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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유전자 치료제 나올까?
루게릭병, 유전자 치료제 나올까?
  • 최국림 기자
  • 승인 2020.07.15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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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명확한 발병원인 구명되지 않아
유전자 돌연변이 기전 규명
유전자치료제, 임상3상 진행 중

불치의 병이라고 여겨지던 루게릭병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 6월 10일 미국 메릴랜드 의대 연구진에 의해 특정 유전자 UBQLN2의 돌연변이에 의한 루게릭병의 발병 경로가 구체적으로 밝혀졌으며, 바이오젠은 루게릭병의 유전자치료제인 ‘토퍼센(tofersen, BIIB067)’이 임상1/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출처:게티이미지 뱅크
출처:게티이미지 뱅크

루게릭병의 국내 발병률과 유병률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외국과 큰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1년 2470명, 2012년 2534명, 2013년 2734명, 2014년 3082명, 2015년 3166명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매년 인구 10만명 중에서 1-2명이 새롭게 발병한다고 한다.

 

ALS, 발병원인 연구 활발히 진행 중

일반인에게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이 질환의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이다. ALS는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세포가 파괴되면서 근육이 쇠약해져 운동기능을 상실하는 질병으로, 평균 생존 기간은 발병 후 3~5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ALS의 약 10%는 가족내 유전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산발성으로 발병되며,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LS의 발병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대체로 △흥분성 독성물질인 글루타민산, △자가면역성 발병기전, △자유기 즉 SOD(superoxide dismutase)효소의 유전자 돌연변이, △신경영양인자의 결핍과 △운동신경세포 골격의 이상과 관련한 발병기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한국루게릭병 협회).

흥분성 독성물질로 알려진 글루타민산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역으로 신경을 파괴한다는 가설에 근거하여 왜 신경계의 여러 세포들 중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운동신경세포는 세포체와 축삭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포체는 축삭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며 축삭은 운동기능을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ALS는 대뇌피질에 위치한 운동신경세포와 뇌간 또는 척수에 위치하는 운동신경세포들이 동시에 파괴되는 병이다.

 

유전자 돌연변이 기전 규명

또다른 발병 원인으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SOD 효소의 유전자 돌연변이 뿐아니라 최근에는 또 다른 유전인자인 UBQLN2 돌연변이와 연관된 연구발표가 있었다. 미국 메릴랜드 의대(UMSOM) 연구진은 UBQLN2 돌연변이가 뇌 신경세포(뉴런)의 쓰레기 처리 경로를 방해해 어떻게 ALS를 유발하는지를 규명한 논문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UBQLN2 유전자는 잘못 접힌 단백질 등 세포 노폐물의 처리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노폐물 재처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잘못 접힌 단백질이 신경세포에 쌓이면서 독성이 생겨 결국 세포를 파괴하게 된다. 따라서 이 돌연변이 유전자가 켜진 세포는 노폐물 처리 경로를 가동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ALS가 발병하게 된다.

 

유전자치료제, 임상 3상 진행중

최근 ALS 치료제에 대한 고무적인 임상결과가 있었다. 바이오젠은 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유전자치료제 토퍼센이 임상 1/2상에서 루게릭병 유발 단백질인 SOD1 수치를 감소시키고, ALS 진행도가 개선되었다는 긍정적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ALS 환자의 2%는 SOD1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비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SOD1 단백질이 신경독성물질로 작용해 운동 신경을 파괴해 발병한다. 토퍼센이 SOD1의 mRNA와 결합하면 체내의 RNH(Ribonuclease H)가 토퍼센-SOD1 결합체를 분해해 SOD1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현재 바이오젠은 토퍼센의 임상 3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한국뇌연구원과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신경세포에서 ‘ATG7’ 자가포식 유전자가 ALS의 발병과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자가포식 유전자의 발현량을 높이면 루게릭병과 같은 신경퇴행과 운동능력 실조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스스로 노화된 세포소기관이나 일부구조를 잡아먹고 세포 전체의 활성을 높이는 세포 작용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ALS 약물로는 ‘리루졸(Riluzole)’, ‘에다라브원(Edaravone)’이 있지만 병의 진행을 지연시킬뿐 증상을 멈추거나 개선시키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ALS가 다른 질환보다도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으며 뚜렷한 원인과 치료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질환임은 분명하지만, 최근 줄기세포 치료 및 유전자 치료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근본적인 치료제의 개발로 비단, ALS 뿐만 아니라 동일한 퇴행성 신경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에도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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