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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로만 과학기술…실제론 긴축타깃 1순위

입력 : 
2020-07-09 00:06:01
수정 : 
2020-07-09 00: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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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등장으로 비롯된 세계적 비상 상황은 각 국가들의 첨단과학기술 역량과 위기 대응력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수준 높은 방역 기술은 국제적 위기 속에서 '한국'을 표준 대응 가이드로서 세계에 각인시키는 데 공헌했다. 국제정치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스티븐 월트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 서구에서 동양으로 국제사회 파워 전이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가 탐내는 K-과학기술이 한국을 국제사회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과학기술은 아직도 비상 대처용인 일회성 영웅으로 대우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660억원의 예산 삭감을 통보받았다. 일부 출연연구기관은 예정됐던 1분기 연구비용 지출에 차질을 빚고 있어 기관 차원에서 대출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다. 2019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4.4 % 증가하였지만 과학기술계 연구기관 분야는 2018년 예산 대비 0.2 % 감액되었다. 매년 연구 운영비가 삭감되고 있으며 과학기술계가 정부의 긴축재정 타깃 1순위가 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 R&D는 나라의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하는 작업이자 국가 경쟁 우위 달성의 필수 요소다. 예산 삭감은 단순한 연구사업 규모 축소로 끝나지 않는다. 과학기술 R&D 활동 위축과 단기적 연구 기획 남발을 촉발시켜 거시적으로는 국가 미래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와 사회는 효과적 연구 투자를 담보로 하는 국가 R&D 사업 안정성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 그 시작은 시류와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국가과학기술 비전과 전략 수립이다. 급변하는 세계적 환경 변화와 산업 발전 추세에 대응하는 R&D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정부 기조에 편승하는 단기과제 중심의 연구 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

과학기술 R&D는 대부분 중장기 지속 사업이어야 한다. 연구 지속성을 유지하는 한편 급변하는 세계 시장 선점과 빠른 대응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예산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 필자는 R&D 예산 비율을 지속성과 유연성으로 구분하여 8대2로 조성하는 전략적 R&D 투자를 제안한다. △미래 선도 원천기술 개발 △공공재적 사회기반기술 개발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한 거대과학 연구 등 지속성이 요구되는 연구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예산으로 전체 예산 80% 이상을 배정해야 한다. 나머지 20%는 사회 이슈와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일몰형 예산 배정을 골자로 한다. 연구비 투자 혁신을 통해 연구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면서도 시류에 빠른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다.

열강들은 과학기술을 무기로 경쟁국을 압박하기도 하고 신기술 분야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역전쟁도 불사한다.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은 과학기술 수준에 의해 정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은 '한국'을 반도체 No.1, 인터넷 강국, 코로나 사태 속 안전한 국가로 이끌며 국제적 위상 제고를 담당해왔다. 이제는 과학기술계의 노고와 성과를 인정할 때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시작된 과학기술계에 가해진 강요된 희생을 중단하고 연구사업 제도 개선 요청에 대해 국가는 신속하게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파워 게임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고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말이다.

[남승훈 출연硏 과학기술인協총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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