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경원 지에이치바이오 대표
유전자변형 통해 인간 암세포 적용하는 인간화 마우스 국산화
비임상효능시험 비용 및 시간 단축과 효율성 상승 효과 기대
동물모델 연구만 30년 한 인재 영입, 쥐 북적북적

의약품은 사람에게 테스트하는 임상시험의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다. 치료효과가 있는지, 또 독성이나 부작용은 없는지 등 면밀한 조건에서 시험하여 효능과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임상시험 과정보다 앞서 진행되는 시험이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시험'이다. 인간에게 직접 투여하기 전 동물에게 먼저 시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시험대상이 바뀌는 수준이 아니다. 동물과 인간은 생리현상이나 기본 해부학적 구성과 단백질 구조는 유사하지만, 항체로 된 면역항암제를 동물에서 시험하는 경우에는 본질적 한계를 가진다. 타겟 인간 단백질의 구조에 딱 들어맞게 개발된 항체 면역항암제는 타겟 단백질의 구조가 다른 동물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인간화 마우스', 말 그대로 인간의 특성을 갖는 쥐이다. 인간세포를 쥐에 주입하거나 유전자변형을 통해 인간의 유전자를 쥐에 발현시켜 적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세포/유전자변형 인간화 마우스를 이용한 비임상시험은 상당 부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장의 판도를 뒤집고, 더 나아가 임상시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인간화 마우스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지에이치바이오(GHBIO)를 찾았다.

◆ 면역항암제 시대, 비임상시험도 변화한다
 

유경원 지에이치바이오 대표는 최근 주목받는 인간화마우스의 국산화를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의 비임상효능시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전반적 산업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사진=이원희 기자]
유경원 지에이치바이오 대표는 최근 주목받는 인간화마우스의 국산화를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의 비임상효능시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전반적 산업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사진=이원희 기자]
현재 항암제 시장의 주류는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다. 약물의 효과를 이용했던 1세대 화학치료제는 일반세포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한 것이 특정 암세포를 선별해 공격하는 2세대 표적항암제다. 하지만 이 역시 내성을 갖게 된 암세포로 인해 재발한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면역항암제는 인간이 갖고 있는 면역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면역항암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다양한 면역항암제가 제품으로 출시됐고, 현재도 많은 함암제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임상에 앞서 비임상 동물실험이 선행되어야 하며, 비임상시험을 통과하여도 임상시험에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임상 동물과 인간이 갖는 종 간의 차이로 인해 나오는 결과이기도 하다.

유경원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BMS의 옵디보, MSD의 키트루다 등과 같은 면역항암제를 일반 마우스에게 그대로 투여하면 항암 치료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라며 "이는 면역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항원)의 모양이 마우스와 인간 사이에 서로 미세하게 달라서 항원-항체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는 대표적으로 PD-1, CTLA-4, TIGIT, 4-1BB 등과 같은 면역체크포인트 항원 단백질과 결합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암세포의 회피능력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마우스의 항원단백질 모양은 인간의 항원단백질 모양과 비슷하지만 서로 달라 일반 마우스에 항암제를 투여하면 항체가 항원에 잘 결합하지 못한다. 인간 면역세포가 아닌 말 그대로 마우스의 면역세포인 것이다.

그는 이어 "때문에 많은 신약개발기업 및 연구기관에서 유전자를 변형하거나 인간세포를 주입한 인간화 마우스를 활용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라며 "마우스의 면역세포에 인간 단백질을 발현시켜서 비임상용 대리항체를 쓰지 않고 임상에서 쓰는 항체치료제를 직접 사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인간화 마우스의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약은 초기 후보물질 발굴 이후 비임상시험을 거쳐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후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최종 신약승인(NDA)을 통해 시장에 나오는 신약은 한줌에 불과할 정도로 최종 성공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인간화 마우스를 이용하면 신약개발기업의 중요한 고민 중 하나인 시간과 비용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임상 통과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지에이치바이오의 기술로 탄생한 인간화마우스.[사진=이원희 기자]
지에이치바이오의 기술로 탄생한 인간화마우스.[사진=이원희 기자]
한편, 임상시험은 '크게 약효가 있는가?'하는 유효성평가와 '인체에 독성이 없는가?'하는 독성평가로 나뉘는데, 유효성을 보는 대단위 임상 3상 단계는 실제 환자에서 유의미한 약효가 있는지를 보는 것으로 이는 동물실험 단계의 유효성평가와 그 맥이 닿아 있다. 그만큼 성공적인 임상 설계를 위한 판단의 근거에 적확한 비임상 유효성평가 시험 설계와 결과가 중요해지는 부분이다. 

