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자 데이터 활용 세계 첫 모델
680만명 인플루엔자·4만3000명 코로나19 데이터
일반 병실·중환자실 입원, 사망 여부 분석 예측
韓 연구진 포함…선봉에 박래웅 아주대학교 교수

"나 코로나19 걸리면 얼마나 아프게 될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혹시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특히 한 번 감염되면 아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지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 이런 가운데 개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어느 수준으로 앓게 될 지를 예측하는 모델이 개발돼 관심이 쏠린다.

28일 의료 업계에 따르면 19개국 19억명 이상 환자 데이터를 공유하는 비영리 국제 의료 컨소시엄 ‘오딧세이(OHDSI)’는 코로나19 감염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에는 박래웅 아주대의대 의료정보학과 교수 등 한국 연구진이 함께 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예측 모델 그래프/오딧세이
연구진이 제시한 예측 모델 그래프/오딧세이
사용법은 간단하다. 성별과 나이, 병력 여부 등 자가 체크를 하면 위험도를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위험도는 퍼센티지로 제공된다. 또 ▲병원 입원 ▲중환자실 입원 ▲사망 중에서 하나를 결과로 보여준다. 코로나19 진단 후 1개월 내 나올 수 있는 결과라는 점이 전제 조건이다.

연구진은 이번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6개국 13개 공통데이터(CDM)를 활용했다. 여기엔 약 680만명분의 인플루엔자 데이터와 4만30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환자 데이터도 포함됐다. 수 만명의 세계 코로나19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이 같은 예측 모델과 특정 병력 상관성이 도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눈 여겨볼 점은 연구진이 찾아낸 ‘코로나19와 상관성 높은 7가지 병력’이다. 연구진은 암과 심장 질환, 만성 폐 질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신장 질환 여부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이후 앓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만성 폐 질환>고혈압·암>당뇨·심장 질환·신장 질환>고지혈증 병력 순서로 사망 위험도가 높다.

연구에 공동 참여한 박래웅 교수는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이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떨어진다"며 "그 인과관계는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모델을 의학적 조언으로 간주해선 안된다"며 "제공된 정보는 의료 서비스 또는 전문적 치료를 대신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

한편 오딧세이는 개인정보 보안을 강화하면서 의학 연구에 환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그룹이다. 박래웅 교수는 오딧세이 창립 멤버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