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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세기의 특허 전쟁 2라운드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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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세기의 특허 전쟁 2라운드 불붙었다

2022.02.07 07:00
4일 항소위원회서 가이드 mRNA 발명, 노벨상 수상 둘러싼 공방 이어져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연구진이 특정 빛에 활성화하는 크리스퍼유전자가위를 개발했다. 사이언스 제공.
유전자를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크리스퍼유전자가위 발명을 둘러싼 특허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됐다. 사이언스 제공.

생물학에 혁명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으며 2020년 노벨 화학상 영예가 돌아간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누가 발명했는지를 가리는 특허 전쟁의 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먼저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와 먼저 생물에게 활용할 수 있음을 보였다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브로드연구소 간 발명자를 가리는 것이다. 2018년 양 기관의 첫 특허 분쟁에서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브로드연구소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 기관의 특허가 독립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첫 분쟁에서 진 UC버클리는 2019년 다시 저촉심사를 신청했다. 저촉심사란 동일한 발명을 한 2인 이상의 특허 출원인이 있을 경우 선(先) 발명자를 가리기 위해 진행하는 심사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논문으로 먼저 공개한 UC버클리는 자신들이 기술을 먼저 발명했고 이에 대한 정보를 브로드연구소 측이 부정하게 획득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브로드연구소는 이미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신약 개발에 이용하는 바이오 기업의 수가 많은 만큼 결과에 따라 한쪽은 막대한 재정적 보상이, 다른 한쪽은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 외에도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공동설립한 바이오기업 툴젠도 2020년 미국 특허청에 저촉심사를 신청해 진행 중인 만큼 이번 세기의 특허 전쟁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4일(현지시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를 둘러싼 특허 심판 및 항소위원회가 이날 미국 특허청에서 열렸다”며 위원회에서 벌어진 양측의 공방을 보도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의 원하는 부위를 맘대로 잘랐다가 붙일 수 있는 유전자 교정 도구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진핵세포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 메신저리보핵산(RNA) 분자를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여성 학자 두명에게 돌아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노벨위원회 제공. AFP/연합뉴스 제공
2020년 노벨 화학상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노벨위원회 제공.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개발을 둘러싼 전쟁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 교수와 당시 같은 연구실에 있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미생물의 면역 시스템인 크리스퍼와 절단 단백질 캐스나인(cas9)을 활용해 미생물 유전자를 정밀 교정할 수 있는 크리스퍼-Cas9를 고안해 2012년 6월 28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당시 논문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약물 개발에 필수적인 진핵세포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이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이 공로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다우드나 교수는 2012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UC버클리 다우드나 교수의 논문이 나온 지 7개월 만인 2013년 1월 3일 브로드연구소의 펑장 교수팀은 사이언스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인간과 쥐세포의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교정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진핵세포에 적용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인 것이다.

 

펑장 교수팀은 미국의 신속심사제도를 이용해 앞서 특허를 출원한 UC버클리보다 먼저 특허 심사를 받았고 결국 2017년 먼저 특허를 취득했다. UC버클리는 2018년 뒤늦게 특허를 취득했다. 2014년 신속심사를 통한 브로드연구소의 특허 출원 사실이 알려지자 UC버클리는 곧바로 특허가 침해받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2017년 4월 미국 특허심판원은 "브로드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독자적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UC버클리는 원핵세포, 브로드연구소는 진핵세포에 대한 특허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UC버클리가 불복해 2018년 이뤄진 항소에서도 1심 판결을 유지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UC버클리가 특허 소송에서 졌다. 

 

펑장 브로드연구소 교수
펑장 브로드연구소 교수

4일 열린 항소위원회에서 UC버클리 측은 다우드나 교수와 샤르팡티에 교수 연구팀이 2012년 발표한 논문에서 가이드 RNA가 진핵세포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필요하다고 이미 기술해 놓았다는 주장을 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를 절단하는 효소를 운반하는 가이드 RNA가 필수다. 이들은 브로드연구소보다 단순히 이를 실험실에서 선보이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브로드연구소 측은 UC버클리 연구팀이 발표하기 몇 달 전에 이미 진핵 세포에서 유전자를 절단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브로드연구소의 레이먼드 님로드 변호사는 “UC버클리가 허둥지둥하는 동안 브로드연구소는 이미 10월 5일 사이언스에 원고를 제출했다”며 “그들은 아이디어가 없이 단지 희망과 소망이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UC버클리 측은 이에 대해 브로드연구소가 이야기를 날조했다고 주장했다. 펑장 교수팀의 초기 성공이 가이드 RNA 기술에 대한 UC버클리의 비밀 정보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2012년 6월 발표된 논문이 게재되기 전 동료 검토를 진행한 연구자 중 1명이 브로드연구소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UC버클리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지난해 3월 미국 특허심판원에 제출했다. 브로드연구소 측은 이에 대해 동료가 사이언스 논문이 나오기 1주일 전 UC버클리에서 나온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대한 공개 정보를 공유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브로드연구소 측은 펑장 교수가 2012년 7월 진핵 세포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작업을 한 반면 UC버클리 연구팀은 10월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UC버클리는 2012년 8월 제브라피쉬를 대상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반박하면서도 시기가 궁극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에게 발명을 배웠다면 발명가가 아니라는 논지를 폈다.

 

양측은 앞서 소송 결과와 노벨상 수상 결과를 각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맞붙기도 했다. 브로드연구소 측은 2018년 PTAB가 브로드연구소의 편에 섰음을 재차 강조했다. UC버클리 측은 과학의 문제임을 지적하며 과학계와 노벨상 위원회가 이미 인정한 것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펑장 교수가 노벨상 수상자에는 포함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는 이들이 브로드연구소 혹은 UC버클리로 나뉘어 특허를 취득한 만큼 어떤 결론이 나도 한쪽이 큰 손실을 볼 것으로 봤다. 제이콥 셔코우 미국 일리노이대 변리사는 “누가 이기든 과학자들이 크리스퍼를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두 기관의 특허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항소위원회에서는 판사가 언제 의견을 발표할지 별도로 알리지는 않았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는 양 기관 외에도 툴젠과 양 기관 사이의 저촉심사도 걸려 있는 상황이다.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는 툴젠이 2013년 미국 특허청에 출원했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를 대상으로도 저촉심사를 요청해 심사가 진행중이다. 툴젠은 양 기관과 달리 유전자가위의 교정 대상을 진핵세포와 표적 DNA로 명시하면서 특이적인 가이드 RNA 등을 특허에 올려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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