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잠을 잔다. 어떤 동물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동면을 하기도 하고, 돌고래는 뇌의 반쪽씩 잠을 자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인간은 하루 24시간 중 20~30퍼센트의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
생각해보면 이는 굉장히 긴 시간이다. 하루 6시간만 잔다고 쳐도 80년 인생 중 20년을 잠으로 보내는 것이니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는 시간이 굉장히 아깝다고 생각했다. 대표적으로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은 잠은 낭비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잠은 정말 인간에게 그저 짐 같은 존재일까?
과학자들은 인간이 왜 잠을 자게 되었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간 수많은 이론들이 제시되어 왔다.
옛날에는 밤에 잠을 자는 것이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는 데 유리했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개체가 살아남아 현재의 우리가 자게 되었다는 진화론적인 이론도 있었고,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함이라는 이론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에게는 진화적으로 잠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가 필요한 이유보다 확실히 많아 보임에도 그들은 여전히 잠을 잔다. 또한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함이라고 하기엔 잠을 잘 때에 생겨나는 물질이나, 잠을 잘 때에 파괴되는 독성 물질이 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뇌과학자들에 의해 잠이 뇌 기능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중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것은, 잠을 자지 않으면 기억과 학습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낮 시간 동안 보고 느끼는 것들은 기억의 형태로 뇌에 저장된다. 이때 그 기억들은 많은 경우 신경세포의 시냅스 강화가 일어나며 그 강화된 시냅스 속에 저장된다. 우리가 잠을 잘 때, 뇌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흔히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잠을 자는 동안, 깨어 있을 때 새로 저장된 기억을 담는 세포들과 그에 딸려있는 시냅스들이 다시 활성화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면서 다른 형식의 복습을 하는 것이다. 또한 다시 활성화된 시냅스들은 장기 기억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험적으로, 쥐에게 잠을 못 자게 하거나 자는 동안 뇌의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방해했더니 전날 습득한 기억이 오래가지 않는 실험 결과를 보였다.
자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일은, 뇌의 신경세포 시냅스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기억 강화와 시냅스가 사라지는 것은 언뜻 보면 상충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기억이 잘 보존되기 위해서는 시냅스가 적절히 사라져야 한다. 적절한 시냅스만 남아 있는 것이 기억 보존에 더욱 유리하다. 또한 시냅스는 무한정 생겨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쓸모없는 시냅스는 적절히 사라져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하기도 한다.
잠에는 크게 5가지 단계가 있다. 렘(REM) 수면과 4단계의 논렘(Non-REM) 수면이 있다. 렘 수면은 Ra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단계이고, 그렇지 않은 수면은 논렘 수면으로 분류되고, 잠의 다섯 단계 때 나오는 뇌파와 특징은 모두 다르다. 자는 동안 잠의 사이클은 반복된다.
이 중 논렘 수면 때 필요 없는 시냅스가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렘 수면 때에도 필요 없는 시냅스가 사라지고, 동시에 살아남은 시냅스들은 강화가 일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즉 우리가 잘 때 뇌에서는 깨어 있을 때 여러 자극들에 의해 많아진 시냅스 중 필요 없는 시냅스가 적절히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낮 동안 여러 자극들로 많아진 시냅스가 없어지는 과정이 없으면 쓸모없는 시냅스들로 인해 기억 저장에도 문제가 생기고, 학습에도 문제가 생긴다.
잠이 기억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잠을 충분히 자면서 공부했다던 말이, 그 친구의 공부 노하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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