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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치매’ 피크병, 알츠하이머와 차이점은?
‘중년 치매’ 피크병, 알츠하이머와 차이점은?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0.11.03 13: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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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5세로 발병 연령대 낮은 피크병...알츠하이머병과 증상 비슷하나 차이 커
전체 치매 환자 1~2%에서 발견...완치 불가능하고, 이상 행동 나타나는 게 특징
‘40~60대 중년 남성’ 가장 위험...TDP-43 억제로 질환 치료하려는 시도 활발

[바이오타임즈] 피크병(Pick’s disease)은 뇌의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파괴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1~2%는 피크병 환자로 알려지며, 20%는 유전성으로 파악된다. 피크병은 발병 연령대가 45~65세로 낮아 ‘중년 치매’로 불린다. 알츠하이머병과 증상이 비슷해 알츠하이머병으로 자주 오인되지만, 변성 부위도 다르고 초기 증상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만 말기로 갈수록 알츠하이머병과 구분이 힘들어진다. 

피크병을 앓는 65세 백인 여성의 뇌 MRI (출처: Wikimedia)
피크병을 앓는 실제 환자의 뇌 MRI (출처: Wikimedia)

전체 치매 환자 1~2%에서 관찰...FTD 한 종류로 분류

피크병은 1892년 이 병을 처음 세상에 알린 체코 출신 의사 아널드 픽(Arnold Pick)의 이름을 따왔다. 당시 픽은 논문을 통해 점진적 언어 장애와 측두엽 위축 소견을 나타내는 환자들을 다수 보고했는데, 1911년 독일 정신과 의사 알츠하이머가 이 같은 증상을 보인 환자들의 뇌 조직에서 ‘픽바디(Pick body)’라는 소체를 발견하면서 질환으로 정립했다. 현재 피크병은 전두측두엽치매(FTD)의 한 종류로 분류된다. 

피크병은 알츠하이머병과 비슷해 보이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피크병은 행동 장애·인격 장애가 초기부터 나타나는 반면, 알츠하이머병은 기억 장애·시공간 능력 장애가 먼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 피크병은 발병 연령대가 45~65세로 빠르고, 알츠하이머병은 후천적·유전적 원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65세 이후 발생한다. 

피크병은 치매 환자의 1~2% 사이에서 발견되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다. 미국에선 전체 치매 환자의 10~15%가 피크병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는 아직 공식적 통계가 없지만, 0.1~1%대로 추정된다. 피크병은 알츠하이머병과 마찬가지로 완치가 불가능하다. 5~10년 동안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나, 수년 만에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수십년 동안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피크병 환자의 주요 증상 (출처: 보건복지부)
피크병의 주요 증상 (출처: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연구원, 대한의학회)

생검으로 확진 가능...대표적 특징은 ‘이상 행동’

피크병은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춘다. 우울 증세가 심하면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수면 장애가 심하면 수면 치료, 뇌전증(간질) 증세가 심하면 뇌파 검사 이후 항뇌전증약을 처방하는 식이다. 피크병은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단층촬영(PET) 등 영상 장비만으로는 확진이 어렵고, 뇌 생검(생체검사)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사후 부검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다. 

피크병의 대표적 특징은 ‘이상 행동’이다.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지나친 장난 △도둑질 등 일탈 행동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 △동일한 말 반복 △남의 말 따라 하기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무기력한 모습 △취향 또는 기호의 갑작스러운 변화 △항상 쓰는 물건이나 사용 방법을 잊어버림 등이 나타나면 피크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원인은 전두엽 때문이다. 피크병으로 전두엽이 위축되면서 성격과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대뇌반구 앞쪽에 있는 전두엽(이마엽)은 충동과 감정을 조절한다. 전두엽이 손상되면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충동적 성향이 강해진다. 2007년 일본 정부는 도둑질 등 일탈 행동으로 해고된 이후 피크병 진단을 받는 중장년층이 늘어나면서 전국적인 실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신경퇴행 경로를 발견한 한국뇌연구원 연구팀. 왼쪽부터 김세연 제1저자, 김형준 교신저자, 이신려 제1저자
신경퇴행 경로를 발견한 한국뇌연구원 연구팀. 왼쪽부터 김세연 제1저자, 김형준 교신저자, 이신려 제1저자

아직 치료법 없지만...TDP-43 축적 억제로 가능성 제시

피크병은 아직 치료법이 없다. 신경 세포의 소실이 주요 원인인 것은 밝혀냈지만, 변성이 어디서(백질, 세포체) 시작되고, 왜 전두측두엽으로 변성 범위가 제한되는지 등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마찬가지로 유전성 발병이 확실한 사례들도 몇몇 예를 제외하면 정확한 원인을 꼬집지 못하고 있다. 피크병 치료제 개발이 더딘 이유다. 

피크병의 고위험군은 40~60대 중년 남성이다. 피크병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피크병은 발병 초기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 우울증이나 정신 질환으로 착각되기 쉽다. 특히 △식욕 과장 △성욕 과장 △폭력적 성향 강화 등은 피크병 환자가 가장 흔하게 보이는 증상들이다. 

최근에는 신경세포를 퇴행시키는 주요 이상 단백질 ‘TDP-43’의 축적을 억제해 피크병 및 여러 신경퇴행성 질환의 치료를 시도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지난달 한국뇌연구원(KBRI),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TDP-43 응집 시 신경교세포 활성을 통해 신경세포 사멸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치매, 루게릭병 등 주요 뇌질환의 새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신경 면역 분야 국제 학술지 ‘신경염증저널(Journal of Neuroinflammation)’에 최신 호에 게재됐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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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2023-07-26 08: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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