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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염 새 수술법, 후유증·회복기간 확 줄인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7 21:12

수정 2019.10.17 21:12

확장형 상고실개방술 및 무-외이도절개 접근법
중이염 새 수술법, 후유증·회복기간 확 줄인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기존 수술법(좌측)은 외의도 절개 후 안면신경과 미각신경 사이에 구멍(제거부위)을 내야하기 때문에 수술이 까다롭고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았다.
기존 수술법(좌측)은 외의도 절개 후 안면신경과 미각신경 사이에 구멍(제거부위)을 내야하기 때문에 수술이 까다롭고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았다.
중이염은 고막 바로 뒤에 위치한 '중이'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급성 중이염에서 만성 중이염으로 발전하면 약물치료로 완치가 되지 않아 수술 치료가 필요합니다. 지난 100년간 중이염 수술은 귀의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외이도 피부 절개가 필수였습니다. 수술 후 벌어진 외이도가 회복하기까지 최소 두 달이나 걸립니다.
또 수술 과정에서 절개부위 바로 옆에 위치한 안면신경과 미각신경을 건드려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준호 교수는 만성중이염 수술 후유증과 회복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청력개선율을 향상시킨 수술법 '확장형 상고실개방술 및 무-외이도절개 접근법(CIA)'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이 수술법은 외이도 절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방법보다 회복이 빠르고 미각마비(고삭신경)나 안면신경마비와 같은 후유증을 현저하게 줄일 뿐 아니라 청력개선 가능성도 높인 게 특징입니다.

이 교수가 개발한 수술법은 안면신경과 고삭신경이 위치한 곳에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수술이 가능한 연결통로를 만들기 때문에 외이도 절개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수술 과정 중 소리를 전달해주는 이소골 주변을 정리하기 때문에 청력개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17일 "이번에 개발한 수술법은 만성 중이염뿐 아니라 중이염이 동반된 감각신경성 난청환자에게 인공와우를 삽입해 귓구멍과 이관을 영구적으로 막는 추체아전적출술 대신 사용할 수 있다"며 "기존 수술법은 부작용으로 영구적인 귀먹먹함이 발생할 수 있는데 새 수술법으로 이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만성중이염 환자 79명 가운데 37명에게 '확장형 상고실개방술 및 무-외이도절개 접근법'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수술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평균 회복기간은 2.7주로 기존 수술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5.7주 보다 2배 이상 줄었습니다. 후유증 발생 확률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기존 수술법으로 치료받은 환자 42명 중 수술 후유증 발생율은 33.3%(14명)이었습니다. 반면 새 수술법으로 치료 받은 환자는 16.2%(6명)로 2배 이상 낮았으며, 후유증의 종류도 '일시적 미각의 변화'와 같은 경미한 증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또 수술 3개월 뒤 청력을 비교한 결과 새 수술법에서 청력개선율이 기존 수술법 보다 10% 가량 높았습니다. 새 수술법으로 유양돌기 환기상태를 기존 수술법보다 더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수술 뒤 발생하는 고막 내 염증을 최소화시킨 것이 청력회복에 도움을 준 것입니다.


이 수술법은 세계적 이비인후과 학술지인 '유럽 이비인후과 아카이브'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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