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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가 암세포 잘 찾도록"…새 면역항암치료 전략 개발

암세포에 면역 작용 활성 '깃발' 꽂는 기초 기술 개발
면역 함암 치료 한계 돌파 가능성 열려…대량 생산·임상은 숙제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0-07-07 12:00 송고
KIST 연구진이 엑소좀을 이용해 암세포 표면에 “표적”신호를 전달하고(A), 표적신호가 이식된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B-C), 암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그린 모식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0.07.07 / 뉴스1
KIST 연구진이 엑소좀을 이용해 암세포 표면에 “표적”신호를 전달하고(A), 표적신호가 이식된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B-C), 암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그린 모식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0.07.07 / 뉴스1

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 제거를 유도하는 '면역항암제'는 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암세포는 면역세포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암 환자에게만 효능을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이 몇 가지의 국한된 종양이 아닌 다양한 종양에서 활약할 수 있는 항암면역치료의 새로운 기초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테라그노시스연구단 김인산, 양유수 박사 연구팀이 다양한 종류의 암에서 체내 면역세포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나노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엑소좀은 세포가 방출하는 나노 사이즈의 주머니 모양의 세포막이다. 이 세포막 주머니는 한 세포에서 나와 다른 세포의 세포막에 융합해 내용물 등을 전달한다. 연구진은 이 엑소좀에 면역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신호를 가진 단백질을 합성하고 암세포에만 융합하도록 만들었다. 종양 조직의 산성환경과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이용해 암세포에만 엑소좀이 결합하는 원리다.

암세포 표면에 엑소좀이 융합해 '표적 신호' 단백질을 전달하면 암이 원래 가지고 있는 면역 회피능력이 무력화됐다. 엑소좀을 통해 면역세포가 알아볼 수 있는 깃발을 암세포에 꽂아 암세포가 숨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활성화된 체내 면역세포는 암에 대한 면역반응을 증폭해 효과적으로 암을 제거할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나노입자는 유방암, 대장암, 림프종 등 다양한 종양에서 뛰어난 항암 면역을 일으켜 암을 제거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 PD-L1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 면역항암제와 함께 치료 시 암에 대한 기억 면역을 유도해 암의 재발까지 막을 수 있음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동일 연구진이 2017년에 개발한 융합 유도 엑소좀을 이용한 세포막 편집기술의 연장선에 있다. 세포 간 신호전달·물질 수송 수단의 하나인 세포막 단백질을 조절해 막단백질의 결함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인슐린 수용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종류의 당뇨병을 이 기술을 활용해 수용체를 고쳐 증상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교신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김인산 박사는 "체내 면역세포에 대한 암세포의 '적'신호 강화를 유도할 수 있는 본 나노입자의 개발은 기존 항암 면역치료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항암 면역 치료제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엑소좀은 대량샌산이 어렵고, 복잡성 때문에 품질관리가 어렵다. 이번 연구가 실용화 단계로 넘어서기 위해서는 엑소좀 정제·순도 유지·특성 분석 기술이 개발되고 대량 생산공정이 확보돼야 한다. 또한 치료제로 쓰이기 위해서는 임상 시험과정도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 및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으로 이루어졌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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