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항체의약품 수탁생산(CMO)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과 세포 치료제 CMO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통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항체의약품 CMO 중심의 사업 구조를 확장하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공식 행사에 나선 존 림 대표는 의약품 개발·제조(CDO) 사업 강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CDO 수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사업 시작 3년 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CDO는 세포주 개발 등 임상 1상 시험 신청을 위한 모든 과정을 수탁개발·생산하는 분야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억달러 안팎으로 CMO(133억달러)에 비해 작지만 수익성은 더 좋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O 사업 확장을 통해 현재 짓고 있는 4공장 물량 수주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존 림 대표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1조8500억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달성해 1~3공장이 풀가동되고 있다”며 “(2023년으로 예정된) 4공장 가동 전에 수주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4공장 생산능력의 50%가량은 CDO 사업이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백신 CMO도 신규 사업분야로 꼽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늘어난 백신 수요를 감안해서다. 백신 생산시설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LG화학이 확보한 40여 개 파이프라인을 통해 신약을 꾸준히 내놓겠다고 발표하는 등 K바이오업체마다 ‘신사업·신약 개발 계획’ 보따리를 풀었다. LG화학은 ‘동일 계열 내 최고 의약품(best-in-class)’을 목표로 통풍 치료제, 유전성 비만 치료제를 집중 개발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다소 낮은 ‘최초 신약(first-in-class)’에 올인하기보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시장에서 기존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을 내놓는 데 힘을 쏟겠다는 얘기다.

통풍 치료제가 그런 예다. 편의성을 끌어올려 다국적 제약사들이 장악한 시장에 침투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이 개발 중인 통풍 치료제는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한 알만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강점이다. LG화학은 올 2분기 이 제품에 대한 미국 임상 2상을 마칠 계획이다.

HK이노엔은 국산 30호 신약인 케이캡의 성과와 함께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자가면역질환 신약은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신약은 유럽 1상을 마쳤다. 항암제로 개발 중인 2개 물질은 조만간 유럽 임상 2상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했다.

휴젤은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톡신 제품의 중국 시장 전략을, 제넥신은 항암제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GX-I7’의 상업화 전략을 공개했다. 나이벡은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를 이용한 항암제 동물시험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이주현/김우섭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