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NICE, 백금기반 화학요법 후 유지치료 적응증 권장 안해
FDA 적응증 확대 승인 이후 결과 희비..."한국서 적응증 확대 노력하겠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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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방광암 적응증 확대를 추진 중인 화이자와 머크의 PD-L1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가 영국에서 발목을 잡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적응증 확대에 성공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특히 영국에서는 비용효율성의 한계가 적응증 확대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한국에서의 상황에도 관심이 모인다.

 

영국 NICE,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 '거절'

최근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바벤시오의 요로상피세포암 1차 유지요법 적응증 확대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바벤시오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NICE는 바벤시오가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약물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비용효율성에 가로막혔다.

바벤시오가 말기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는 치료법으로써 약물 사용기간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다.

회사 측은 환자의 95%가 질병 진행과 관계 없이 2년 후 바벤시오 치료를 중단할 것으로 가정했지만, NICE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NICE가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Javelin Bladder 100 임상3상 연구에서 치료 2년 시점에서 회사 측이 가정한 것보다 많은 수의 환자가 바벤시오를 복용하고 있었다.

특히 NICE는 바벤시오 치료 이후 다른 면역요법을 받을 수 없는 점을 지적하며, 환자의 질병 진행 여부를 떠나 더 오래 치료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에 NICE는 바벤시오의 비용효율성 추정치가 NHS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보다 높다고 판단, 적응증 확대를 승인하지 않았다.

다만, NICE는 바벤시오의 방광암 적응증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백금기반 화학요법 후 질병이 진행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를 위한 치료법은 아테졸리주맙, 도세탁셀, 파클리탁셀, 지지요법 등만 존재하는 상황.

NICE 보건기술평가센터 Meindert Boysen 소장은 "방광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바벤시오가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유망한 약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침을 통해 강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측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FDA에서는 성공했지만...한국에서는?

지난해 FDA는 바벤시오의 방광암 적응증 확대를 승인했다.

FDA는 앞서 2017년 바벤시오를 백금기반 화학요법 도중 또는 이후 질병이 진행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와 백금기반 화학요법으로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을 받은 후 12개월 이내에 질병이 진행된 환자의 치료제로 신속승인한 바 있다.

FDA의 결정은 NICE가 거절한 근거가 됐던 Javelin Bladder 100 임상3상 연구가 기반이다. 이 연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0)에서 발표됐다.

Javelin Bladder 100 임상3상은 1차 화학항암치료 이후 도중에 질환이 악화되지 않은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환자의 51%(n=358)는 PD-L1 양성 종양 환자였다. 환자들은 바벤시오와 최적지지요법(best supportive care, BSC) 병용요법 치료군(n=350)과 BCS 단일 치료군(n=350)으로 배정됐다.

연구의 1차 목표점은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으로 설정했다.

연구 결과, 치료 19개월차의 OS는 바벤시오+BSC 치료군이 21.4개월, BSC 단독군이 14.3개월로 바벤시오가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31%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95% CI 0.56-0.86; P<0.001).

특히 관찰기간 동안 바벤시오+BSC 치료군에 속한 PD-L1 양성 환자의 경우 OS 중간값에 도달하지 않은 반면, BSC 단독군은 17.1개월로 확인됐다(HR 0.56; 95% CI 0.40-0.79; P=0.0003).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는 바벤시오+BSC 치료군이 3.7개월, BSC 단독군이 2.0개월로 확인됐다(HR 0.62; 95% CI 0.52-0.75; P<0.001).

이처럼 바벤시오가 방광암 적응증 확대를 놓고 미국과 영국에서 상이한 결과를 받아든 데는 각 국가의 건강보험제도 차이에 기인한다.

영국 NHS는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과 주치의를 지정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환자들은 의약품 처방을 비롯해 모든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반면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개인마다 의료보험을 반드시 가입할 필요가 없어 개인 또는 회사별로 각자 가입해야 한다. 소액의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의료비는 보험사에서 처리하는 구조다.

이같은 차이로 인해 영국에서는 바벤시오의 비용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도 같은 상황이다.

한국에서 바벤시오의 방광암 적응증 확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영국에서는 바벤시오 투여 대상 환자를 약 750명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화이자 측은 적응증 확대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머크와 협의해 국내 방광암 환자들에게 추가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자 적응증 확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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