유 대표는 "인간화 마우스는 암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면역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현재까지 해외에 의존해 왔던 다양한 종류의 인간화 마우스와 그 서비스를 국산화시킴으로써 직접비용과 간접비용 모두를 낮추고, 유‧무형의 유통을 간편화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의약바이오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기술력에 의한 K-BIO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1인으로 시작한 창업, 이제는 마우스들이 북적이다

지에이치바이오의 설립은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경원 대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30년간 동물모델로 연구를 해온 유대열 박사 등과 함께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아이디어 기술창업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지에이치바이오를 설립했다. 시작이 된 아이디어 기술은 미국 NIH(국립보건원) 박사후연구원 시절 접하게 된 '유전자가위기술'에서 얻었다. 

유전자가위는 이전부터 징크핑거(Zinc Finger)가 연구되었지만 다소 실용적이지 못했다. 이후 2세대 탈렌(TALEN)이, 그리고 3세대 크리스퍼(CRISPR/Cas9)가 연이어 등장하고 그간의 징크핑거에 녹아있던 노하우와 융합되면서 급속도로 관련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유 대표는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적용한 유전자변형 마우스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라며 "유전자변형 마우스 그 자체가 바이오분야 연구의 본질은 아니지만, 연구에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었고, 당시에 다른 이들의 연구개발을 학문적으로나 의료적으로 도움으로써 함께 성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각각의 연구에 맞게 유전자변형이 된 인간화마우스들이 순차적으로 공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생물이다보니 내부 관리부터 배송까지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다.[사진=이원희 기자]
각각의 연구에 맞게 유전자변형이 된 인간화마우스들이 순차적으로 공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생물이다보니 내부 관리부터 배송까지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다.[사진=이원희 기자]
핵심이 되는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의 실시권은 툴젠으로부터 기술이전 받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이 합류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자체 동물사육시설과 연구시설 및 장비 확보 등의 기반구축이 문제였다.

유 대표는 "직접 신약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개발을 하는 기업을 돕기 위한 유전자변형 동물 기술개발을 하던 우리의 경우 당시 투자 자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가 쉽지 않더라"고 하며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위해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와 생존을 위한 영업매출 달성의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가야 하는 초기 경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를 유지시킨 것은 역시 기술력이었다. 2016년과 2017년 유전자 편집기술을 더욱 고도화시키며 동시에 면역세포를 결핍시켜 사람세포에 대한 이식거부반응을 없앤 면역부전마우스(NIGTM/NSIG)를 개발,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어서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연계 TIPS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등 초기투자 유치의 기회를 열어가며 주어진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여전히 기술개발 및 기술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부족하지만 매출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국내외 대부분의 의약바이오기업 및 연구팀이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이용한 실험을 필요로 한다는 점, 즉 잠재고객이 많은 것이 유효했다. 지에이치바이오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해 와이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대전 지역 연구기관 및 바이오기업에 유전자변형 마우스와 인간화 마우스를 이용한 유효성평가 서비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공급처를 찾던 기관 및 기업들에게 국내에서 순도 높은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확보할 수 있는 파트너가 등장한 것이다.

지에이치바이오는 부지런히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유 대표는 "암 이외에도 다양한 질병에 대한 특성을 반영한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비롯해 이식용 플랫폼 동물에 인간세포를 이식할 수 있는 한층 고도화된 기술 등을 계획하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유관기관 및 바이오기업들과의 협업과 소통을 통해 상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유 대표는 초기 바이오기업 및 예비창업자에게 "바이오분야 특성상 설립 이후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라며 "시작부터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기술경쟁 논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조언을 전했다.

※ 본 기사는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와 함께 준비한 기사로 센터 뉴스레터 및 오프라인소식지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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