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 : 박은정 경희대학교 동서의학연구소 소속 교수

인간은 다양한 생활공간에서 공기와 물, 음식물, 주거, 생활용품 등의 생활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생존을 유지하며 사회생활을 지속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통해 새로운 환경요인을 생성하거나 변화시킨다. 궁극적으로 타인의 삶이나 기존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즉 우리의 건강은 환경에 존재하는 유해한 물질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우리의 삶을 통해 유해한 물질을 배출할 수도 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유도 호흡기 감염질환 (COVID-19)은 전 세계 사회 및 경제활동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고,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생활방식을 아주 빠른 속도로 변경해야만 했다. 지난 6개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감염자의 이동 경로에 귀를 기울여야 했고,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문자 알림을 통해 전파경로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전 세계는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 타 국민의 입국을 최소한으로 제한해 운송 및 항공업계는 엄청난 운영난을 겪고 있고, 입국 후 14일 자가격리는 통관의례가 됐다. 학생들은 졸업식, 입학식을 포기해야 했다. 대학생이 된다고 꿈에 부풀었던 새내기들은 교수님을 대면하고 강의를 듣는 대신 화상 강의를 들어야 했고, 강의실에 들어갈 때는 체온 측정과 함께 강의실 출입자 확인서를 제출해야 했다. 학과 친구들과의 MT, 체육대회, 동아리 활동 등 대학생이 되면 누리고 싶었던 공동체 활동은 모두 금지됐고 동아리 방은 굳게 문이 닫혔다. 운동 경기, 미술 전시회, 영화 상영, 뮤지컬 공연, 콘서트 등 많은 사람이 일정 공간에 함께 모여야 하는 행사는 모두 취소됐고 그로 인해 이들 분야에서 활동하는 직장인 및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커피숍에 앉아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도 부자연스러워졌고, 직원 식당에서 식사할 때는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무언식사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에어로빅, 필라테스, 스포츠댄스, 수영 등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운동 및 취미생활도 모두 금지됐다. 

마스크 없이는 지하철도, 버스도 탈 수 없다. 심지어는 맑은 공기를 호흡하러 산에 가는 길에도 마스크를 가져가야 한다. 종교 활동을 할 때도 마스크를 끼고 2미터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참석해야 하고, 지난 봄에는 벚꽃놀이 등 해마다 당연히 치러지던 모든 야외 행사가 모두 취소돼 숙박업계 및 여행업계는 문을 닫는 곳들마저 발생됐다. 거의 모든 회의나 학회활동도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유아나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은 육아를 위해 재택근무가 일반화됐다. 그야말로 전 세계인이 일상의 소중함을 경험을 통해 배워가고 있는 시기인 것 같다.

한편 WHO는 최근 비말감염인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을 가능성이 인정돼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됐고, 기존의 큰 입경을 가진 에어로졸에 맞춰 설정된 감염 차단 가이드라인을 미세입자에 의한 영향까지 고려한 가이드라인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연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공기 중에서 수 시간 내지 수 일까지 생존할 수 있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의 기침을 통해 방출된 에어로졸 입자(2 내지 100nm)가 공기 중에 부유해서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최대 8미터를 넘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기본하고 있다. 

입자가 대기 중에서 부유할 수 있는 거리는 주로 입자의 크기, 질량, 풍속 등에 의해 결정되며 그 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입자는 공기 중에서 부유해 에어컨 바람을 타고 상당히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고,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대한 열망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정부 또한 그러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추경을 편성해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개발된 치료제 및 백신의 생체 안전성 시험 또한 그 과정 중 일부이다.

이 모든 사회적 변화 속에서 살균, 소독제 시장은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고 왠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통해 얻은 교훈은 우리 머릿속에서 지워진 것 같았다. 지난 6개월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출시됐고, 그중에는 무독성을 표시한 제품들도 있었지만 제품 출시 속도를 고려할 때 그 안전성에 대한 검사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독성학자로서 대중들 앞에 나가 살균, 소독제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래서 지난 6개월 동안 독성학자인 나는 대중들에게 '언제 다가가야 하나?',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속도가 너무 빠른 시기에는 아무리 이성적으로 얘기해도 거부반응만 커질 것 같았고, 심각성과 중요도를 고려할 때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우선임을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세먼지에 이어 제조 나노물질의 독성을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계면활성제 역할에 관해 공부하게 됐다. 계면활성제는 두 액체 사이, 기체와 액체 사이, 또는 액체와 고체 사이의 표면 장력(또는 계면 장력)을 낮추는 화합물을 의미하며 주방 및 세탁 세제는 물론 식품과 화장품의 유화제 또는 보습제로도 활용된다. 때때로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살정제, 또는 샴푸, 샤워 젤, 헤어 컨디셔너 및 치약과 같은 개인위생 용품에도 활용되고 있다. 

