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스위치처럼 활용해 자유롭게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기술이 나왔다. 세포의 기능을 연구할 때는 물론, 면역 항암제 등 치료야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허원도 인지및사회성연구단 초빙연구위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와 박병욱 원광대 연구교수, 유다슬이 KAIST 연구원팀이 빛을 쪼여 원하는 단백질을 자유롭게 억제시킬 수 있는 일종의 ‘빛 스위치’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인체는 외부에서 침입해 온 병원체에 대항하기 위해 면역이라는 방어 체계를 갖고 있다. 면역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다른 면역세포가 하나하나 잡아 먹어 분해하는 방식도 있지만, 과거에 한번 침입했던 세균과 바이러스를 면역세포가 기억하고 있다가 같은 병원체가 침입할 경우 면역세포를 재빨리 증식시켜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식도 있다.
두 번째 방식에서는 병원체를 물리친 뒤 그 병원체를 가장 잘 식별할 수 있는 일종의 표지를 잘라 세포가 기억하게 된다. 이 표지 물질을 항원이라고 하고, 항원을 잘 식별하기 위한 일종의 탐지 레이더를 ‘항체’라고 한다. 항체는 Y자 모양으로 생긴 단백질로 이뤄져 있는데, 작은 항체일수록 세포 내에 잘 침투해 면역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의료용으로 연구가 활발하다.
허 교수팀은 작은 항체에 빛 스위치를 달아 자유롭게 제어하는 ‘옵토바디’ 기술을 개발했다. 먼저 빛을 비추면 녹색의 빛을 내는 단백질인 녹색형광단백질(GFP)을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작은 항체 ‘GFP 나노바디’를 만들었다. GFP 나노바디는 평소 두 조각으로 나뉘어 비활성화돼 있는데, 여기에 파란색 빛을 쪼여주면 서로 결합하면서 스위치를 켠 것처럼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GFP 나노바디는 세포 이동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억제했다.
구팀은 옵토바디 기술을 단백질의 기능을 단백질의 기능을 연구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단백질의 활성과 이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찰하는 바이오센서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허 교수는 “빛을 이용해 항체 활성을 빠르고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만큼, 체내에서 면역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는 항체 의약품 개발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비슷하게 빛 대신 라파마이신이라는 화학물질을 가하면 GFP 나노바디가 합쳐져 활성화되는 ‘케모바디’ 기술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소드’ 15일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