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미생물이 지구의 탄소 순환에 큰 역할을 하고 있고, 따라서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미생물학 연구팀과 마르부르크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3일 자에 발표한 연구에서 50년 전에 발견된 한 미생물 대사 경로를 토대로 지구 탄소 순환에 대한 대규모 경로 하나를 새로 제시했다.
과학의 발달에 따라 해양 미시 세계도 새롭게 탐구되고 있다. 찰스 다윈은 ‘맑고 푸른’ 바닷물 속에는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원생동물보다 더 작은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막스플랑크 해양 미생물학 연구소장인 루돌프 아만(Rudolf Aman) 교수는 이에 대해 “오늘날 우리는 바닷물 1리터에 수억 개의 미생물들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르부르크 소재 막스플랑크 육상 미생물학 연구소의 토비아스 에르프(Tobias Erb) 교수는 “비록 크기는 몇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미생물의 엄청난 수와 높은 대사율은 에너지 흐름과 해양의 바이오매스 회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관련 동영상>
글리콜산에 있는 탄소는 어디로?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알려진 단세포 바닷말(algae)은 이산화탄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한다. 다른 미생물들은 이 해조류들이 살아있는 동안이나 혹은 죽어서 고정된 탄소를 배출할 때 작용한다. 지표수에서도 단세포 유기체들은 수천 톤의 조류 바이오매스를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해양 생명체 사이클의 중심적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에서 가장 중요한 화합물 중 하나는 광합성의 직접 부산물인 글리콜산(glycolic acid)으로, 이 글리콜산은 해양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돼 일부가 이산화탄소로 되돌려진다.
그러나 그다음 그림이 흐릿해진다. 글리콜산에 있는 탄소의 정확한 향방이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지구 탄소 순환에 대한 유용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이런 미지의 변수들을 찾아내야 한다는데 착안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듯이 과다한 이산화탄소는 해양 생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수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바다를 산성화하고, 식물성 플랑크톤과 미생물 간의 균형을 깨뜨려 궁극적으로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인 규모에서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결과를 이해하려면 이같이 박테리아가 조류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데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서는 해양 영양 네트워크의 위치와 비율 및 정도에 대한 정확한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통해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십억 톤 규모로 양산되는 글리콜산 탄소의 향방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잊힌 경로에 주목
연구를 할 때 반드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이미 알려진 퍼즐 조각들을 올바로 인식하고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퍼즐 조각의 하나가 베타-하이드록시아스파르테이트(β-hydroxyaspartate) 사이클이다. 이 주기는 50년 전 파라코쿠스(Paracoccus) 토양 박테리아에서 발견됐다. 당시 이 대사 경로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고, 그에 대한 정확한 생화학적 과정도 탐구되지 않았다.
논문 제1저자로 에르프 교수실의 레나트 샤다 폰 보르지스코프스키( Lennart Schada von Borzyskowski) 박사후 연구원은 문헌 연구 과정에서 이 대사 경로를 발견했다.
보르지스코프스키 연구원은 “이 대사 경로를 살펴보고 글리콜산 분해를 위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효율적인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과정이 원래의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그는 단 하나의 파라코쿠스 유전자 서열만 갖고서 네 개의 효소 구성 지침을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네 개 유전자의 클러스터를 찾아냈다.
조합을 통해 효소 중 세 개가 글리콜산으로부터 유래한 화합물을 처리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 네 번째 효소는 무슨 일을 담당했을까? 보르지스코프스키 연구원은 실험실에서 이 효소를 테스트한 결과 이전에는 이런 맥락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이민(imine) 반응을 촉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네 번째 반응은 글리콜산의 탄소가 이산화탄소 손실 없이 재순환될 수 있는 주기로 향하는 대사 경로를 닫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적으로 분포돼 생태적으로 중요
연구팀은 마르부르크대 과학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리콜산 대사와, 살아있는 미생물에서의 글리콜산 조절을 연구할 수 있었다.
에르프 교수는 “우리 과업은 해양 서식지에서 이들 유전자의 존재와 활동 그리고 이들이 갖는 생태학적 중요성을 찾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마르부르크 생화학자들과 브레멘 막스플랑크 연구팀은 여러 차례의 공해 탐사를 통해 2018년 봄 조류가 대량 번식할 때 글리콜산이 형성되고 소비되는 양태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실제로 대사 주기가 글리콜산 대사에 활발히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 주기 청사진은 타라(Tara) 해양 탐사를 통해 전 세계 해역에서 수집한 박테리아 게놈 서열들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1만 km 거리에 달하는 해양 탐사 결과 대사 경로는 글리콜산 분해 경로로 상정한 다른 모든 경로보다 평균 20배 이상 높게 분포돼 있었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번에 재발견된 대사 경로는 틈새 같은 존재가 아니라 그 반대로 광범위한 경로로 보고 있다.
루돌프 아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는 “마르부르크대 연구팀의 발견은 글리콜산 향방에 대한 우리의 이전 견해를 뒤집어 놓았다”며,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해양에서 수십억 톤의 탄소 사이클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토비아스 에르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 세계적 차원의 미생물 대사를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아울러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더 발견해야 할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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