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무...영맨에서 경영인된 성공신화도

10명 중 9명 이상은 정규직
임금 제조업 평균보다 높아
연구·개발 석박사 비중 70% 넘어

대규모 기술수출 '잭팟'을 터트리면서 신약개발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과 유한양행 이정희 대표는 제약사 직원으로 시작해 제약바이오산업을 이끄는 기업을 일궈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의약품유통업체인 지오영 공동 창업주인 이희구 고문도 제약 영업사원으로 제약바이오업계에 첫 발을 뗐다.

대한약사회장과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 재직 중인 원희목 회장은 제약사 연구소에서 사회 초년생을 보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성장산업, 미래 국민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약바이오산업에서도 청년 영업맨이 기업 경영인으로 성장하는 이런 성공신화는 계속 쓰여지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 일자리의 특징은 창의적이고 안정적이라는 데 있다. 종합예술에 비견될 만큼 다양한 직무가 존재하는 탓이다.

독일 wifor 경제연구소 2015년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제약바이오산업 종사자는 약 440만명으로 추정된다. 미국(85만4000명), 일본(14만명), 독일(11만2000명), 프랑스(9만9000명), 영국(7만3000명) 등 제약바이오산업 선진국에 주로 분포하는데 연평균 3.3% 씩 계속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제약바이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2016년 기준 9만4000명 규모로 영국보다 많고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2011~2016년 사이 27.5%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3년 제약산업 전문인력 수요전망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목표로 한 생산액 50조원을 달성할 경우 총 종사자는 16만7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파이'가 커질수록 고용창출 기여도가 함께 커진다는 걸 의미한다.

2016년 853개 업체 직능별 일자리는 사무직 1만7600명, 영업직 2만6000명, 연구직 1만1800명, 생산직 3만2000명, 기타 6900명 등으로 분포한다. 이중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관리 분야 고용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고용특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6년 전 산업 고용 증가율은 2.6%였다. 제조업의 경우 1.6%로 이 보다 더 낮다. 반면 의약품 제조업은 3.9%로 제조업 평균보다 2배 이상 더 높다. 과거 10년의 변화를 보면 의약품 제조업의 고용창출 효과를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2005~2014년 전체 제조업 고용증가율은 11.6%였지만 의약품 제조업은 37.9%로 2배 이상 더 높게 나타났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정규직 점유율은 91.4% 수준이다. 10명 중 9명이 정규직인 것이다. 이는 전산업 67.5%와 비교해 24.9%p 더 높은 비중입니다. 제조업 평균 86.3%보다도 5.1%p 더 높다.

청년고용 비중도 의약품 제조업은 45.5%로 전산업 23.4%, 제조업 27.6%를 훨씬 상회한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신규 채용이 많고 안정적이면서 또 젊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이런 게 가능한 건 임금수준의 영향도 있다. 같은 해 제조업 월평균 임금수준은 375만원으로 전체 종사자 324만원보다 더 많았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어떨까? 제조업보다도 19만원이 더 많은 394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면 제약바이오산업 종사자들은 어떤 일을 할까? 최근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씨제이헬스케어의 위염치료제 케이캡정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 종사자들의 주요직무를 살펴보자. 케이캡정은 연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신약으로 성장할 최초의 국산신약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팔 물건을 만들거나 사는 사람들

케이캡은 씨제이헬스케어가 일본제약사로부터 후보물질을 사와서 개발한 성공한 국산신약. 제약바이오기업은 팔 물건을 직접 만들거나 사서 들여오기도 하는데 통상 연구개발 관련 부서가 이 일을 수행한다.. 이름은 연구소, 개발전략실, 개발지원실 등 다양하게 부르는데, 이 부서에서는 스스로 후보물질을 찾아 제품화 과정을 거치기도 하지만 케이캡의 경우처럼 후보물질을 사와서 개발하거나 후보물질 단계에서 팔기도 한다.

따라서 연구개발 관련 부서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시장성이 있는 물건을 골라내는 눈과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일한다. 약학, 화학 등 이과계열 전공자들이 주로 많다. 업체에 따라서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에 도전하거나 회피하는 의약품 개발을 위해 특허전문가(변리사 등)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속해있는 경우도 있다. 고학력자인 석·박사 비중이 70%가 넘는 것도 다른 산업과 비교되는 특징 중 하나다.

