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11월 중반 이후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 집단감염 양상이 뚜렷한 3차 대유행이 현실화했다. 연말 코로나19 확산 위기로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최근의 유행 상황과 올해 내내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였던 특정 시기와는 차이점이 있다. 기존 확산 시기에서는 특정 집단과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났다면 최근 유행 상황은 전국을 가리지 않고 직장과 가정, 소모임, 사우나·체육시설·식당(주점, 카페)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행이 이뤄지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취재팀은 앞선 보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의 직간접적 계기가 비교적 명확했던 시기 관련 뉴스 보도의 인터넷 포털 댓글 분석을 통해 확진자 증가와 댓글상 혐오 표현의 관계를 분석했다. 댓글 45만5873건에 대한 분석 결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의 중요 시기마다 혐오 표현이 포함된 댓글은 평균 61%로 나타났으며 대구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2월 말에서 3월 초 혐오 표현이 포함된 댓글 비중은 62.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인터넷상 혐오 여론도 함께 늘어났던 것이다.
취재팀은 인터넷 보도의 댓글에 대한 분석에 이어 확진자 증가의 직간접적 계기로 지목됐던 특정집단과 지역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인식 현황을 직접 조사했다. 앞선 보도를 통해 확산 초기와 급증기, 일시증가기, 재확산기로 나눠 각 시기별 핵심 키워드로 확산 초기에는 '중국' '중국인'을, 급증기에는 '신천지' '대구'를, 일시증가기에는 '외국인' '입국'을, 재확산기에는 '태극기' '교회'로 뽑아 관련 기사 혐오 댓글을 분석한 연장선상에서 이와 연관된 특정집단을 명시해 혐오 댓글 현상으로 나타난 상황과 국민들의 인식이 관련있는지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잠재적인 혐오 대상 특정집단으로 ‘중국 사람’과 ‘대구 사람’, ‘해외 입국 외국인’, ‘신천지 교인’, ‘태극기 집회 참석자’로 분류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인식이 혐오 댓글로 표출되는 현상을 확인한 상황에서 실제로 국민들의 이들 특정집단에 인식을 다각도로 살펴봄으로써 코로나19로 드러난 혐오 사회의 단면을 짚어보자는 의도였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서울대 인류학과 강사) 연구진과 온라인 조사 전문기업 네오알앤에스의 도움을 받아 코로나19 확산 각 시기별 잠재적 혐오 대상자로 분류될 수 있는 특정집단에 대한 일반적인 심리 조사 요소인 ‘호감도’와 ‘신뢰도’, ‘거리감’, ‘감정온도’와 함께 각 집단이 코로나19 확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인식도를 나타낸 ‘영향력’을 조사했다. 이때 영향력은 실제 확산에 기여한 영향과는 별개로 특정집단의 확산 원인 제공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을 조사했다.
국내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들이 코로나19 확산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인식하는 특정집단은 신천지 교인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 사람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 해외 입국 외국인, 대구 사람 순이었다.
특히 영향력(확산 원인 인식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특정집단은 나머지 검사 지표인 호감도와 신뢰도, 거리감, 감정온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특정집단은 코로나19 확산의 직간접적 계기로 지목되면서 국민들의 특정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겼고, 부정적 인식이 감염병 시대 혐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특정집단의 코로나 확산 원인 인식도 모두 높아...성별·권역별·정치성향별로 달라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직간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목된 특정집단의 영향력 인식에서는 모두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를 5점으로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를 1점으로 한 5점 척도 조사에서 조사 대상이었던 모든 집단에 대한 영향력 점수가 평균 3점(보통)을 넘어선 가운데 신천지 교인 4.52점, 중국 사람 4.19점, 태극기 집회 참석자 4.09점, 해외입국 외국인 3.71점, 대구 사람 3.20점으로 나타났다. 물론 영향력 점수는 실제 확산에 기여한 영향력과는 무관한 응답자들의 주관적인 인식이다.
성별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특정집단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식이 높았다. 신천지 교인은 남성의 경우 평균 4.52점이었지만 여성은 4.62점으로 높았다. 중국 사람에 대한 영향력 인식도 남성은 4.19점, 여성은 4.31점이었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의 영향력은 남성이 4.09점이었으나 여성이 4.27점으로 높았으며 해외 입국 외국인의 영향력 인식도는 남성 3.71점, 여성 3.29점으로 나타났다. 대구 사람의 경우 남성 3.20점, 여성 3.24점으로 대동소이했다.
연령별로는 신천지 교인과 중국 사람에 대해서는 20대 이하에서 영향력 인식이 높았고 태극기 집회 참석자과 대구 사람에 대해서는 30대, 해외 입국 외국인에 대해서는 40대에서 영향력이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는 신천지 교인과 중국 사람이 코로나19 확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하는 반면 30대 이상에서는 외국인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 대구 사람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더 미쳤다고 본 것이다.
설문 응답자를 수도권과 충청권, 경상권, 호남권, 기타권역으로 나눈 권역별로 보면 경상권 응답자들은 대구 사람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의 코로나19 확산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낮게 봤다. 대구 사람의 경우 경상권의 영향력 점수가 3.14점으로 가장 낮고 수도권(3.17점), 충청권(3.44점), 호남권(3.34점), 기타권역(3.50점)이었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의 경우 경상권 응답자의 영향력 점수가 4.02점으로 가장 낮은 반면 수도권(4.20점), 충청권(4.36점), 호남권(4.33점), 기타권역(4.10점)이었다.
