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비롯한 생물에게 있어 건강과 장수는 같이 가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로 이런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유전자가 사람과 닮은 꼬마선충(nematode worm)을 통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유전자 기능을 분석한 결과 삶을 연장하는 대신 스트레스, 전염병 등에 대한 면역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7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The longevity-promoting factor, TCER-1, widely represses stress resistance and innate immunity’.
이율배반적인 ‘TCER-1’ 유전자
연구를 수행한 미국 피츠버그 의대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과학계는 전염병, 스트레스 등에 대한 저항력(resistance)과 장수(longevity)가 서로 관련돼 있다고 판단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서 생리학적으로 기존의 주장이 확실치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것.
꼬마선충의 삶을 연장시키는 유전자의 활동을 정밀 분석한 결과 수명은 연장시키지만 스트레스,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오히려 퇴행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장수와 건강과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중시해온 기존 연구 관행을 뒤집는 것이다.
연구팀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사람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꼬마선충의 장수 유전자 ‘TCER-1’이다.
연구에 참여한 유전학자 아루주만드 가지(Arjumand Ghazi) 박사는 18일 ‘사이언스 뉴스’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전자 ‘TCER-1’가 꼬마선충의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사는 또 “이 유전자가 많은 알을 낳게 해 건강한 자손을 퍼뜨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비추어 ‘TCER-1’ 유전자를 제거했을 때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상황이 정반대로 반전됐다. 유전자가 제거된 꼬마선충이 박테리아에 대해 오히려 더 강한 저항력을 보였다는 것.
가지 박사는 “‘TCER-1’ 유전자가 있는 온전한 꼬마선충과 비교해 오히려 2배 정도 더 강한 면역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연구에 함께 참여한 프란시스 아르미트(Francis Armit) 연구원은 “처음에는 실험이 잘못된 줄 알고 매우 당황했으나, 추가 실험을 통해 면역력이 더 강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노화 연구에 변화 예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연구팀은 더 많은 ‘TCER-1’ 유전자가 더 강화된 꼬마선충의 다양한 병원체 침입에 직면해 어떤 반응을 하는지 관찰했다.
그러자 세균에 더 빨리 감염되면서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했다. 이는 ‘TCER-1’ 유전자가 수명을 연장시키고 알과 후손을 낳는 데 도움을 주지만 면역력을 더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지켜본 프린스톤 대학의 생물학자 콜린 머피(Coleen Murphy) 교수는 “연구 결과에 비추어 생식(reproduction)과 장수가 병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향후 생물학 연구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TCER-1’ 유전자는 열(heat)이나 방사선(radiation) 등 다른 환경적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주입하는 실험에서는 33시간 동안 마비가 일어나는 등 심각한 면역결핍 현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면역력을 검증하는 실험을 꼬마선충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산란 시기에, 또 고령의 꼬마선충을 대상으로 병행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가지 사례에서 모두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생명은 연장됐으나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것.
프란시스 아르미트 연구원은 “연구 결과에 비추어 꼬마선충의 ‘TCER-1’ 유전자를 통해 장수와 면역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고, 지나친 번식을 조절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유기체에 있어 균형(balance)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수시로 생존과 번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너무 지나친 번식을 막기 위해 스트레스와 면역결핍이 또한 요구되고 있다. 과학계는 꼬마선충의 연구 결과에서 이런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 이 ‘TCER-1’ 유전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장수와 면역력 결핍의 두 가지 결과를 가져오는지 연구 중이다. 그 과정이 밝혀질 경우 사람의 장수 및 면역력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770)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 배터리를 값싼 재료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이현욱 교수팀은 배터리 양극재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생체 반응 모방형 전해액 첨가제 ‘구아이아콜’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인체의 노화를 늦춰주는 항산화제처럼 배터리 안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와 반응해 배터리 노화를 막는다. 기존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에
/ 극지연구소는 6일 북극 그린란드 눈에 기록된 납 성분이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 이강현 박사 연구팀은 2017년 그린란드에서 채집한 눈 시료로 북반구 대기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기원지를 추적했다. 2012∼2017년 쌓인 눈의 평균 납 농도는 단위 그램당 10.6 피코그램(1피코그램은 1조분의 1g)으로, 이전 연구에서 보고된 2003∼2009년의 평균 21.5 피코그램보다 49%
/ 심장을 기증한 뇌사자에게 심장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합성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심장을 손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사자는 장기를 최대 8개까지 기증할 수 있다. 기증된 장기가 상태가 좋으면 뇌사 판정 후 최장 72시간 내 적출해 이식할 수 있다. 심장의 경우 그때까지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면서
/ 공기 중 1천℃의 고온과 강한 자외선이 있는 우주 등 극한 환경에서도 광학적 특성을 유지하며 복사 스펙트럼을 제어할 수 있는 내화 전도성 열복사 제어 소재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김종범 박사팀은 6일 란타넘(La)이 도핑된 주석산염(LBSO)을 박막 형태로 제작, 1천℃ 고온과 9MW/㎠ 강한 자외선에도 산화되지 않는 열복사 제어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열복사(thermal
/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저강도 LED(발광다이오드) 청색광이 초파리의 RNA 발현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청색광이 세포 이하 수준에서 일으키는 변화로 노화 및 생체리듬 관련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신경세포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 화난사범대 왕샤오윈 교수팀은 6일 미 국립과학원(NAS) 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에서
/ 1억년 이상 전인 백악기 초기 지층에서 발견된 호박(amber) 속에 있는 모기 화석을 분석한 결과 수컷 모기도 암컷처럼 다른 동물의 피를 빨 수 있는 턱과 빨대의 입 구조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과학원 난징 지질학·고생물학 연구소 및 레바논대학 대니 아자르 박사팀은 5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레바논의 백악기 하부 지층에서
/ 에어컨, 냉장고와 같은 냉방 장치 가동으로 생겨나는 온실가스 등 배출량을 2050년까지 60% 이상 줄이자는 원칙에 60개국 이상이 동참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해 “약 63개국이 ‘냉방 연합'(Cool Coalition)의 공약에 지지를 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UNEP는 올해 COP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