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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오염,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원인될 수 있다 
대기 오염,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원인될 수 있다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10.21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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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연구팀, 지난 9월 국제 학술지에 멕시코 시티 사망자 186명 뇌간 분석 결과 공개
타우 단백질, 알파-시뉴클레인 등 퇴행성 뇌질환 원인 단백질 발견...초미세 먼지 뇌간 침투 사실도 확인
초미세 먼지, 활성 산소 과잉 생성으로 뉴런 손상시킬 수 있어...뇌 부피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바이오타임즈] 대기 오염의 해로움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이해도는 “몸에 안 좋다” 수준에 그칠 때가 많다. 최근 해외 연구진이 대기 오염의 위험성을 피부로 와닿게 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기 오염 속 금속 입자들이 뇌에 침투해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입자들이 뇌 내 독성 단백질 생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뇌간까지 파고드는 초미세 먼지

미국, 영국, 멕시코 연구진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연구팀은 지난 9월 국제 학술지 ‘환경 연구’에 2004~2008년 멕시코시티에서 사망한 생후 11개월~27세 186명의 뇌간(뇌줄기)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멕시코시티의 대기 오염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연구팀은 이들의 뇌간에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의 단백질 표지자가 나왔으며 대기 오염이 없는 곳에서 사망한 사람의 뇌간에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기 오염은 공기 중 매연, 이산화탄소, 먼지 등 유해 물질이 섞여 있는 상태다. 유해 물질은 성분과 크기로 구분된다. 우리가 자주 듣는 미세 먼지는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입자다. 머리카락 굵기 7분의 1수준으로 맨눈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초미세 먼지는 이보다 작은 2.5㎛ 이하의 입자다. 머리카락 굵기 30분의 1 수준으로 혈관, 폐포(허파꽈리) 등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사망자들의 뇌간에서 초미세 먼지를 비롯해 타우 단백질, 알파-시뉴클레인, TDP-43 등 각종 퇴행성 뇌질환의 원인 단백질을 발견했다. 연구에 참여한 바바라 마허 영국 랭커스터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뇌간에서 발견한 초미세 먼지는 바늘처럼 뾰족한 모습으로 독성 단백질과 결합해 있었다”며 “모든 사망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초미세 먼지에 오랫동안 노출돼 있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상인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PET 사진 (출처: Flickr)
왼쪽부터 정상인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PET 사진 (출처: Flickr)

“60대 이상 인구, 미세 먼지 농도 2㎍/㎥ 증가 -> 뇌 크기 0.32% 감소” 

연구팀이 검출한 초미세 먼지의 주요 성분은 철, 알루미늄, 티타늄 등이었다. 모두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인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다. 마허 교수는 “금속 물질은 활성산소의 과잉 생성을 유발해 뉴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공해가 뇌간 내 신경 세포를 파괴해 치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기 오염과 퇴행성 뇌질환 간 상관관계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8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케크 의대 연구팀은 73~87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뇌 정밀 촬영을 진행한 결과 미세 먼지 노출 빈도가 높을수록 뇌 구조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비슷한 변화가 관찰됐다고 발표했다. 연구팀 앤드류 펫커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미세 먼지가 뇌의 변화와 연관성이 있고, 이 변화가 기억력 감퇴와 상관이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세 먼지가 뇌 부피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5년 미국 보스턴의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의료센터(BIDMC) 연구팀이 현지 60세 이상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MRI 검사 결과에 따르면 미세 먼지 농도가 2㎍/㎥ 증가할 때마다 뇌 크기는 평균적으로 0.32% 줄었다. 특히 여성 노인은 초미세 먼지 농도가 3.49㎍/㎥ 늘어날 때마다 뇌 부피가 4.47㎤씩 감소했다. 이는 평균적으로 1~2년간 진행되는 뇌 노화 수준이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9월 마스크 제조업체인 충북 진천군 한컴헬스케어를 방문해 마스크 제조 생산 현황과 품질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9월 마스크 제조업체인 충북 진천군 한컴헬스케어를 방문해 마스크 제조 생산 현황과 품질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노령층은 KF94, 99 마스크로 대기 오염 노출 최소화해야 

대기 오염을 막는 확실한 방법은 모든 공장과 자동차를 멈춰 세우는 것이다. 물론 불가능하다. 개개인이 마스크를 쓰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일반인은 KF(Korea Filter)80을 써도 별문제가 없다. 다만 미세 먼지에 민감한 노령층은 KF94 이상 마스크를 써야 한다. KF94 마스크는 평균 0.4㎛ 크기 입자를 94% 이상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다. 99% 이상 차단할 수 있으면 KF99가 된다. KF94, 99부터는 보건용 마스크에 속한다. 

정부는 올해 초까지 마스크 재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현재는 권장하지 않는다. 재사용하더라도 “본인 것이면서 오염 위험이 낮은 곳에서 잠시 사용했을 경우”로만 제한하고 있다. 재사용 전 환기가 잘 되는 깨끗한 장소에 마스크를 걸어 충분히 건조한 뒤 사용할 것을 조언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기 오염은 퇴행성 뇌질환 외에도 자폐증, 심혈관 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젊고 건강할 때부터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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