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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다루는 법을 배우라. 거절에 익숙해지라. 그리고 질문하라" 노벨상 수상자의 10가지 멘토링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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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다루는 법을 배우라. 거절에 익숙해지라. 그리고 질문하라" 노벨상 수상자의 10가지 멘토링 원칙

2021.11.09 14:05
201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버트 레프코위츠 듀크대 교수. IBS 제공
201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버트 레프코위츠 듀크대 교수가 9일 대전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 IBS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온라인 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 IBS 제공

“항상 실패를 다루는 법을 배우고 연구가 거절되는데 익숙해지라고 합니다. 문화적 차이가 있을수는 있겠지만 과학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패러다임이건 교과서 내용이건 모든 것에 질문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많은 한국 출신을 만나봤지만 일부는 조금 질문을 덜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201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로버트 레프코위츠 미국 듀크대 교수는 9일 대전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 IBS 개원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 “한국 문화에서는 교수에게 도전을 주는 게 어려운 것 같은데 제 성공의 비결은 항상 뭐든 질문을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외부의 자극을 우리 몸의 세포 내로 전달하는 센서인 ‘G단백질 결합 수용체’를 발견한 공로로 2012년 브라이언 코빌카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와 상을 받았다. GPCR는 사람의 생식과 대사, 면역, 운동, 소화, 호흡, 혈액순환, 수면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양한 질환에 관여하기 때문에 제약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중추신경계 질환, 심장 질환, 염증, 대사 이상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이는 약물 중 30%가 GCPR과 관련된 제품이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베트남 전쟁을 자신이 실패의 중요성을 배운 연구 전환점 중 하나로 꼽았다. 당시 미국은 수련의 과정을 마친 의사들을 2년간 강제로 징집했다. 이 중 우수한 의사들은 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는 공중보건서비스부에 복무시켰다. 레프코위츠 교수도 이곳에 복무하며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복무기간 2년 중 1년 반은 처음으로 실패를 맛본 순간들이었다”며 “마지막 6개월간 연구에서는 처음으로 논문을 발간하며 성공을 맛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1964년부터 1972년까지 매년 80~100여 명이 징집을 통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 2년간 복무했다. 8년 동안 연구를 NIH에서 배운 의사과학자들 중 10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및감염병연구소(NIHID) 소장도 레프코위츠 교수의 동기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10명 중 4명이 노벨상 수상자로부터 교육을 받았다”며 “똑똑하고 동기부여가 충분한 사람들과 대단한 멘토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1974년 듀크대에서 교수로 일한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자의 멘토로 일하며 느낀 경험을 10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배우는 사람에 맞는 멘토링이 필요한 점과 항상 집중할 것을 독려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현미경을 항상 기숙사 방에 두고 고개를 둘리면 현미경 안 무언가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현미경을 보게 해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저를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을 불태울 불꽃을 만들어 줄 것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대신 역량을 쌓게 해줄 것,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할 수 있도록 할 것, 끈질기게 버티게 해줄 것을 강조했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학생들에게 내가 당신의 프로젝트에 열정을 갖게 하라고 주문한다”며 “프로젝트를 해도 몇 년간 아무 발견이 없을 수 있는데 긴 호흡으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섬세하게 도움을 줄 것과 스토리텔링을 강조할 것도 설명했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학생들이 성공을 하더라도 어느 순간 본인이 코칭을 받아 성공했다며 주인의식이 없어질 수 있다”며 “적정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머감각도 과학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관계를 보고 다른 사람을 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이 유머감각과 연결된다”며 “농담 속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과학적 발견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멘토를 존경할 것을 강조했다.

 

9일 대전 유성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강당에서 2021 사이언스 얼라이브+IBS, 새로운 발견을 향한 10년 행사가 열리고 있다.
9일 대전 유성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강당에서 2021 사이언스 얼라이브+IBS, 새로운 발견을 향한 10년 행사가 열리고 있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어떤 것을 갖춰야 하냐는 질문에 “2012년 수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을 갔을 때 한국 기자가 노벨상 과학 수상자가 안나왔다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했다”며 스포츠를 예로 들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하는 환경을 갖추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야 올림픽에 참여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서 가장 잘하는 학생이 걸러지고 대표팀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에서도 미국이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며 뉴욕 브롱스 과학고에서 자신이 8번째 수상자인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노벨상을 탈 수 있는 저만의 비법이 있다”며 초콜릿을 들기도 했다. 그가 2012년 노벨상을 받을 당시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는 국민 1인당 초콜릿 소비량과 인구 1000만 명당 노벨상 수상자 비율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는 “75% 카카오가 든 다크초콜릿을 좋아하는데 부인에게 1주일 두 번 먹는걸 매일 먹는걸로 허가받은 두 달 뒤 노벨상을 탔다”며 “초콜릿 최소 기준치가 있고 초콜릿이 빠르게 작용한다 가설을 세울수 있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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