 라이선스 프로그램인 ‘InterfeRx’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앨나일럼의 연구개발 범위와 겹치지 않는다면, 일반 연구자들이 원하는 여러 연구 조건에서 앨나일럼의 RNAi 방법으로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 프로그램은 앨나일럼의 RNA기술이 가시적인 결과들을 낼 수 있다는 여러 증거를 시장에 보여 주기 위한 것이며, 이 프로그램은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이로써 한때 회사의 부가적인 수익원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한동안 회사 주요 수입원이 됐다.

2011년에는 스페인 바이오회사인 실렌티스(Sylentis)와 전략적인 라이센스싱을 합의했다. 실렌티스는 녹내장 (glaucoma) 치료연구를 위해 알니람스 면허를 획득했다.  

앨나일럼 최고경영자(CEO)인 로렌스 레이드는 “지식재산 포트폴리오를 활용해서 가치를 창출하려는 전반적인 전략"을 언급하며 이번 계약을 설명했다. 

실렌티스는 InterfectRx 프로그램 일환으로 2011년 앨나일럼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6개 회사들 중 하나다.

# 탁월한 복원력 통한 성공적 사업 결과

앨나일럼의 라이선스 프로그램은 자사가 연구에 활용하는 연구원의 수를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알니람이 자사 파이프라인 밖의 추가적인 시장들에 간접적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해줬다.  사업 초기 이러한 프로그램은, 시장 변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백업’ 계획이었다.

이러한 라이선스를 통한 수익은 앨나일럼 내부 파이프라인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였고 마침내 2011년 말 그동안 개발돼 온 ‘ALN-TTR01’가 긍정적인 예비 임상 결과를 내게 됐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RNAi 신약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다.

앨나일럼은 (2010년에 비해)현금성 자산이 많이 줄어드면서 2011년을 마감했지만,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복원력(resilience)을 유지했다.  결국 2012년 사노피 그룹 젠자임(Genzyme)으로부터  2,25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이 거래는 2014년 다시 7억 달러의 지분 투자로 확대되됐다.

그 후 앨나일럼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승인된 RNAi 치료제를 출시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 바이오텍 기업은 결국 다른 투자자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그들 자신의 신뢰성을 효과적으로 증명했다.

' 시장 변동성'은 놀랄 일이 아니다.  예측과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는 이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파이프라인 내에 있지 않은 영역에 대한 라이선스 프로그램과 같은 주요 프로세스를 확보하는 것은 장기적인 성장과 실패의 승부처가 될 수도 있다.

일찌감치 추가적인 시장 확대를 위한 강력한 기반을 만들어, 한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담는 접근 방식을 피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어려운 때에 기업의 복원력 (resilience)을 유지할 수 있다.

 BDMT Global 공동 설립자/사이언스  헤드 이재익 박사 : jake@bdmtglobal.com

BDMT Global 사업 개발 및 마켓 혁신 매니징 파트너/보스톤 에머슨 대학 마케팅 임수지 교수:  sim@bdmtglob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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