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들이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을 밝혔다. 에이즈 감염자 수를 줄이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도움을 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이즈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돼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다른 질병을 이기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HIV는 주요 유전물질이 RNA로 돌연변이가 잦아 치료가 어려운 바이러스 중 하나로 꼽혀왔다. 백신 개발도 더뎠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에이즈 환자 수를 줄이려는 세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 수 감소는 정체돼 있었다. 국제연합(UN) 산하에서 에이즈에 대한 대책 기관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이 1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쇼웨에서 열린 '세계 에이즈 업데이트'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에이즈로 사망한 환자 수가 약 77만 명에 이른다.
미국 오리건건강과학대 연구팀은 체내에 들어왔을 때 세포를 공격하는 거대세포바이러스(CMV)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었다. CMV의 병원성을 없애도록 유전자 변형시키고 대신 HIV를 공격하는 성향을 가지도록 했다. 연구팀이 실제로 이 바이러스 백신을 주입하자, HIV를 공격해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등 면역력도 높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CMV 기반 에이즈 백신을 히말라야 원숭이에게 맞히고 원숭이 에이즈 바이러스(SIV)에 노출시켰다. SIV는 HIV보다 훨씬 치명적으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는 보통 2년 내에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실험 결과 CMV 기반 에이즈 백신을 맞은 원숭이의 59%가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다. 또 백신을 한 번 맞고 에이즈 면역력이 생긴 원숭이 12마리 중 9마리는 3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면역력이 남아 있었다.
연구를 이끈 루이스 피커 백신및유전자치료센터 교수는 "원숭이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에이즈를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난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의료생명공학업체인 비르 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 17일자에 발표됐다.