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NASH 치료제 시장 정조준
꾸준히 늘어가는 환자, 뚜렷한 치료제 없어
30조원 규모 시장 선점시 수익 창출 효과 쏙쏙

국내 제약사들이 3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시장 선점에 나섰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대사 문제로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염증이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간 기능 손상이 심화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확대될 수 있다. 환자는 나날이 늘어가지만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

제약사들은 이 시장을 선점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LG화학을 비롯해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이 NASH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유의미한 NASH 치료제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4일 글로벌데이터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NASH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6년 253억달러(약 28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7개 국가의 NASH 환자 수는 약 60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복합적 질환 성격을 띠고 있어 치료제 개발 난이도가 높다. 뿐만 아니라 세계 규제당국도 까다로운 허가 요건을 내걸었다. 길리어드와 인터셉트, 갈렉틴 테라퓨틱스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에 나섰지만 명확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임상을 중단한 배경이자, 국내 제약사들이 뛰어든 이유다.

최근 국내 제약사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LG화학과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 후 국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한편, 해외 학회에서 유의미한 연구결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LG화학은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 신약 후보물질(TT-01025)의 임상1상 시험계획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받았다. LG화학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한다.

TT-01025는 LG화학이 8월 중국 ‘트랜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를 목표로 도입한 치료제 파이프라인이다. 간에서의 염증 진행과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진 VAP-1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전임상 결과에서 약물 간 상호작용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가능성을 보였다. LG화학은 NASH 시장의 잠재성을 고려해 글로벌 프로젝트로 NASH 치료제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미약품도 NASH 치료제 임상에 박차를 가한다. 한미약품의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인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LAPS Triple Agonist)는 7월 미국 FDA로부터 신속 개발 필요성을 인정받으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이같은 평가를 토대로 NASH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의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과 인슐린 분비·식욕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 수용체를 동시 활성화하는 삼중 작용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다. 해당 약물은 동물모델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 감소와 조직학적 염증·섬유화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해외에선 한미약품의 NASH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한미약품은 8월 미국 MSD에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를 NASH 치료제로 개발·제조·상용화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조원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K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한다.

유한양행도 비임상 독성시험부터 임상까지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과정을 속속 밟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NASH 치료 신약 후보물질(YH25724)에 대한 마일스톤을 수령 중이다.

YH25724는 NASH를 비롯한 여러 간질환 치료를 위한 GLP-1, FGF21의 활성을 갖는 이중 작용 바이오 후보물질이다. 올해 4월 비임상 독성시험 연구 완료에 따라 계약금 중 일부인 1000만달러(약 123억원)를 지급받았다. 유한양행은 연내 임상1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NASH 시장은 잠재 수요가 많지만 아직도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신약 개발 가치가 뛰어나다"며 "앞으로는 그간 각광받던 항암제 시장보다는 NASH 파이프라인이 시장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