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한류 ‘K바이오’… 혁신 신약으로 퀀텀점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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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나서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만 해도 치료제 개발에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물론 실제 치료제 개발까진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신약 개발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과감하게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선언할 만큼 연구개발(R&D) 역량이 쌓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동안 신약 및 제조생산 R&D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을 뿐 아니라 실제 글로벌 성과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또 하나의 한류라는 의미에서 ‘K바이오’로 불리며 빠른 성장세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K바이오가 ‘퀀텀점프(대도약)’하기 위해선 올해가 특히 중요하다는 게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동안의 투자가 가시화된 성과로 이어질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제약업체들은 가능성 높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나서는 한편 보건의료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R&D 투자 통해서 성장 동력 발굴”

K바이오 기업들은 올해도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서 혁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2015년 대규모 기술 수출을 성사시켜 K바이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성공 사례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만 연구개발비로 2000억 원을 넘게 투입했는데, 이는 국내 제약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전통의 강자인 유한양행과 종근당도 투자를 통해 혁신 동력을 찾고 있다. 유한양행은 성공 사례를 이끌어온 ‘개방형 혁신’ 기조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에 대한 기술 수출은 대표적인 개방형 혁신 성공사례로 꼽힌다.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면서 규모를 키운 종근당도 올해 연구개발비로만 1500억 원을 투자해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을 이어간다. GC녹십자는 2012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희귀질환 헌터증후군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한 바 있다. 일동제약은 중앙연구소 조직 개편을 통해서 연구 역량을 끌어올리는 한편, R&D 속도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양한 형태의 오픈이노베이션도 추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창사 이래 가장 화려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성하면서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차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펙수프라잔’을 필두로 신약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백신 개발 역량으로 주목받는 회사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발굴 후 동물시험에 돌입했다. 가시화된 성과로 백신 시장에서도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기존 경쟁력 강화 통해 격차 벌려

기존 사업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린 회사들도 있다. JW중외제약도 기존 수액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JW생명과학의 ‘피노멜주’, 국내 제품명은 ‘위너프’로 세계 최대 영양수액 시장인 유럽 진출을 이뤄냈다.

동국제약은 일반약 시장에서 먹는 치질약인 ‘치센’ 발매를 통해서 시장점유율과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기존 치질약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와 함께 회사의 성장에도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보령제약은 최근 판매가 늘고 있는 위궤양·위염치료제 스토가에 대한 효능 알리기에 나섰다. 높은 제품 안전성을 토대로 항궤양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매출규모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포장 등 작은 요소에서도 타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내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의 혁신 노력도 눈에 띈다. 국내 바이오기업의 대표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기존 역량의 극대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세포주(바이오의약품 씨앗)와 공정개발, 임상물질 소량 생산, 상업적 대량 생산, 완제의약품 생산, 위탁분석, 품질관리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 전 과정의 일괄공급사슬(Integrated Supply Chain) 체제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위탁생산뿐만 아니라 위탁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사내복지를 늘리고 ‘일·생활 균형’ 노력을 기울이면서 혁신의 주축인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연말휴가를 도입하고 장기근속 직원에겐 최대 1개월간 안식 휴가를 주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K바이오 업체들이 신약 개발 등 혁신 역량에 투자하는 한편, 내실 다지기 등 여러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전반적인 기업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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