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미성년 자녀·공저자 논문’ 485건 중 34건 연구부정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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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미성년 자녀·공저자 논문’ 485건 중 34건 연구부정 판정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0.10.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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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검증논문 65건 중 21건…국립대 가운데 ‘최다’
- 연구부정 처벌, 경고·견책에 그쳐...솜방망이 징계
- 2017년 이전 위반 건은 징계시효 3년 적용으로 처벌 못해
- 1차 검증에서 대학들의 부실 검증 의혹
▲ SBS뉴스 캡쳐
▲ SBS뉴스 캡쳐

연구내용 또는 결과에 대해 공헌이나 기여를 하지 않은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논문에 저자로 표시하는 것은 현행 법령 상 부당한 저자표시로 연구부정행위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대학 교수가 자신의 자녀 및 미성년 학생을 논문 공동 저자로 끼워넣은 연구 부정행위가 주요 국립대들에서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이와 함께 대학 측의 부실 검증 정황, 솜방망이 처벌 역시 문제로 드러났다.

국립대 교수의 미성년 자녀 및 미성년 공저자 논문의 연구진실성위원회(부당 저자) 검증 결과, 대상 논문 총 458건 가운데 34건이 연구 부정으로 판정됐다. 서울대학교는 총 65건 가운데 21건이 무더기 연구 부정 판정을 받아, 연구자 개인의 책임을 떠나 대학이 소속된 교원(연구자) 관리에 책무성을 높이고 부정행위에 대한 엄정한 징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전국 37개의 국립대학(서울과기대·경남과기대 제외)에게 제출받은 ‘교수 미성년 자녀 및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하 ‘논문’) 검증 진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전국 37개 국립대학 가운데 26개 대학에서 자녀 및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 확인되어 연구윤리검증이 진행되었고, 논문에 포함된 교수 미성년 자녀는 92명, 미성년 공저자는 1,178명이었다.

검증 결과 전체 458건 가운데 검증 완료가 300건(65.5%)이며, 이중 위반이 확인된 논문은 34건(11.3%), 위반 없음은 266건이다. 재검증을 포함해 현재 검증이 진행 중인 논문은 158건(34.5%)으로, 앞으로 추가로 연구 부정이 확인되면 연구 부정 판정 논문 수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12월 이후, 국립대와 사립대 등 전국 모든 대학에 대해 총 4차례에 걸쳐 대학 자진신고 및 자체 조사 등 대학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소위 ‘논문 끼워넣기’로 대학교수가 논문에 저자로서 기여한 바가 없는 본인의 자녀 또는 미성년 학생을 논문의 공저자로 등록하고 대학 입시에 활용했는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채택 중인 논문 검증 체계는 먼저 대학이 자체 조사를 통해 검증 결과를 교육부에 제출하면, 교육부 및 연구재단, 타 부처 등 각 연구비 출처별로 대학의 검증 결과를 검토하고, 그 결과 연구 부정 아님을 확정하거나, 대학에 재조사를 요청하는 식이다. 그 외 대상자의 이의제기를 통해 재조사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1차 조사를 교수 자진신고 및 대학별 검증에 맡기고, 해당 결과에 대해 교육부가 검토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다 보니, 1차 검증에서 대학들의 부실 검증 의혹이 제기될 뿐 아니라 검증 자체가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현재 검증이 진행 중인 논문 158건 가운데는 2017년부터 시작된 조사가 지금까지도 마무리되지 못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교원이 해당 학교를 이미 퇴직하였거나, 해외 거주, 연락두절, 사망 등 다양한 이유로 대학에서 사실상 검증이 불가한 경우도 있다.

서동용 의원은 “대학마다 관리역량이 제각각이고 실제 대학 내 연구윤리 업무 담당자 부족이나 여러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상황에서 검증을 대학에만 맡겨두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연구윤리 준수 여부를 총괄하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정부기관 설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검증 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있다. 이미 교육부도 지난해 15개 대학 특별감사에서 미성년자녀를 등재한 논문이 있음에도 허위로 보고하거나, 미성년 공저자 논문 실태조사를 고의로 시행하지 않는 등 부실한 실태조사, 부실한 검증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서동용 의원실이 각 대학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초 대학의 검증 결과 ‘연구 부정 아님’으로 제출된 372건 가운데, 교육부와 연구재단 등의 검토 결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재조사 요청’만 130건(34.9%)이었다. 대학들의 스스로 제 식구 감싸기식 부실검증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부정행위가 확인되어도 이에 대한 사후조치가 미흡한 점이다.

교육부는 미성년 공저자 논문 검증과 관련해서 철저히 검증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부정행위자에 대한 대학의 징계처분은 대부분 주의, 경고에 그쳤다. 중징계는 직위해제 1건이 유일했지만 이마저도 해당 교수가 이의를 제기해 징계가 진행 중이다 [전북대 해당 교수 직위해제(2019.07.24.) 조치하였으나, 이의신청에 따른 재심의 및 징계가 진행 중이다.]

서울대의 경우 검증 대상 논문 65건 중 21건이 현재까지 연구부정 판정을 받았다. 검증대에 오른 논문 약 3건당 1건이 부정 판정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특별감사 결과 발표한 4건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규모다. 21건 가운데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정된 논문이 6건, ‘비교적 중대하다’고 판정된 논문이 7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겼다. 교수 자녀가 부당하게 이름을 올린 사례는 4건이었다. 서울대에는 아직 7건의 논문이 검증 진행 중이라 연구 부정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로써 서울대는 이번에 검증대에 오른 전체 국립대학 중 가장 많은 부정 판정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징계조치는 경징계 수준인 ‘경고’ 18건, 주의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두 건은 징계대상자가 이미 타 대학으로 이직하여 소속기관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였을 뿐 실제 징계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 검증에서 서울대 다음으로 부정 판정 논문이 많이 발생한 대학은 전북대로서 8건이었다. 다만 전북대는 해당 논문들 3건에 대해 ‘직위해제’(정직, 해임)의 중징계를 내렸고, 나머지 5건에 대해서도 ‘견책’조치를 해 타 대학들에 비해 엄중한 사후 처벌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징계 수위가 낮은 이유는 연구윤리위반에 따른 교원의 징계 시효가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라는 법 규정 때문이다. 대학과 교육부가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을 연구 부정행위가 확인된 날이 아니라, 논문이 작성된 시점으로부터 해석하기 때문에 올해를 기준으로 2017년 이전에 작성된 논문은 적발되어도 징계 시효가 지나 애초에 제대로 된 처벌이 불가능하다.

▲ 국립대 교수 자녀 및 미성년 공저자 논문 연구 부정행위자에 대한 징계 현황

서동용 의원이 “지난 2011년,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검증시효는 폐지되었으나 정작 징계 시효는 그대로라 제재 효과가 미미하다”라며, “징계 시효를 늘리거나, 연구 부정으로 인한 피해 발생 때까지 징계 시효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이유다.

또한 “연구 부정이 확인되어도 징계가 안 된다면 그것은 연구 부정의 문제를 넘어 공정과 정의의 문제로 비쳐질 수 있다”라며, “향후 교육부가 관계부처와 함께 미성년 공저자 논문에 대한 검증을 완료하고, 종합결과를 발표할 때 징계 시효로 인해 부정행위자가 징계를 면하게 되는 문제 등 국민적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철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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