응답자의 정치성향별로 분석한 결과 자신을 ‘보수’에 속한다고 한 응답자들은 신천지 교인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 대구 사람에 대한 영향력 점수를 현저히 낮게 답했다. 신천지 교인의 영향력 점수의 경우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한 응답자들의 평균은 4.73점인 반면, 보수 성향 응답자들은 4.37점이었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의 영향력 점수는 진보 성향 4.52점, 보수 성향 3.63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 코로나 확산 원인 제공 크다고 느끼는 집단일수록 호감도·신뢰도 낮아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특정집단별 호감도와 신뢰도는 코로나19 확산 영향력 인식과 맥락을 같이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많이 준 것으로 느끼는 집단일수록 호감도와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5점 만점(매우 좋아한다)과 최저 1점(매우 싫어한다)을 기준으로 호감도 점수를 분석한 결과 신천지 교인의 호감도 점수는 1.52점으로 가장 낮았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 1.80점, 중국 사람 2.34점, 해외 입국 외국인 2.93점, 대구 사람 3.23점 순이었다.
신뢰도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5점 만점(매우 신뢰한다)을 기준으로 한 신뢰도 점수에서 신천지 교인은 1.55점으로 가장 낮았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 1.83점, 중국 사람 2.15점, 해외 입국 외국인 2.78점, 대구 사람 3.18점 순이었다. 호감도와 신뢰도에서 대구 사람만 각각 3.23점, 3.18점으로 보통(3점)을 넘겼으며 나머지 특정집단은 모두 보통 미만의 점수로 분석됐다.
실제로 조사 항목별 상관관계 분석에서도 특정집단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호감도와 신뢰도의 상관계수는 0.828로 최대치인 1에 가까웠다. 특정집단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수록 또는 신뢰도가 높을수록 각각 신뢰도와 호감도도 높았던 것이다.
남성보다 여성에 비해 각 특정집단별 호감도 점수와 신뢰도 점수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호감도의 경우 신천지 교인에 대한 남성 응답자의 호감도는 1.60점인 데 비해 여성 응답자의 호감도는 1.45점이었으며 신뢰도의 경우에도 동일한 신천지 교인에 대해 남성 응답자의 호감도는 1.60점, 여성 응답자의 호감도는 1.49점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분석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친 특정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도 연관된다.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얼마나 줬는지를 따지는 영향력 점수는 신천지 교인이 4.52점으로 가장 높았고 중국 사람 4.19점, 태극기 집회 참석자 4.09점이었다. 중국 사람의 경우 영향력 점수가 높은 데 비해 호감도와 신뢰도는 신천지 교인이나 태극기 집회 참석자보다 소폭 높았지만 전체 평균 호감도 2.34점, 신뢰도 2.15점으로 해외 입국 외국인이나 대구 사람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으로 여기는 특정집단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는 1점대에 그친 것이다.
이같은 감정인식은 코로나19 확산 영향력 점수와 마찬가지로 정치성향에서도 확연히 갈렸다. 자신을 진보성향이라고 한 응답자의 신천지 교인 호감도와 태극기 집회 참석자 호감도는 각각 1.43점, 1.37점에 불과했고 신뢰도도 각각 1.41점, 1.45점에 그쳤다. 반면 자신을 보수성향이라고 한 응답자의 신천지 교인 호감도와 태극기 집회 참석자 호감도는 1.67점, 2.32점으로 나타났고 이들 각 집단에 대한 신뢰도도 1.73점, 2.37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 거리감·감정온도에서도 특정집단별 인식 엇갈려
특정집단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 분석 외에 거리감과 감정온도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다. 거리감을 측정하는 데는 ‘내 자녀와 (특정집단과의) 결혼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지’를 매우 반대(4점), 반대(3점), 찬성(2점), 매우 찬성(1점)으로 물었다. 이 설문문항은 사회심리학과 인류학 분야에서 내집단과 외집단의 거리감을 측정하는 주요 도구 중의 하나로 학술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문항이다.
감정온도는 ‘외집단’에 대한 태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0도를 ‘매우 차갑거나 우호적이지 않은 태도’로 100도를 ‘매우 따뜻하거나 우호적인 태도’로 설정해 각각 감정온도를 응답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신천지 교인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에 대한 거리감 점수가 각각 3.71점과 3.38점으로 가장 높았다. 중국 사람에 대한 거리감 점수도 3.18점으로 상당히 높았으며 해외 입국 외국인(2.69점)과 대구 사람(2.17점)이 뒤를 이었다.
감정 온도에서도 신천지 교인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에 대한 감정온도가 가장 낮았다. 신천지 교인에 대한 응답자들의 감정 온도는 13.8도에 그쳤고 태극기 집회 참석자에 대한 감정온도도 20.0도에 불과했다. 중국 사람에 대한 감정 온도는 28.2도, 해외 입국 외국인 43.3도, 대구 사람 54.4도 순으로 분석됐다.
● 어떻게 조사했나
2020년 10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통계상의 18세~69세 인구 3842만1974명을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비율을 기준으로 조사대상을 설계했다. 각 연령별 비율에 따라 남성 507명과 여성 493명이 응답했다.
권역별로는 인구통계상 비례에 맞춰 수도권 513명, 충청권 105명, 경상권 249명, 호남권 93명, 기타권역 40명으로 전체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설계 기준으로 무작위로 응답자를 모집했으며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의 신뢰수준은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1%p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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