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KAIST·연구소·대학병원 연계 인프라 구축
인천 가세, 대기업 인프라 강점 내세워 '맹추격'
청주도 6대 바이오 행정기관과 인프라 차별화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랩센트럴(LABCENTRAL) 소개. [사진=LABCENTRAL 제공]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랩센트럴(LABCENTRAL) 소개. [사진=LABCENTRAL 제공]
K(한국형) 바이오 랩센트럴 유치전이 본격화됐다. 랩센트럴(LabCentral)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바이오 창업 육성공간이다. 이 지역에는 대학-연구소-대학병원-벤처캐피털(VC)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어 바이오벤처가 자발적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벤치마킹하고 2월 중 한국형 랩센트럴 후보지 공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전(대덕)이 2019년 가장 먼저 보스턴 현장 탐방을 시작으로 국가 랩센트럴 유치 필요성을 피력한 가운데, 인천(송도)과 청주(오송)가 유치전(戰)에 뛰어들어 불꽃 접전을 펼치는 양상이 됐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랩센트럴 후보지 공모는 2월 초·중으로 예정돼 있다. 중기부는 랩센트럴 구축을 위해 상반기 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BIG3 분야 중 바이오헬스를 한 축으로 꼽은 만큼 예타 통과가 담보된 사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산 규모는 후보지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2000억원 이상으로 점쳐진다.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 관계자는 "공모는 2월 중 예정돼 있고, 예산 규모는 후보지 인프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바이오 '랩센트럴' 뭐길래
 

랩센트럴(LABCENTRAL) 인근에는 MIT(매사추세츠공과대)를 비롯해 대학병원,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 법률 자문 업무가 가능한 주체들이 모여 있다. [사진=Google Map]
랩센트럴(LABCENTRAL) 인근에는 MIT(매사추세츠공과대)를 비롯해 대학병원,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 법률 자문 업무가 가능한 주체들이 모여 있다. [사진=Google Map]
랩센트럴은 2013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설립된 비영리 바이오 창업 지원기관이다. 바이오 벤처 특성상 실험을 위한 고가의 연구장비와 대학병원 임상 연계가 필요하다. 랩센트럴 주변에는 MIT(매사추세츠공과대), 하버드대가 있고, 글로벌 제약기업 연구소가 위치한다. 대학병원을 포함해 노바티스 벤처 펀드(Novartis Venture Funds), 바이오이노베이션 캐피털(BioInnovation Capital), 네스트 바이오 벤처스(Nest.Bio Ventures) 등 수십 개 벤처캐피털(VC)까지 집적돼 있다. 

랩센트럴은 연구 인프라 활용뿐만 아니라 인력 교류, 대학병원 임상 연계, 법률·특허·운영 자문, 투자까지 원스톱(한 번에 여러 일 해결)으로 바이오벤처를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수백개 바이오벤처가 랩센트럴을 찾는다. 선정위원회 평가를 거쳐 입주하는 기업은 사업 성장 가능성을 검증 받았다는 프리미엄을 받고 투자와 연계가 가속화된다. 

보스턴 글러브(Boston Globe) 등 지역 매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매사추세츠주에만 700개 이상 바이오벤처가 밀집해 있고,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에만 500개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신약 개발이나 바이오 기술을 고도화하려면 보스턴으로 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바이오 연구개발에 요구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연결되고 있다. ☞보스턴 글러브 관련 보도. 
 