임상시험과 제품화

후보물질은 동물실험(전임상) 등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간다.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다. 이 업무는 임상관련 부서에서 담당하게 되는데, 기업이 직접 수행하기 보다는 대개는 임상시험 전문대행업체(CRO)를 활용한다. 임상업무 담당자들은 이걸 지원하고 관리하는데 임상시험에 성공해야 제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업무다.

최근 회자되는 말로 글로벌 혁신신약(연매출 10조원)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이상 시간과 2조원 이상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실패하거나 탈락하는 후보물질도 부지기수다. 실제 1만개 임상을 진행하더라도 글로벌 신약에 진입한 약물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보면 된다. 임상관련 업무는 의학, 약학, 간호학, 화학 등 역시 이과계열 전공자가 많다.

대정부 관련 업무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 입증에 성공하면 이 신약을 팔아도 좋다고 정부가 공인해주는 시판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당국. 이 때 제약사들은 많은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임상시험 자료는 기본이고 정해진 양의 제품을 생산해 품질관련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케이캡과 같은 신약의 경우 이렇게 첨부되는 자료가 1만 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제약바이오기업에서는 연구개발 관련 부서, 임상관련 부서, 생산관련 부서 등이 다 동원되는데, 식약처 공무원을 직접 만나 일을 진행하는 사람을 이른바 '대관' 담당자라고 부른다. 식약처 '대관' 담당자는 통상 'RA(Regulatery Affair) 담당자'라고도 한다. '대관'업무는 식약처 말고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도 하다.

대개는 식약처 인허가인 'RA', 건강보험 지원 약제목록 등재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건보공단-심사평가원 쪽인 '약가'로 나뉜다. RA는 약학전공자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약가' 쪽 업무 담당자는 전공이 다양한 편이다. 한국은 단일 공보험체계여서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제목록에 등재돼야 실질적인 시판이 가능하다. 특히 등재가격을 잘 받아야 수익을 내고 다음 신약을 개발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가관련 대관업무는 매우 중요한 영역 중 하나다.

신약 제조공장

의약품은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시설에서 만들어진다. 환자가 복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규제, 다시 말해 깐깐한 공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공장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제조소나 제조시설이라고 표현한다. 케이캡을 만드는 제조시설의 경우 생산, 기술, 공무환경, 품질 등으로 조직이 나눠져 있다. 원료를 사용해 정제를 만들고 만든 제품이 제대로 제조됐는지 품질검증 과정도 거친다.

무균/무방진 시설이 갖춰져 있고 자동화율이 매우 높아서 제조과정에서 실제 사람 손이 들어가는 영역은 많지 않다. 제약사 제조시설은 수도권 규제에 따라 주로 향남(경기화성), 오송, 오창 등에 위치한다.

마케팅과 영업

아무리 좋은 신약을 만들어도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더구나 케이캡과 같이 경쟁약물이 많은 시장에서는 마케팅과 영업이 더 중요하다. 마케팅과 영업은 영역이 겹치기도 한다. 구분하자면 마케팅은 판매전략과 실행방안을 세우고, 영업은 실제 현장에서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나 조제하는 약사를 만나는 일을 한다.

마케팅 담당자는 통상 'PM(Product Maneger)', 영업담당자는 'MR(Medical Representative)'이라고 부른다. 마케팅은 대개 시판허가 전후 시점부터 개입한다. 최근에는 차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타깃을 정하는 기획단계부터 마케팅이 관여하기도 한다. 영업은 제품 출시 전후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약사 출신을 우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전공을 따지지 않는다. 성과기반 보수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 내근직에 비해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경영지원-조직관리

제약바이오기업도 통상의 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영지원과 조직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다. 총무, 회계, 인사, 홍보 등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윤리경영이 강화되면서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Compliance Program)'라고 불리는 업무도 생겼다.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종을 채용하는 경우도 많이 늘고 있다.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고 부르는데, '박카스 국토대장정'과 같이 오래된 국민적 캠페인도 있고, 봉사활동이나 특정질환자를 대상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홍보관련 부서에서 같이 하는 경우가 꽤 있다.

융합형 인재-글로벌형 인재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주목받으면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들에 대한 수요도 최근 늘고 있다. 케이캡의 씨제이헬스케어는 관련 인력을 선도적으로 채용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신약은 내수시장에서만 팔아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결국 해외로 나가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앞 다퉈 해외사업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만들고 인력채용을 확대하는 이유다. 케이캡의 경우 이미 20여개 국가 진출을 확정지었거나 막바지 계약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형 인재는 당연히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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