한편 계면활성제는 사용량 대부분이 토양이나 물에 축적되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이루는 주요 성분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더 나아가 계면활성제는 친수성 부분과 소수성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제조 나노물질을 나노크기로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분산제로도 널리 활용되며 나노기술 및 나노산업의 팽창과 함께 생체 및 환경친화적인 계면활성제의 개발 및 응용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2014년 세계 계면활성제 시장 규모는 330억 달러(39조 7320억원)가 넘었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그 시장 규모는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막이나 세포 내 소기관 막성분을 이루는 인지질 (Phospholipids)은 가장 대표적인 생물학적 계면활성제 중 하나이며, 이외에도 인체는 다양한 계면활성제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ulmonary surfactant(폐 내 계면활성제)는 폐에서 총 폐 용량 및 폐 순응도를 증가시켜 호흡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생성되며, 간에서 생성된 계면활성제인 담즙염은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막 구조. <사진=박은정 교수 제공(위키피디아 발췌)>
세포막 구조. <사진=박은정 교수 제공(위키피디아 발췌)>
여기서 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조심스럽게 얘기해보고 싶다. 그 대표적인 성분인 폴리헥사메틸구아니딘(Polyhexamethylene guanidine, PHMG)은 원래 러시아에서 세정제로 개발됐고, 그동안 세정제로 사용되고 있다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과정에서 세계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첨가제로 승인 받았다. 

세정제는 헹궈서 버려지기 때문에 우리 호흡기에 직접 유입될 확률이 매우 낮다만, 첨가제는 가습기 물탱크에 있는 물과 함께 에어로졸 상태로 우리 호흡기에 직접 유입될 수 있고 그로 인해 폐 내 계면활성제 농도의 항상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 

이렇게 파괴된 항상성으로 인해 폐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를 이루는 막의 장력이 깨져 세포손상이 일어날 수 있고, 손상된 세포들을 제거하기 위해 체내에 있는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손상부위로 몰려들어 손상 부위 치유에 관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발성 폐섬유증과 함께 폐 내 면역기능 손상이 유도될 수 있다는 연구자료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손상된 면역기능은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외부 이물질을 인지하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다 사용하거나 잘못 사용한 살균, 소독제에 대한 장기간 노출은 결국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발생하는 악순환의 첫 단계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악순환이 개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살균, 소독제의 현명한 사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살균, 소독제는 공기 중에 뿌리지 말고 반드시 걸레나 티슈에 묶여 닦아라. 그리고 살균, 소독제 청소 후에는 반드시 환기를 해라. 강산성, 미산성 염소계 살균, 소독제의 경우 증발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산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다.

둘째, 자주 물로 손, 입, 코 주변을 닦아라. 물로 닦을 수 없을 때는 손 소독제를 사용하되 절대 입이나 코, 눈 등을 만지지 마라.

셋째, 계면활성제의 기능은 임계미셀농도(critical micelle concentration, micelle이 형성되는 농도)에서 개시되고 그 반응의 크기 또한 거의 최대에 이르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그리고 이 농도는 온도, 습도, 이온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살균, 소독제는 혼합해서 사용하지 마라. 인체에 대한 유해성 또한 임계미셀농도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가지 이상의 살균, 소독제 사용을 원하는 경우엔 혼합하지 말고, 번갈아 가며 사용해라.

미셀 구조의 간단한 모형. <사진=박은정 교수 제공(위키피디아 발췌)>
미셀 구조의 간단한 모형. <사진=박은정 교수 제공(위키피디아 발췌)>
넷째, 제품 사용설명서에 기록된 사용법을 반드시 지켜라. 용량을 더 넣는다고 해서 효과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다섯째, 선별진료소 등에 근무하는 의료진 및 소독을 위해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충분한 휴식기간을 통해 폐기능 손상을 예방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행정적인 조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

저출산, 고령사회와 함께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이 장기화될 조짐이 있는 요즘,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이루어지기까지 우리 스스로 시간을 벌기 위한 노력도 중요한 것 같다. 현명한 소비와 철저한 건강관리를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행복할 수 있도록 힘을 내길 바란다.

◆ 기고자 약력

​박은정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소속 교수. <사진=대덕넷DB>
​박은정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소속 교수. <사진=대덕넷DB>
박은정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소속 교수는 동덕여대 건강관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예방약학을 전공했다. 이후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연구재단 대통령 포스닥 펠로십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 이하 HCR)' 명단 독성학 분야에 포함되기도 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경희대 정교수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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