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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년전 아기의 '늦게 자란 뇌'가 인류와 유인원 운명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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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년전 아기의 '늦게 자란 뇌'가 인류와 유인원 운명 갈랐다

2020.04.02 08:38
고인류 연구 결과 4편 동시다발적으로 나와...고대 유년기, 현생인류 공통조상 후보 등 밝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공통조상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친척 인류인 유럽의 호모 안테세소르 화석이다. 단백질 서열 해독 연구를 통해 1일 이 종과 현생인류 사이의 관계가 밝혀졌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제공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공통조상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친척 인류인 유럽의 호모 안테세소르 화석이다. 단백질 서열 해독 연구를 통해 1일 이 종과 현생인류 사이의 관계가 밝혀졌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제공

인류 진화 과정의 주요 국면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새로운 고인류 화석에 관한 네 편의 연구 결과가 1일(현지시간) 연달아 발표됐다. 인류 진화에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히는 약 300만 년 전과 100만 년 전, 30만 년 전을 다루고 있다.

 

●300만 년 전, 30만 년 전 유아-청소년 화석 분석..."인류는 300만 년 전부터 유년기가 길었다"


제레이 알렘세게드 미국 시카고대 의대 교수와 애리조나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팀은 ‘루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친척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두개골을 연구해, 이 종이 유년 시절에 오랜 시간에 걸쳐 두뇌가 자라는 독특한 성장 패턴을 보였으며, 이 차이가 침팬지 등 유인원과 인류의 특성을 갈랐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일자에 발표했다. 

 

유년 시간에 오래 뇌가 성장하는 패턴은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에서 발견되는 특징으로, 부모에게 오래 보살핌을 받으며 긴 시간 학습을 받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류가 300만 년 전부터 현생인류와 비슷한 학습 과정을 어린 시절 거쳤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에티오피아 지역에 발굴한 약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 8구의 두개골 내부를 3차원 엑스선 영상 기술로 복원했다. 두개골 안쪽에는 뇌의 형상을 따라 공간이 형성되고 뇌주름 등의 무늬까지 보존되는데, 컴퓨터를 이용해 뇌의 크기는 물론 형태와 주름, 영역까지 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여기에 추가로 치아의 성장 상태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확인해 화석의 생전 나이를 추정했다. 여기에는 알렘세게드 교수가 2000년 발굴한 ‘디키카’라는 별명이 붙은 어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두개골 화석도 포함됐다.


연구 결과 뇌의 뒤통수 부분에 위치한 후두엽과 고등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을 가르는 초승달고랑의 위치가 침팬지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기본 구조는 침팬지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치아의 성장 과정을 분석해 화석 주인공의 생전 나이를 확인한 결과, 두 살 반에 불과해 나이에 비해 뇌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침팬지 등에 비해 뇌가 늦게 자란 것이다.


알렘세게드 교수는 “뇌가 오래 성장한다는 것은 인지 및 사회 기술 습득 시간이 길었다는 뜻”이라며 “현생인류와 비슷한 이 차이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를 현생인류와 비슷한 행동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뇌를 복원한 영상(왼쪽)과 현생 침팬지의 뇌를 비교했다. 뇌의 크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약 20% 크지만,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 연구팀은 유년 시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가 늦게 성장하며, 이 때문에 오랜 기간 부모 등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으며 인지 능력과 사회성을 습득하는 과정이 필수였다고 주장했다. 인류는 300만 년 전부터 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성장했고, 그 결과 두발 보행과 도구 사용 등 보다 현생인류와 비슷한 특징을 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 제공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뇌를 복원한 영상(왼쪽)과 현생 침팬지의 뇌를 비교했다. 뇌의 크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약 20% 크지만,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 연구팀은 유년 시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가 늦게 성장하며, 이 때문에 오랜 기간 부모 등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으며 인지 능력과 사회성을 습득하는 과정이 필수였다고 주장했다. 인류는 300만 년 전부터 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성장했고, 그 결과 두발 보행과 도구 사용 등 보다 현생인류와 비슷한 특징을 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 제공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깊은 동굴에서 처음 발굴돼 2015년 처음 존재가 밝혀진 30만 년 전 친척 인류 ‘호모 날레디’의 첫 유년시절 화석을 분석한 첫 연구 결과도 같은 날 나왔다.

