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얽혀있는 다층(多層) 사회는 유인원까지는 안 돼도 코끼리나 기린 등 비교적 머리가 큰 포유류라야 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조류 중에서 비교적 머리가 작은 대머리호로새도 안정적으로 무리를 형성하고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 콘스탄츠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대머리호로새(Acryllium vulturinum)의 생태를 연구해 얻은 이런 결과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실었다.
대머리호로새는 닭목 호로새과의 조류로, 연구팀은 케냐에서 개코원숭이의 생태를 연구하다가 주변을 배회하는 이 새가 개코원숭이 못지않은 사회적 습성을 갖고있는 것을 보고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동물의 다층 사회는 암수 한 쌍을 비롯한 사회적 단위의 개체가 안정적으로 무리를 이루고 다른 무리와 관계를 맺는 것으로, 각 개체가 자신의 무리는 물론 다른 무리와의 관계를 기억하고 있어야 해 두뇌가 발달된 종에서만 형성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조류 중에서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종이 있지만 무리에 참여하는 개체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다른 무리와의 관계도 부족한 것으로 관측돼 왔다.
연구팀은 케냐 난유키의 음팔라연구센터에서 총 441마리의 대머리호로새를 대상으로 사회적 습성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대머리호로새가 총 18개 무리로 나뉘어 있는 것을 파악했으며, 각 무리에서 한 마리 이상씩 총 54마리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해 각 무리 간 위치를 매일 24시간씩 1년간 관찰했다.
그 결과, 무리 생활을 하는 다른 조류들이 이 무리 저 무리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달리 대머리호로새는 한 무리에 포함돼 안정적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에는 나무 주변에 수백마리가 함께 모여 있다가 낮에는 거의 완벽하게 소그룹으로 나눠 생활했다.
또 각 무리 간에는 서로 선호관계가 있어 주변의 무리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이는 전체 무리 내에 그룹이 있고 그 안에 소그룹이 있는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조류에서 이런 복잡한 사회가 관측된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이자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의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다나이 파파게오르규는 “이런 사회적 구조가 조류에서도 발견된 것은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처음”이라면서 “매일 아침 수백마리의 새가 한 둥지에서 나와 거의 완벽하게 안정적인 그룹으로 나뉘는 것을 관측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히 똑똑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논문 수석저자인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의 다미엔 파린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많은 의문을 던지는 것”이라면서 “대머리호로새가 여러 가지 면에서 조류보다는 유인원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사회적 시스템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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