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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다른 질병 치료제 개발 앞길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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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다른 질병 치료제 개발 앞길 막고 있다

2020.08.11 19:00
지역별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 추이와 질환별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 추이. 메디데이터 제공.
지역별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 추이와 질환별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 추이. 메디데이터 제공.

2018년 1월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은 미국의 한 환자는 화학요법이 효과가 없자 항체 약물 임상시험에 등록해 치료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올해 2월 마지막 기회라도 잡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중인 항암제 임상시험에 등록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등록한 임상시험이 개시하지 못해 망연자실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명의 난치 질환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임상시험에 등록한다. 이들에게 임상시험 등록을 통한 치료는 마지막 희망과도 같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임상시험 등록 환자수가 지난해에 비해 급감해 일부 임상시험은 개시도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분석됐다. 

 

헬스케어 및 임상 데이터 솔루션 전문기업 메디데이터가 올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총 7차례 발간한 ‘메디데이터 COVID-19’ 백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세계 임상 시험 기관별 평균 임상시험 신규 등록환자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임상시험중인 1500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중국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전파가 진정세를 보인 곳에서는 6월부터 임상시험 신규 등록 환자수가 다소 반등했지만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글로벌 신규 임상시험 참여 환자수는 약 30% 감소한 상황이다. 

 

질환별로는 심혈관 질환 관련 임상시험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심혈관 질환 관련 임상시험 신규 등록 환자는 약 90% 줄었다. 항암제 임상시험은 신규 등록 환자 감소세가 약 40%에 그쳐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인 것으로 분석됐지만 피부 관련 질환, 항감염 관련 임상시험 등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데이터는 또 지난 4월 23일 자사 임상 솔루션을 활용하는 전세계 임상시험 업계 종사자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7월 말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13%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상 연구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는 임상 연구 신규 대상자 모집 중지(63%), 가상·원격의료 활용(45%), 임상시험 연기(43%), 임상 대상자 시험기관 방문기간 연장(34%), 임상시험 계획서 수정(33%)을 꼽았다. 

 

임상시험 정상화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응답자들은 시험기관별·지역별 상황에 따른 유동적 의사결정, 원격의료 도입, 임상연구 특화 비상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원격의료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진료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연구에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전세계에서 이뤄지는 임상시험 정보의 약 93%를 수집하는 WCG클리니컬에 따르면 모니터링중인 임상연구의 3분의 2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원격 의료 플랫폼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약 4분의1만이 원격의료 플랫폼을 활용했다. 

 

김혜지 메디데이터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총괄 상무는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및 연구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실제 대규모 제약사와 생명공학 기업들이 임상 연구개발(R&D)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며 “임상 등록 환자가 시험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면서 약물 공급, 임상시험 모니터링, 순응도, 시험 대상자의 안전 및 데이터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원격 접근법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상시험 연구를 원격의료 플랫폼으로 진행하는 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에즈라 로센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 유방암 전문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슨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말기 암 환자의 경우 임상시험을 원격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치료과정상 핵심사항을 빼고 임상 치료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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