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부정행위 의혹 신고 급증…‘부당 저자표시 의혹’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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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연구부정행위 의혹 신고 급증…‘부당 저자표시 의혹’ 최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0.06.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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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간 연구부정행위 의혹사건 유형 중 부당저자 표시 210건
- 지난해 의혹사건 243건 중 91건 연구부정행위로 최종 판정
- 한국연구재단·교육부, 연구·출판윤리 가이드라인 발간

지난해 연구부정행위 의혹에 대한 신고 건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의 <2019년 대학 연구윤리 실태조사 보고서>(2020.05)에서다.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5년간 전국 대학에서 접수된 544건의 연구부정행위 의혹 판정 사건 가운데 45%에 해당하는 243건이 지난해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둘러싼 논란 이후 미성년자의 논문 공저와 관련한 연구부정 신고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월부터 한 달간 국내 4년제 대학 180개교를 대상으로 ‘전국 4년제 대학교 연구윤리 실태조사’ 및 ‘교원 연구윤리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국 4년제 대학교의 연구윤리 규정·운영 실태와 연구부정행위 범위 등을 파악하고, 연구윤리 정책 수립 등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 최근 5년간 연구부정행위 의혹사건 판정, 총 544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대학에서 총 544건의 연구부정행위 의혹사건의 판정이 이루어졌다. 지난해에만 그 중 45%에 달하는 243건이 의혹사건으로 판정됐고, 2018년 110건, 2017년 58건, 2016년 92건, 2015년 41건으로 조사됐다.

2018년부터 연구부정행위 의혹사건 판정이 급증한 이유는 최근 연구부정행위 의혹사건에 대한 신고가 활성화되었고 대학교수와 미성년자의 논문공저 이슈에 대한 연구부정 여부 판정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의혹사건으로 판정된 243건 중 연구부정행위로 최종 판정된 사건이 91건, 부정행위가 아닌 것으로 최종 판정된 사건은 152건이었다.

최근 5년간 연구부정행위 의혹사건 유형은 부당저자 표시가 210건(36.9%)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표절 의혹이 174건(30.6%)이었다. 이어 기타 78건(13.7%)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부당저자표시 의혹사건의 비중이 크고 엄중하여 2021년 조사부터는 자녀 등 특수관계 부당저자표시 발생 및 판정현황을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5년간 처분이 이루어진 391건 가운데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이나 해임, 파면 처분은 13%에 그쳤고, 감봉이나 견책 등 경징계 처분은 14.6%였다.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도 17.4%였으며, 경고가 14.8%, 주의가 11.5%로 뒤를 이었다. 연구비 회수는 9%, 학위 취소 6.1%, 논문 철회가 5.6%로 나타났다.


◆ 연구윤리 검증과정 불공정? '온정주의' 때문

한편,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이슈 리포트 <2020년 대학 교원의 연구윤리 인식수준 조사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올해의 인식도 조사에서 연구자 약 91.5%가 평소 연구 수행에서 연구윤리를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78%의 연구자들은 소속기관이 연구윤리를 준수하는 수준이 높다고 평가하고, 연구자 소속기관의 56.94%는 연구윤리 의혹 제보가 원활하다고 인식했다.

연구윤리 검증과정이 공정하게 처리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온정주의(28.63%)와 연구 부정행위 판단 기준이 부족하기 때문(26.92%)이라고 답했다. 연구 부정행위 및 대학 연구윤리 관련 기준과 검증절차 이해도와 관련해선 약 51%의 연구자가 연구부정행위 기준 및 검증절차를 숙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할 때 연구부정행위 기준만 알고, 검증절차를 미숙지한 연구자는 약 43%, 두 가지에 대해 잘 모름이 5.24%로 검증절차의 이해가 시급하다고 봤다.

연구 부정 행위 및 연구 부적절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연구자 간 치열한 경쟁과 양적 위주의 업적평가 시스템으로 인한 성과 지상주의(35.82%)'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연구 부정행위나 부적절행위를 통해 얻는 장점 및 실익이 커서(17.66%)'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부정행위나 연구부적절행위를 해도 적발 및 검증할 수 있는 역량 및 의지 부족(12.01%), 연구윤리 관련 충분한 교육 인프라 및 예방 시스템 부족(11.25%), 연구부정행위나 연구부적절행위를 적발해도 충분한 제재를 하지 않는 등 제재 수준 미약(11.19%) 순이었다.

연구부정행위 예방을 위해 필요한 정책방안으로는 성과에 대한 과열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평가제도 개편(28.26%)이 1위로 꼽혔다. 다음으로 연구윤리교육 강화(17.27%), 연구윤리를 위반한 연구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14.22%)가 뒤를 이었다.

전국 대학의 연구윤리위원회 설치비율은 96.1%로, 연간 운영횟수는 평균 3.5회였다. 국립대학은 100% 설치했지만 사립대학은 94.9% 수준으로, 운영횟수 역시 국립대학이 사립대학에 비해 많았다. 연구윤리 전담부서 설치 비율은 2015년 66%에 불과했으나, 매년 상승해 2019년에는 95%에 달했다. 연구윤리 담당인력 평균은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각각 1.81명, 1.63명이다. 연구윤리 담당인력 중 연구윤리 전담 행정부서 근무인력은 국립대학(1.61명)이 사립대학(1.35명)에 비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 교육부·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제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대학 및 학계의 바람직한 연구윤리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대학 부문의 ‘대학 연구윤리 길잡이’와 과학기술분야 학회 부문의 ‘출판윤리 길잡이’를 발간했다.

교육부는 2007년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제정한 이후 지침 개정 및 연구재단과 함께 지침 해설서 제정 등 연구부정행위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상위법령만으로는 특수한 학문분야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연구부정행위 기준 등 연구윤리를 전반적으로 상세히 규정하는 데 한계가 있어, 연구 부정행위 예방과 사후 판정 등에 있어 연구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교육부와 연구재단에서는 대학과 과학기술분야 학회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연구윤리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학과 학회에서 연구윤리 규정 제·개정 시 반영하고 준수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연구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대학의 우수사례 및 참고할만한 사항 제시와 더불어, 학회의 논문 투고·심사, 출판 승인 등 일련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연구윤리 쟁점을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연구부정 예방과 조사검증 처리 등에 기준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정혜 연구재단 이사장은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수립 및 ‘연구윤리 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가 대학 및 학문 분야에 공유·확산되고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연구문화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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