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스트 기준 릭시아나 16%·엘리퀴스 19%·자렐토 4% 성장
DOAC, 의원급 매출서 ‘희비’…1차 의료기관, ‘승부처’ 되나
오리지널약 특허 수성 관건…복제약 침투, 시장 흔들 변수될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을 예방하는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DOAC)가 지난해 하반기 급반등했다. 작년 상반기 까지만 해도 시장 규모의 한계점이 왔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를 뒤집는 결과였다.

26일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DOAC 시장 대표 품목인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 3종의 원외처방액이 전년에 비해 13.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릭시아나는 8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3%, 엘리퀴스는 652억 원으로 18.5%, 자렐토는 596억 원으로 4.0% 각각 원외처방액이 늘어났다.

특히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 제품은 하반기 들어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세 제품의 원외처방액 합은 98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5% 성장했지만, 하반기에는 1,114억 원으로 16.5% 급증했다.

원외처방액 성장은 엘리퀴스가 이끌었다. 이 약은 지난해 상반기 29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7% 성장에 그쳤지만, 하반기에는 35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28.8% 늘어났다.

엘리퀴스의 판매고 증가는 지난해 4월 이 약의 물질특허를 인정한 대법원의 결정을 기점으로 이뤄졌다. 이 판결로 엘리퀴스는 기존에 시장에 나와 있던 복제약(제네릭)의 판매를 막았으며 이를 통해 약가인하도 2024년 9월까지 미뤘다.

엘리퀴스는 5월부터 기존 제네릭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재흡수하며 월 원외처방액 50억 원을 상회했고 8월과 12월에는 60억 원을 돌파했다.

그렇다면 올해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 시장은 어떨까. 다양한 변수가 시장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변곡점을 맞은 DOAC 시장을 분석하고 올해 행보를 내다봤다.

≫ 경구용 항응고제, 의원급 매출서 ‘희비’…1차 의료기관 ‘승부처’ 되나

현재 글로벌 주요 가이드라인은 심방세동 환자의 관리에서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를 와파린 보다 우선 권고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두 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한 연구 결과가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다.

와파린은 50년 이상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쓰인 약물이다. 다만 피검사를 통해 세밀하게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약물 간 상호작용이나 음식 조절도 고려해야 하는 약이다. 1차 의료기관에서 심방세동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이유다.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의 등장은 1차 의료기관의 처방 확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여타 만성질환과 같이 약을 처방하더라도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뒷받침 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도 여전히 1차 의료기관의 DOAC 처방 비중은 낮은 편이다. 심방세동에 대한 진단이 대형 병원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장기간 사용해온 와파린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소를 포함한 1차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원외처방액 비중은 릭시아나가 12.4%(1차 의료기관 처방액 105억 원/전체 처방액 848억 원), 자렐토가 10.7%(64억 원/532억 원)이며 엘리퀴스의 경우 전체 원외처방액 604억 원 가운데 7.3% 수준에 그치는 48억 원이 전부다.

1차 의료기관에서 매출 비중이 작다는 건 반대로 보면 잠재적 성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체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2차 의료기관 이상의 DOAC 매출을 감안하면 승부는 1차 의료기관의 판매고에서 갈릴 수 있다.

실제로 시장 선두인 릭시아나의 경우 연간 1차 의료기관 원외처방액이 처음으로 100억 원을 돌파하면서 경쟁 제품과의 격차를 벌렸다. 1차 의료기관 영업에 강점이 있는 대웅제약이 국내에서 이 약의 판매를 맡으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향후 심방세동 관리에 있어 1차 의료기관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 시장에도 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가격경쟁력 갖춘 복제약 등장 최대 ‘변수’…약가인하 소송 ‘귀추’

올해 DOAC 시장의 변수는 또 있다. 자렐토의 특허 만료로 인한 복제약의 등장과 이에 따른 약가인하 집행정지 소송 결과가 시장 판도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렐토의 국내 특허는 지난해 10월 3일 만료됐다. 하지만 이보다 앞선 5월, 종근당은 자렐토의 물질특허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제네릭을 출시했다. 특허침해 소송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었던 것.

특허만료 직후인 10월 4일, 45개 제약사의 132개 품목이 국민건강보험에 일제히 적용되며 시장에 풀렸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등 국내 대형사와 중소사까지 자렐토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현재 자렐토의 복제약들은 20mg 기준으로 1정 당 1,312원 아래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2,450원인 자렐토의 53.55%가 1,312원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복제약이 출시되면 1년간 오리지널 제품은 특허만료 이전 약가의 70%로 책정된 뒤 1년 후 53.55%로 가격이 내려가 제네릭과 가격이 같아진다.

이 약가제도라면 올해 6월까지 자렐토의 약가는 1,715원, 6월부터는 1,312원 이어야 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6월부터 자렐토의 약가를 인하한다는 내용을 고시했다. 하지만 바이엘 측은 보건복지부의 약가인하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7월 고등법원으로부터 인정받으며 현재까지도 특허만료 전 약가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자렐토와 복제약의 약가 차이는 20mg 기준 1정당 적게는 1,138원에서부터 저가로 보험상한가를 책정한 제네릭과는 1,400원 차이가 난다. 아직 특허가 살아있는 릭시아나(2,233원/60mg/1일)와 엘리퀴스(2,264원/2.5mg/1일)의 처방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가격 차이다.

이 같은 격차는 본안소송 판결이 나온 뒤 30일까지 유지된다. 법원이 자렐토의 약가인하를 정당하다고 판단하더라도 항소 후 또다시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복제약은 자렐토는 물론 엘리퀴스와 릭시아나 시장까지 침투할 수 있다. 가격경쟁력을 가진 자렐토 제네릭은 올해 DOAC 시장 판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변수인 셈이다.

DOAC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기존 오리지널 제품들의 특허가 차례로 만료 수순을 밟고 있다”며 “국내 시장 특성상 여전히 오리지널 처방 비중이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자체가 큰 만큼 대형 제약사가 가격 경쟁력으로 무기로 뛰어든다면 변수가 될 수 있다. 올해가 시장 선점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