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업체들 약물재창출 활발
수천만개 기존 약물 효능 재검증
수천만개 기존 약물 효능 재검증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포함한 각국 정부 승인을 받아 의료 현장으로 투입된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 모두 약물재창출로 선정됐다. 렘데시비르는 본래 에볼라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고, 덱사메타손은 60년간 염증 치료를 위한 스테로이드제로 쓰였다. 하지만 두 치료제는 코로나19 치료가 원래 목적이 아니었던 데다 환자마다 효과에 차이가 있고 경증환자 치료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코로나19 치료제를 계속 물색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AI를 접목한 약물재창출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청과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AI BI를 활용한 약물재창출 기술 특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AI 약물재창출 유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청이 AI에 기반한 약물재창출 관련 전 세계 특허 중 유효 특허 147건을 검토한 결과 미국이 56건(38%)으로 1위, 한국이 29건(20%)으로 2위였다. 이어 중국이 24건(16%)으로 3위, 유럽이 23건(16%)으로 4위였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곳은 AI 신약 개발 기업인 신테카바이오다. 총 18건을 출원해 미국 보스턴진 코퍼레이션(22건)에 이어 출원량으로만 2위다. 11건을 출원한 IBM보다도 7건이 앞선다. 최근 이 회사는 코로나19 표준치료제로 쓰이는 렘데시비르보다 치료 효과가 2배 이상 뛰어난 후보 약물을 최근 동물실험 결과에서 확인해 주목받은 바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통해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 렘데시비르(44.3%)보다 치료 효과가 2배가 넘는 94.3%까지 나온 것이다.
이미 의료현장에서 20년 이상 쓰이던 약물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확보된 데다 원가도 싸 임상 후 상용화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는 배경이다. 이 회사는 연초부터 자사 슈퍼컴퓨터 '마하'에 기반한 AI 기술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진력해 왔다. 코로나19가 인체 세포에서 증식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가수분해효소 '메인프로티에이스(Mpro)' 구조에 바탕해 이 효소 작동을 억제할 수 있는 후보 물질 30종을 FDA 승인 약품 3000여 개 중에서 찾아냈다. 이후 세포실험을 거쳐 총 3개로 추렸고 이 중 발굴한 2건 중 1개가 동물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것이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한국에서 AI에 기반한 약물재창출과 신약 개발 인프라가 그만큼 경쟁력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인체 임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 빠른 상용화를 이루겠다"고 했다.
유전체 분석 기업 테라젠바이오도 AI 기반 약물재창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8월 미국 컬럼비아대와 미국 비영리기관 세이지 바이오네트워크가 주최한 국제 AI 기술 경진대회 '항암약물반응예측 드림 챌린지'에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AI 기술을 이용해 신약 개발 알고리즘 성능을 겨루는 대회로, 총 30종의 비식별 약물에 따라 515종의 세포주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가장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민간 기업뿐 아니라 국내외 연구기관에서도 AI 약물재창출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발표한 '딥러닝 이용 코로나19 치료제 발견을 위한 약물재창출 오픈 데이터' 연구에서는 덱사메타손, 멜라토닌을 포함한 41개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제시한 바 있다. AI 가 2400만개 연구 논문을 분석해 약물, 질병, 단백질, 유전자, 경로 연결과 유전자, 단백질 발현에 대한 39가지 관계를 도출해낸 것이다.
국내에선 남호정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연구팀이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합물은행, 경상대와 함께 '빅데이터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올 초 공개했다. 가능성 있는 후보 화합물만을 AI가 추려내는 국가 플랫폼으로는 세계 최초라는 평가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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