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변화 따라 해양 생물 재분포

해양 생물 자료에 대한 최대 규모 평가

지구온난화가 해양 생물들의 삶을 대규모로 재편하고 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플랑크톤에서부터 어류에 이르기까지 찬물에 사는 종들은 서식지를 떠나고,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더욱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40여 년 전 근해에 흔했던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이제 먼 북쪽 바다에서 나 잡히고, 대신 난류성 어종인 전갱이 어획량이 10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제과학자그룹이 바다 온난화가 어류 분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대 규모의 종합적인 평가를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 25일 자(Ocean community warming responses explained by thermal affinities and temperature gradients)에 발표했다.

수온 상승에 영향을 받는 냉수 어종인 대구.  Credit: The Current /UC Santa Barbara

수온 상승에 영향을 받는 냉수 어종인 대구. ⓒ The Current /UC Santa Barbara

해양 생태계와 해양 식량 확보에 큰 영향

논문 저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산타바바라) 해양생물학자 벤 할펀(Ben Halpern) 교수는 “해양 생물들이 해수 온도를 따라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전체 해양 생물들이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게 되었고, 온도만으로도 종의 재분포가 예측 가능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할펀 교수는 “이 같은 결과는 바다 생태계와, 인간이 바다에서 얻는 생선 같은 해양 식량 확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현재 UC산타바바라대의 국립 생태 분석 및 종합 센터를 이끌며 환경 과학 및 관리학부 교수로 재직하는 할펀 교수는 이번에 영국 일본 호주 미국 독일 캐나다 남아공 및 뉴질랜드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전 세계 200개 생태 공동체에서 수집한 수천 종의 해양 생물에 대한 300만 개의 기록을 분석했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왼쪽)와 바다에서 유영하는 난류성 어종인 전갱이 떼 Credit: Wikimedia / NOAA FishWatch / NMFS/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

한류성 어종인 명태(왼쪽)와 바다에서 유영하는 난류성 어종인 전갱이 떼 ⓒ Wikimedia / NOAA FishWatch / NMFS/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

30년간의 온도 변화 따른 이동 추적

스코틀랜드 해양 과학 연합(SAMS) 소속 해양 생태학자 마이클 버로우스(Michael Burrows)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85~2014년 사이의 자료를 검토해, 온도 상승에 반응해 차가운 물이나 혹은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종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미묘하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지구촌 전체로 볼 때 커다란 충격으로 간주된다.

버로우스 교수는 “1985년부터 2014년 사이 서식했던 해양 생물종에 대한 조사를 수행해, 일반적으로 차갑거나 따스한 서식지와 관련된 물고기와 플랑크톤 종류 사이에 어떤 변동이 있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물종들이 수적으로 증가해 특정 생태 공동체로 들어오거나 혹은 수가 줄어들어 공동체를 떠나면 이 공동체의 구성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실제 해양 생물종 변화가 있는 여러 곳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조사로, 북대서양과 서유럽, 뉴펀들랜드와 래브라도 해, 미국 동해안, 멕시코 만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까지의 북태평양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조사했다.

지구 온난화 추세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동안 북대서양 지역은 조사 기간 동안에 평균 수온이 가장 높게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미터 깊이 아래 수온이 표면보다 섭씨 5도 정도가 낮은 래브라도해의 한류 어종들은 좀 더 깊이 이동하면 성공적으로 서식할 수 있었다.

온도 하나로 분포 변화 예측 가능

버로우스 교수는 “수집된 데이터 대부분이 상업용 어종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수온에 따른 분포 변화는 어시장에서 볼 수 있는 대구나 대구류의 해덕 같은 한류성 어종의 감소를 나타내고, 반면 노랑 촉수(red mullet) 같은 난류성 어종이 온난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5년 이래 일부 해역은 거의 섭씨 1도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섭씨 1도가 큰 변화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미 온도 한계점에 도달한 물고기나 다른 해양 유기체에게는 주어진 서식지에서의 성공적인 삶을 버리고 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며, 이는 전 세계 해양 먹이사슬에 충격을 던지는 것이다.

할펀 교수는 “바다와 해양 생물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바다 수온이라는 단일 요소가 변화에 대한 이런 강력한 예측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 가지 요소로 설명할 수 있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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