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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이오헬스 르네상스 희망을 본다

입력 : 
2020-10-21 00:07:01
수정 : 
2020-10-21 01: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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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언한 지 7개월 이상 지난 현재 세계적으로 확진자 수는 약 4000만명, 사망자 수도 11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20년대 세계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대규모 봉쇄 조치 없이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감염 확산을 진정시켜 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방역과 격리만으로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에볼라, 코로나19 등 계속해서 발생하는 신종 전염병과 다시 확산되는 결핵, 콜레라, 말라리아 등에 맞서 싸워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더라도 기약 없이 모든 경제, 사회 활동을 멈추면서 지속적으로 버틸 수는 없다.

우리는 과거 감염병을 겪은 경험을 되짚어보고 새로운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감염병 극복은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과 병원체와 인체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팬데믹 선언 이전부터 대전본원, 오창분원, 전북분원 등 3개 캠퍼스 소속의 5개 연구센터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 조직적·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과 함께 29개 기업에 코로나19 항원을 공급하여 항체진단키트 생산을 지원하였고, 상용화 백신으로 널리 사용되는 코로나19 재조합 단백질 백신의 후보물질을 개발하여 국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였다.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시설(ABSL-3)을 보유한 오창분원과 전북분원에서는 국내 백신과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유효성 평가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코로나19 감염 영장류 모델은 미국 감염병학회 표지논문으로 선정될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시설과 동물 모델이 없었더라면 국내 기업들의 백신, 치료제 개발은 난망한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코로나-19 대응 연구개발지원협의체'의 사무국을 맡아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 KAIST 등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애로 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해 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민간이 협력한 결과로 우리는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나라 상반기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고, 진단키트 수출액은 1130% 급증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낯선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동안 혼란도 있었지만 어느새 뉴 노멀(new normal)에 익숙해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토머스 쿤이 말한 것처럼 패러다임의 교체와 혁신에 따른 혁명적 변화의 기회를 새롭게 갖게 됐다.

우리가 보유한 세계적인 바이오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개발의 디지털 전환, 규제 개선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면 14세기 흑사병의 대유행으로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었던 것과 같이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에서 '바이오헬스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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