 

리 버거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워터스랜드대 교수팀은 어린 호모 날레디 화석 ‘DH7’의 팔과 다리 뼈를 분석해, 이 화석의 주인공이 약 8~11세 사이에 사망한 청소년이었다는 사실을 밝혀 1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호모 날레디는 성인의 키가 오늘날의  초등학생 저학년보다 작은 약 140cm에 뇌도 침팬지보다 약간 큰 ‘미니 인류’로, 깊은 동굴에서 최소 15명에게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화석 1500여 개가 무더기로 발견돼 장례 의식을 치룬 친척 인류로 주목을 받았다. 애초에는 두개골 크기 등을 근거로 250만 년 전쯤 살았던 인류로 추정됐지만, 현재는 약 24만~34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로 밝혀져 있다.


이번에 연구팀은 처음으로 날레디의 유년기 화석을 확인해 보고한 것으로, 아직 날레디도 현생인류처럼 유년기가 길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연구팀은 “호모 날레디 역시 현생인류처럼 유년시절이 길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추정 나이는 15세가 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날레디의 성장 과정 등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 

 

●유럽 지역 고인류 새 연구 결과 '네이처'에 연달아 나와


1일 ‘네이처’ 역시 두 편의 고인류 연구 결과 논문을 발표했다. 주로 유럽 지역에서 발굴되는 수십만~100만 년 전의 친척인류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200만 년 전 초기 호모 속을 거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그리고 아시아 지역의 또다른 인류인 데니소바인을 연결할 중간 종들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다. 유럽 학자들은 유럽에서 발굴되는 수십 만 년 전 인류인 호모 안테세소르나, 아프리카 및 유럽에서 발굴되는 80만~30만 년 전 인류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등을 그 후보로 꼽고 있으나 연구가 부족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들 종의 특징이 집중적으로 밝혀졌다.

 

크리스 스트링거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교수팀은 잠비아 카브웨 지역의 동굴에서 1920년대에 발굴한 '호모 로데시엔시스' 화석의 연대를 재추정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화석은 당시 하나의 독립된 종으로 여겨져 호모 로데시엔시스로 분류됐지만, 이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의 일종로 재분류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류에 일부 이견이 있었다. 카브웨 화석의 정확한 연대 측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에 연구팀은 우라늄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두개골의 연대를 재측정했다. 그 결과 이 종이 약 30만 년 전에 살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30만 년 전은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등장한 시기다. 연구팀은 “플라이스토세 후기에 아프리카에 호모사피엔스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또는 호모 로데시엔시스, 호모 날레디 등 여러 인류가 공존했다”며 “이들이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일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국제 연구팀이 스페인 아타푸에르카에서 호모 안테세소르 화석을 발굴하고 있다. 유럽에서 발굴된 이 친척 인류는 유럽 학자를 중심으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등의 공통조상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연구팀은 실제로 공통조상과 관련성이 깊다고 주장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제공
국제 연구팀이 스페인 아타푸에르카에서 호모 안테세소르 화석을 발굴하고 있다. 유럽에서 발굴된 이 친척 인류는 유럽 학자를 중심으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등의 공통조상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연구팀은 실제로 공통조상과 관련성이 깊다고 주장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제공

더구나 당시 아프리카 밖 유라시아 대륙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다. 인도네시아에는 플로레스인이, 필리핀에는 호모 루조넨시스가 살았다. 약 30만 년 전 지구에는 최소 8종의 인류가 살았던 것이다.


엔리코 카펠리니 덴마크 코펜하겐대 글로브연구소 교수팀은 유럽 지역에서 발견된 친척 인류인 '호모 안테세소르'와 조지아 드마니시 지역에서 발굴된 호모 에렉투스의 치아 에나멜에서 단백질체를 분석해 이 종들이 현생인류나 다른 친척 인류와 어떤 관계인지 확인했다. 안테세소르는 호모 에렉투스보다는 나중에 등장하고 하이델베르겐시스보다는 먼저 등장한 인류로 추정되는 인류다. 눈구멍(안와)나 치조골 등 얼굴 생김새 특징이 현대인과 비슷한데 생존 연대는 최대 1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연 현생인류와 어떤 관계인지 논란이 많았다. 


연구팀은 약 77만~95만 년 전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지역에서 살았던 안테세소르 화석의 치아 에나멜 속 고(古)단백질 서열을 분석했다. 단백질 서열은 DNA 서열보다 더 오랜 시간 흔적을 남겨 서열 해독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그 외에 약 180만 년 전 화석인 드마니시의 호모 에렉투스 화석의 단백질 해독해 비교한 결과, 안테세소르가 현생인류 및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공통조상과 가까운 종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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