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이란 주로 떨림, 근육의 강직, 그리고 몸동작이 느려지는 등의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주로 노년에 나타나는 이 질병에 대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파킨슨병 환자는 2014년 9만 6673명에서 2017년 11만 5679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파킨슨병은 중뇌의 흑색질이라 불리는 부위의 도파민 세포가 사멸해가며 발생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의 하나이다. 대부분은 가족력 없이 발생하며 아직 원인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이렇게 뚜렷한 발병 원인을 모를 때 ‘특발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파킨슨병의 대부분이 이런 특발성 파킨슨병에 해당한다.
파킨슨병, 치료 약은 L-DOPA
파킨슨병에 걸렸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운동장애가 점점 진행된다. 따라서 걸음을 걷기가 어렵고 일상생활을 전혀 수행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아직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낫게 만드는 방법은 없으나, 약물을 이용해서 진행을 늦출 수는 있다. L-DOPA라는 화합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흑색질 세포의 사멸로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도파민 보충을 위해서 도파민을 복용한다면 효과가 없다. 도파민은 뇌와 혈액을 격리하는 혈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도파민의 전구물질 L-DOPA(Levodopa)를 복용함으로써 도파민을 보충할 수 있다.
L-DOPA는 1967년 의약품으로 공인된 이후 파킨슨병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자주 쓰이는 치료법이다.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선언한 필수 의약품이기도 하며, 시장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일일 2달러꼴인 L-DOPA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점점 더 문제가 되고 있다.
L-DOPA 생산하는 토마토 재배 성공해
앞으로는 L-DOPA를 더 저렴하게 생산해 개발도상국 등에 공급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영국의 존 인스 센터에서는 L-DOPA를 포함한 유전자 변형 토마토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존 인스 센터의 연구진은 비트의 뿌리에서 L-DOPA의 합성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도입해 토마토 열매에서 L-DOPA를 생산할 수 있게 만들었다.
L-DOPA는 많은 식품에 포함된 아미노산인 타이로신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타이로신으로부터 L-DOPA를 만드는 효소인 타이로시네이즈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토마토에 삽입했다. 그 결과 토마토 1kg당 L-DOPA 150mg을 획득했다.
다음 목표는 L-DOPA를 토마토에서 추출하여 의약품으로 정제하는 생산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이 연구의 교신저자인 케이티 마틴 교수는 “L-DOPA 농도를 높인 토마토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프라를 이용해 토마토를 재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유전자 변형 토마토는 온실과 매우 좁은 그물망이 있는 등 통제된 환경에서 재배할 수 있으므로 곤충을 통해 꽃가루가 빠져나가는 것 또한 막을 수 있다.
측정 가능한 양의 L-DOPA 분자를 가지고 있는 식물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가장 많이 연구된 식물은 벨벳 콩이라고도 불리는 Mucuna pruriens인데, 씨앗에 10%의 L-DOPA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해당 식물의 꼬투리에는 현장 작업자에게 엄청난 가려움증 또는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단백질 점액이 포함되어 있어 문제가 된다. 또한 콩 자체에는 트립타민도 포함되어 있는데, 트립타민 수치가 올라가면 파킨슨병 환자에게 환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연구논문의 제1 저자인 다리오 브레텔 박사는 “우리는 L-DOPA의 공급원으로 타이로시네이즈 발현 토마토를 사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것은 합성 생물학을 위한 강력한 새로운 옵션으로 토마토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유통기한을 늘리고, 우리가 조사할 수 있는 아미노산 수치가 늘어나는 등 여러 유익한 효과가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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