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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사이언스]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원인이 박테리아?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0 07:03

수정 2019.09.20 07:03

박테리아. 게티이미지 제공
박테리아.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중국 연구진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원인을 밝혀냈다.

중국 연구진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자를 조사한 결과 환자 10명중 6명의 내장에서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박테리아 '폐렴막대균(K. pneumonia)'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20일(한국시간) 'Cell Metabolism'지에 발표했으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조기 진단과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간의 주된 원인중 하나가 술이다. 지방간을 치료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지방간염,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알코올 이외의 원인으로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간학회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자 유병률은 전세계 성인 4명 중 1명이다.

중국 소아연구소의 징 위안 박사는 "박테리아가 그렇게 많은 양의 알코올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몸에 과부하가 걸리고 이런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알코올을 분해하지 못할 때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징 위안 박사팀은 심각한 간 손상을 입은 환자가 '자가 양조 증후군(ABS)'이라는 희귀한 병을 만났을 때 장 세균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ABS 환자들은 무알코올과 고설탕 음식을 먹은 후 취하게 된다. 이 질환은 효모 감염과 관련이 있는데, 이것은 내장에 알코올이 생성돼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안 박사는 "처음엔 효모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환자의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며 "항염제 역시 효과가 없었기때문에 이 환자의 질병이 다른 것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환자의 대변을 분석함으로써, 환자의 내장에 상당량의 알코올을 생성하는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폐렴막대균은 흔한 종류의 장 속의 균이다. 그러나 환자의 내장에서 발견된 균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균보다 4~6배 더 많은 알코올을 생성할 수 있다.

또한 연구진은 43명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자와 48명의 건강한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질을 표본으로 추출했다. 그들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자들 중 약 60%가 알코올을 생산하는 폐렴막대균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건강한 사람들 중 6%만이 이러한 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폐렴막대균이 지방간의 원인이 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무균 쥐에게 3개월 동안 ABS 환자로부터 격리된 고알코올성 폐렴막대균을 먹였다. 이 쥐들은 한달이 지나자 지방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나자 그들의 간에는 흉터가 보였는데, 이것은 장기적인 간 손상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생쥐에서 간질환의 진행은 알코올을 먹인 쥐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연구팀이 폐렴막대균을 죽게 하는 항생제를 실험쥐에게 먹이자 상태가 호전됐다.

징 위안 박사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이질적인 질병이며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연구는 폐렴막대균이 수많은 원인 중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박테리아는 알코올처럼 간을 손상시키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만이 알코올이 많이 분비되는 폐렴막대균을 내장에 가지고 있는지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과학원의 공동저자인 디 류 박사는 "이 특정 박테리아가 음식 등을 통해 사람의 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매개체가 널리 퍼져 있다고 생각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비율이 훨씬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인 요인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폐렴막대균의 성장과 집단서식에 더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향후 어떤 요인들이 이런 폐렴막대균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위안 교수는 이번 발견은 또한 박테리아와 관련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폐렴막대균은 설탕을 사용해 알코올을 생산하기 때문에, 이 박테리아가 있는 환자들은 간단한 포도당 용액을 마신 후에 혈액 속에 감지할 수 있는 양의 알코올이 검출될 것이다. 위안 교수는 "초기 지방간질환은 되돌릴 수 있다.
빨리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면 간 손상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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