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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연구속보] 우리 몸속 고대 바이러스 흔적이 코로나19 퇴치법 알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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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연구속보] 우리 몸속 고대 바이러스 흔적이 코로나19 퇴치법 알려줄까?

2020.10.20 10:22
미국 국립과학재단에서 패커드펠로십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의 에드 추옹(오른쪽) 교수가 대학원생 제자와 함께 실험을 하고 있다. 콜로라도대 제공
미국 국립과학재단에서 패커드펠로십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의 에드 추옹(오른쪽) 교수가 대학원생 제자와 함께 실험을 하고 있다. 콜로라도대 제공

어떤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바이러스에 강할까?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의 에드 추옹 교수는 수백년 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혀온 이 질문에 아주 흥미로운 답을 내놓았다. 우리 조상이 고대에 기생충에 노출돼 우리 게놈(유전체)이 변형됐고, 그 결과 오늘날 다양한 면역 반응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추옹 교수는 “우리 게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이러스들은 우리의 목숨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명활동과 진화를 수천, 수만년 동안 형성해왔다”며 “과거 펜데믹(감염병 대유행)에서 유입된 고대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우리가 오늘날 다른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추옹은 이런 아이디어로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으로부터 87만5천달러(10억원)의 연구비를 받을 수 있었다.

게놈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생명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2만여개의 유전자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은 인간이기보다 바이러스일지 모른다고 추옹은 말한다. 적어도 인간 게놈의 절반은 바이러스나 바이러스류의 기생충에 의해 남겨진 디엔에이(DNA) 조각, 이른바 전이인자(게놈 안에서 위치를 바꿀 수 있는 디엔에이 염기서열)에 의해 만들어졌다. 전이인자는 5천만년 전 초기 인류 조상 세포에 유입됐다. 추옹은 “인간 게놈 어느 곳에서나 전염병의 화석기록처럼 이들 침입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침입자 가운데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숙주의 디엔에이인 것처럼 오랜 기간 숙주의 디엔에이에 삽입된 채로 존재한다)가 있다. 바이러스들이 늘 그렇듯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들도 처음에는 자기 멋대로 행동하다가 숙주 세포를 속여 더 많은 복제를 만들어낸 뒤 몸을 빠져나와 다른 세포들을 감염시켰다. 시간이 지나면 바이러스들은 숙주를 아프게 하고 확산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생식세포 곧 정자나 난자세포에 침투해 다음 세대로 유전됐다.

과학자들은 오랜 기간 이 잔재물을 ‘정크 디엔에이’라며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추옹 연구팀은 잔재물 일부는 진화적 이득을 얻기 위해 포유류 숙주에 포섭돼, 면역 반응의 인지에서부터 재생산에까지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했다.

일부 과학자가 기념비적인 연구를 통해 ‘신시틴’(Syncytin)이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는데, 이 단백질은 인간의 태반 조직이 발달하도록 한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추옹은 후속연구를 통해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 또한 태반 발달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 네트워크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구실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논문은 ‘네이처 제네틱스’에 실렸다.

추옹은 “태반의 발달 덕에 포유류는 정상 출산이 가능하다. 우리 종의 진화에서 매우 중요한 발달 단계이다. 여기서 고대 바이러스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심을 면역체계로 돌렸다. 2016년에는 고대 바이러스들이 인터페론(인체 안의 바이러스 감염·증식 억제 물질) 반응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터페론 반응은 감염됐을 때 몇 시간 안에 울리는 일종의 세포 경보 시스템이다. 추옹은 “평상시 조용히 있다가 감염되면 작동을 시작하고, 이로 인해 주변의 면역 유전자들이 작동을 하게 하는 옛날 바이러스 조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화석들이 제거되고 세포가 감염됐을 때 면역 반응은 먹통이 된다. 그는 “우리의 연구는 고대 바이러스가 숙주의 방어를 위해 선발되고, 현대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추옹은 사람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포함한 감염병들에 왜 달리 반응하는지 좀더 깊은 생각에 들어갔을 당시 코로나 대유행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는 고대 레트로바이러스들이 또 다른 감춰진 설명을 선사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추옹은 이런 의문을 핵심으로 한 연구 제안을 냈고, 15일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데이비드-루실 패커드 재단의 연구비 수혜자로 20명의 젊은 과학자들 가운데 추옹을 선정했다. 프랜시스 아놀드 패커드펠로십선정위원회 위원장은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과 인종 차별, 기후위기 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올해 20여명의 과학자 및 공학자들은 우리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의 불빛’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추옹은 고대 기생충이 오늘날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인간의 면역력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여러 인구군이 진화역사 과정에 다른 바이러스에 노출돼, 새로운 위협과 싸울 때 사용할 여러 세포 기계를 그들로부터 넘겨받았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또다른 가설은 고대 디엔에이 조각을 공유하지만 자궁이나 환경에서 오는 많은 새로운 영향들이 (숙주를) 회복가능하게 하거나 취약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면역 기계들을 침묵시키거나 또는 깨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문제를 좀더 알아보기 위해 인간과 다른 포유류의 면역세포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한 뒤 고성능 컴퓨터 기술로 게놈 서열분석(시퀀싱)을 해 유전자뿐만 아니라 전이인자를 찾아냈다. 연구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지만 궁극에는 새로운 진단 실험이나 나아가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추옹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면역 반응이 한 인구 집단에서 어떻게 또 왜 다른지를 밝혀내는 것은 감염병이나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예측하는 능력을 갖게 해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추구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 참고자료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20-10/uoca-roa101520.php

 

※ 출처 : 한국과학기자협회 포스트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745987&memberNo=36405506&navigationType=p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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