◆대전, KAIST·연구소·대학병원 연계 인프라 구축   
 

허태정 대전시장은 취임 이래로 대전 미래 먹거리는 바이오 산업이라며, 관련 정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벤처들이 지역 대학병원과 밀착해 임상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인프라르 구축했다. 대전시는 2019년 11월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바 있다. [사진=대전광역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은 취임 이래로 대전 미래 먹거리는 바이오 산업이라며, 관련 정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벤처들이 지역 대학병원과 밀착해 임상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인프라르 구축했다. 대전시는 2019년 11월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바 있다. [사진=대전광역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은 랩센트럴 유치를 위해 2019년 마틴 월시 미국 보스턴 시장을 예방하고 바이오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보를 청취한 바 있다. [사진=대전광역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은 랩센트럴 유치를 위해 2019년 마틴 월시 미국 보스턴 시장을 예방하고 바이오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보를 청취한 바 있다. [사진=대전광역시 제공]
랩센트럴 유치는 대전이 가장 발 빠르게 준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2019년 4월 보스턴·케임브리지 탐방 일정에서 첫 방문지로 랩센트럴을 둘러보고 설립 목적과 운영방식 등을 살펴봤다. 당시 마틴 월시(Martin Walsh) 보스턴 시장을 예방하고 바이오 산업 생태계 구축 조언을 받기도 했다. 문창용 전 대전시 과학산업국장 체제에선 바이오산업 육성전략으로 '2030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랩센트럴 유치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대전은 바이오벤처 간 자생적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다. 1세대 바이오기업부터 신진 바이오기업까지 70여 개가 넘는 기업이 바이오헬스케어협회에 소속돼 있다. 다만 그동안 대학병원으로부터 검체를 확보하는 등 의료계와 연계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전시는 미래 산업을 바이오로 판단하고, 보완점을 채웠다. KAIST·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 인프라와 인재 풀은 강점이 있지만, 병원과 연계가 부족했다. 이에 대전시는 정책으로 이를 보완하고자 목표했고 2019년 11월과 2020년 8월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 공모 사업을 따낸 바 있다.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통해 충남대병원·건양대병원·을지대병원 등 3개 대학병원과 인체유래물은행 공동 운영과 체외진단기기 상용화 검증 패스트트랙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이오기업이 평균 20억원을 들여 구축할 생물안전도(BL·Biosafety Level) 3등급 시설을 지역 대학병원에 마련해 기업들이 공동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허태정 시장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전이 랩센트럴을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을 피력하는 등 대외적으로 랩센트럴 최적지로서 대전의 강점을 세일즈하고 있다. 바이오랩센트럴 구축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대전테크노파크(대전TP)와 기획 타당성을 조사하고 120페이지에 달하는 대전의 장단점을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대전 유성구가 지역구인 조승래·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도 랩센트럴 유치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인천, 셀트리온·삼성바이오 인프라 활용 계획 '맹추격'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해 11월 인천 송도에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 인천, 인천상륙작전, 인천의 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정부 관계자에게 소개했다. [사진=인천광역시 제공]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해 11월 인천 송도에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 인천, 인천상륙작전, 인천의 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정부 관계자에게 소개했다. [사진=인천광역시 제공]
인천은 랩센트럴 유치전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대기업 인프라를 활용하는 전략을 택하며 맹추격에 나섰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1조7000억원과 7000억원을 들여 인천 송도에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인천시는 대기업과 바이오벤처가 연계할 수 있는 클러스터 형성을 목표하고 있다.

박남춘 시장은 지난해 11월 인천 송도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천 특화형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을 소개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인천형 첨단의료 복합단지 조성,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 구축,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부지 확보, 인천형 바이오 랩센트럴 조성, 바이오 창업지원 펀드 조성 방안 등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에는 '인천 바이오 뉴딜 추진계획'에 인천형 바이오 랩센트럴 조성을 추가했다. 바이오 랩센트럴 유치를 우선순위로 둔 것이다. 인천시는 연구 인프라 강화를 위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수도권통합센터 유치를 추진하는 등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미추홀갑) 등 정치권이 물밑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허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진과 랩센트럴 인천 유치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인천시 정치권 관심으로 랩센트럴 유치도 가속화되고 있다.

◆청주, 바이오 인프라 앞세우며 차별화

청주(오송)는 유치 홍보를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진 않지만, 기존 강점으로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청주 오송읍은 대기업 바이오 생산 공장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6대 바이오 행정기관이 있다. 국내 바이오 창업 특성상 허가·심사기관과 밀착한 점은 허가 신속성 측면에서 이점을 지닌다는 평가를 얻는다. 

특히 충북이 바이오 기틀을 가진 배경은 바이오산업국이라는 지자체 별도 조직을 통해 기획, 예산 확보, 기업 유치, 유치된 기업에 대한 성장 지원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청주 오창에 설립되기로 한 방사광가속기 활용도 충북 지역이 내놓고 있는 인프라 강점이다.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 관계자는 "랩센트럴 목적은 바이오벤처에 특화된 인프라 구축"이라면서 "바이오벤처가 구비할 수 없는 실험 장비를 구축하고 병원과 연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위 기사에 소개되진 않았지만 '렙센트럴 공모'에 참여하려는 지자체가 있을 경우, 이메일(HelloDDnews@HelloDD.com)로 계획과 부지 장단점을 정리해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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